| 전남 조선업 어쩔 셈인가 이 춘 성 수석논설위원/지역경제문화연구소장 |
| 2010년 03월 18일(목)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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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목포대서 열린 ‘전남 조선산업 활성화 심포지엄’에서 박준영 전남지사가 한 환영사 일부다. 조선업을 전남의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서남권에 조선업클러스터가 조성되고, 활로를 못 찾던 대불산업단지가 국내 최대규모 조선기자재단지로 변모한 것은 박지사의 이런 조선업 육성의지의 산물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전남 조선업의 현실은 어떨까? ‘빈사(瀕死)상태’다. 대불산단 조선기자재 업체 220여 곳 가운데 일부라도 가동 중인 곳은 겨우 100여 곳 정도다. 모두 연쇄부도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조선소들이 ‘수주급감’, ‘발주취소’, ‘선가하락’ 등 3중고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57곳에 달하는 조선소 가운데 올해 수주물량을 확보한 곳은 단 2곳뿐이다. 10만t급 이상 중형선박을 수주한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잘나가던’ 전남 조선업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세계 해운업의 불황과 세계 1위의 ‘조선 강국’인 한국의 위상 추락 때문이다.
박지사가 조선업 육성의지를 피력한 2005년은 세계 해운업 활황이 최고조였다. 세계교역의 증대로 해운사들이 보유한 세계의 여유선박이 0.7%에 불과해 업체들이 심리불안상태에서 가격을 더 주고 사는 이른바 ‘패닉 바잉’(panic buying) 상태에 빠져들기까지 했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이 건조중인 선박은 다름 아닌 이 때의 해운업 활황에 힘입어 2006-2007년 수주 계약한 물량들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3-4년이 채 지나지 않아 선박은 남아도는 형국이 됐다. 국제조선·해운시황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2009년 전 세계 발주선박은 417척 810만2천948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불과했다. 2008년에 비해 척수로는 84.6%, CGT로는 83.5% 급감했다. 같은 기간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선박도 120척 330만7천584CGT로 전년에 비해 무려 81.9%와 77.7% 감소했다.
올 상황은 더 악화일로다. 1월 전 세계 발주선박은 34척 62만4천285CGT로 작년 12월 실적(72척 139만9천386CGT)의 절반 이하였다. 같은 기간 국내 수주선박 역시 16척 35만3천985CGT로 전월(30척 72만1천347 CGT)의 절반 수준이었다.
단기적으론 발주취소가 잇따르고, 장기적으로 신규수주가 거의 없는 우리 조선업이 당면한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세계 상선의 15%가량을 보유한 해운강국 그리스가 재정위기에 처해 있는 등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우리를 제치고 선박수주 세계 1위에 오른 중국의 저가수주공세는 더 큰 위협이다. 아직 부가가치가 낮은 벌크선 위주지만 우리의 주력인 컨테이너선 수주까지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우리의 컨테이너선 수주는 7척에 불과하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에도 209척을 수주했던 것과 비교조차 어렵다.
박지사가 조선업을 전남의 전략산업으로 택한 정책결정을 탓할 의도는 없다. 변변한 산업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 전 이미 제기됐던 ‘세계 조선업은 머지않아 한계에 이를 것’이고 ‘중국이 급속히 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당시의 경고에는 귀 기울이고 대비했어야 옳았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곳인 만큼 전략산업으로 선택하는 데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도 필요했다.
국내 굴지의 조선소가 있는 울산과 거제는 주인을 기다리는 선박이 앞바다에 둥둥 떠 있다. 접안해둘 곳이 없어서다. 대우조선해양은 1조원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했고, 삼성중공업은 7년만에 처음으로 7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대중공업은 사내하청을 늘려 여차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감축할 태세다. 하지만 전남 조선업체나 조선기자재업체들은 이런 탈출구조차 없다. 언제 부도가 날지,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묻는다. 전남 조선업을 어쩔 셈인가? 전남의 주력산업으로 여전히 유효한가? 3선을 염두에 둔 박지사를 포함해 ‘6·2 지방선거’에서 도백(道伯)이 되려는 입지자 모두 고민하고 답해야할 ‘발등의 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