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정신 세계로]‘그날의 참상’ 정신적 치유책 모색을 5.18 30 주년 대기획/광주정신 세계로 /특별취재팀 |
| 2010년 04월 05일(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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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월 광주의 고통 아직도 여전
80년 5월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던 광주 도심. 공수부대는 시민들 앞에서 어린 여학생들의 옷을 찢고 발가벗겼다. 대학 내에서도 학생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죄 없는 시민들을 교도소 안에서 구타해 죽이고 암매장했다. 광주 외곽을 지나는 차량에 무차별 사격을 가해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터미널 부근에서 터진 무자비한 계엄군의 살상행위, 계엄군이 탱크 등 중화기를 앞세운데 맞선 항쟁군의 죽음의 행진, 도청탈환을 향한 계엄군의 기관총과 수류탄이 터지는 소리 앞에 마지막 항전군은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참담했던 광주 민중항쟁은 탱크와 중무장 헬기, 자동화기와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공수부대원들이 1시간30분 만에 도청진압을 완료하면서 최후의 막을 내렸다.
항쟁 후에도 난데없이 들이닥친 계엄군은 집, 사무실, 학교, 학원, 도서관, 식당, 공원, 시위주변의 길거리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민들을 총 개머리판과 곤봉 등으로 폭행했다. 광주시민들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구타당하고 비좁은 공간에 밀착 수감되는 등 지옥 같은 삶을 견뎌야 했다.
5·18 민주 유공자 셋 중 한 사람은 아직도 ‘트라우마’, 즉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5·18 민주화운동이 역사적 진실규명에 맞춰졌다면 이제는 당시 유공자들이 공포감에 억눌렸던 한을 풀어줄 수 있는데 초점이 맞춰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광주 민주화운동은 지금까지 많은 것을 이뤘다. 1988년 국회 광주특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관련자들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위한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1995.12.21)과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등에관한법률’(1997.12.17)이 제정됐다. 또 1997년에는 5월 18일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됐다.
하지만 항쟁의 주역이었던 광주시민과 피해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은 여전히 심각한 정신·경제적 고통에 서성이고 있다.
전남대 오수성(심리학과)교수가 지난 2006년 5·18기념재단과 함께 연구한 ‘5·18민주유공자생활실태 및 후유증실태조사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들의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난다. 5·18 피해 당사자 165명, 가족 85명, 유족 39명 등 관련자 28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유공자 가운데 41.6%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피해당사자 가운데 45.3%인 131명이 ‘월 가구소득 100만원 이하’라고 응답했으며 114명(39.4%)이 ‘100만-200만원’이라고 답했다.
이들 응답자 가운데 53.6%가 자신이 ‘하’층이라고 답했고 35.2%는 ‘중의 하’, 10.6%는 ‘중의 상’이라고 평가했다. 생활실태 변화에 대해 응답자의 22.4%가 ‘5·18 경험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17.5%는 ‘건강상 이유’를, 16.8%는 ‘직장 및 사업상 이유’를, 2.8%는 가족문제, 40.6%는 기타 이유를 꼽았다. 이 연구결과는 지금도 5·18 당시 직·간접으로 국가폭력에 노출된 신체적인 손상,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기억의 상처와 심리적 장애증상, 과거청산 및 보상, 현재의 진실규명의 고통 사이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도 이들에 대한 물질적인 보상이나 신체적인 치료에만 국한될 뿐 정작 정신적인 피해 보상과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또 이들이 겪고 있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연구와 치료프로그램에 대한 결과물도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전남대 오수성 교수는 “5·18 당시 직간접으로 국가폭력에 노출되었던 청소년이나 1980년대에 태어난 광주 ‘트라우마’ 세대들은 인생기반이 된 젊은 시절을 가치혼란과 지역적 굴레에 눌려 상당한 세월동안 서성거렸다”며 “그들의 사회적 실태는 한마디로 빈곤의 심화와 희망의 부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의 삶 전체 영역에서 국가적 차원의 치료와 다양한 지원이 이뤄져야만 5·18로 인한 정서적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며 “집단적인 치료를 통해 사회적 지지와 자존감을 향상 시키는 계기를 만드는데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대안으로 트라우마 센터 건립 등을 제안하고 있다. 5·18 당사자의 심리적 고통, 나아가 국가폭력에 의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5·18민중항쟁이 30주년을 맞은 만큼 역사적 진실규명에 이은 유공자들의 고통스런 삶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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