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지방선거 톺아 읽기’ 이 춘 성 수석논설위원/지역경제문화연구소장 |
| 2010년 06월 10일(목)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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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한국 정치사에 있어서나 지역적으로 한정해도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이명박 정부로부터 대중들의 거대한 이반이 목도(目睹)된 것이나 야권의 ‘연합정치’의 가능성을 확인한 일이 그렇고, 무엇보다 복지·환경 등 생활정치의제가 급부상하면서 대중 속으로 파고든 것에서는 한국 민주주의의 ‘진보’도 감지된다.
투표율 54.5%에 담긴 ‘변화’
지역적으로도 광주·전남 27개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8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뿐만 아니라 기초의원의 30%이상이 무소속과 민주노동당 등 비민주계 후보들로 채워진 것도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선거결과를 놓고 정치세력들은 뼈저린 성찰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겠지만 정말 놓치지 않아야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투표율 54%’에 나타난 민심의 질적인 변화다. ‘질적 변화’로 표현한 것은 역대 선거에 나타나 승패를 좌우했던 ‘바람’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선거 전날까지 실시된 거의 모든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을 빗나가게 만든 이 변화는 정치는 다수의 무관심에 기초하고 있다는 통설(通說)을 일거에 부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투표율 54.5%는 2008년 4·9총선 때보다 높은 것임은 물론 역대 지방선거와 비교해서도 두 번째로 높다. 의미는 이뿐만이 아니다. 투표율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상당수가 선거 때마다 체념과 정치적 냉소로 일관했던 저소득층과 20-30대 젊은층이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사실 이들의 체념과 정치적 냉소는 다름 아니라 정치로는 자신들의 삶과 미래를 보장 받을 길이 없다는데서 연유한다. 그것은 대의성을 상실한 정당정치로 대변되는 민주주의가 더 이상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촛불집회 같은 ‘광장의 정치’에 더 의존해왔다. 이런 그들이 이번 선거에서는 작심한 듯 투표에 참여했다. 선거의 힘을 이용한 정치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20-30대 젊은층의 투표참여는 사실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힘이기도 했다. 이번 선거가 보수언론에 의해 과잉 폄훼돼온 참여정부에 대한 정당한 정정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노 대통령이 죽어서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믿었던 바로 그 변화가 이번 선거에서 다시 감지된 점에서 일리 있다.
하지만 젊은층이 정치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곧 정당에 대한 신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데 우리 정치는 한계에 봉착한다. 정부·여당으로부터 대중들의 이반은 언제라도 야당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은 선거 때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심판이 될 것이고 그 흐름을 읽지 못한 세력들에게는 중대한 타격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 문제는 제(諸) 정치세력이 어떻게 변화하고 대처하느냐다.
2010년에 다시 본 ‘6·10항쟁’
오늘은 스물세 돌을 맞는 6·10 민주항쟁기념일이다. 5·18에 이어 두 번째 한국 민주주의의 ‘기로’였던 1987년 ‘6·10항쟁’은 비록 군부정권을 완전 퇴진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보통·직접선거에 의한 대통령 선거제도를 부활시키며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구석구석의 잠재력을 동력화해 국민들의 사회의식을 폭넓게 일깨우는 계기를 만든 날이기도 하다.
이 6·10항쟁이 절차적 민주주의 혹은 정부의 민주화를 위한 시발점이었듯이 6·2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의 변화가 사회의 민주화, 공동체의 민주화로 가는 출발점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주체라는 자각, 국민 모두가 깨어 있으면 그에 걸 맞는 정부를 가질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이 꼭 2010년식(年式) 6·10항쟁인 듯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