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여울수’의 불편한 진실 이 춘 성 수석논설위원/지역경제문화연구소장 |
| 2010년 07월 22일(목)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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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줍은 글 솜씨 때문에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이었는데 때마침 광주시공무원노조가 논평(7월20일)을 냈다. ‘창조의 싹을 자르고 영혼이 없는 공무원으로 만들 것인가!’로 시작하는 논평은 강 시장이 가슴으로 읽어야할 부분이 많이 들어 있는 것 같다.
‘개방형 임용직위 대폭확대 발표, 취임 정례조회 군기잡기, 인수위 실세 시책교육, 딱지 줍기 동원, 소통 없는 일방적 간부회의, 하향식 정책결정 등에 따른 조직의 경직성과 피로감은 지방정권교체 초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누적되고 있다…. 현 정부 초 이명박 대통령의 ‘얼리 버드’(Early-bird), ‘머슴론’을 연상케 하듯 강 시장의 공무원에 대한 인식은 20여년 전의 사고에 갇혀있는 듯 하다…. (강 시장의) 일방통행식의 사고는 민선 5기 참여와 소통의 자치공동체, 세계 속의 인권·평화공동체라는 캐치프레이즈 창조도시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으로 잘못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논평은 ‘6천여 공무원노동자는 진정으로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를 만드는 길에 자주적으로 행복하게 동행하고 싶다’고 맺고 있다. 공무원들 역시 강 시장의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아직 버리지 않고 있음이다.
강 시장 취임이후 돋보인 것은 쾌도난마(快刀亂麻)의 결단력이다. 도시철도 2호선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나 상무소각장을 이전하겠다는 구상이 그것이다. 민선 4기 박광태 시장의 발목을 잡았던 야구장 신축방안을 개방형으로 못박아버린 것이나 광주공항에 국제선을 재 취항 시키겠다는 것에서도 ‘어지러운 것은 베어버려야 한다’는 의지가 읽힌다.
각계각층의 이해가 어지럽게 뒤엉킨 실타래 같은 요즘 필요한 리더십일 수 있다. 오랜 다툼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불필요한 사업이나 경제성 수익성이 떨어지는 현안을 과감하게 손볼 기회도 된다는 점에선 기대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잊어선 안 될 일이 있다. 쾌도 같은 칼끝에는 강 시장이 그토록 경계했던 독선과 독단행정이 쉬이 숨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광주 수돗물 브랜드 ‘빛여울수’는 벌써 그 기미가 엿보이는 경우다. 당선자시절 상수도사업본부 업무보고(6월15일)자리에서 강 시장은 ‘수돗물을 페트병에 담아 홍보하는 것 자체로 자칫 페트병 수돗물은 깨끗하고 수도꼭지 수돗물은 수질이 좋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했다. 지극히 합당한 지적이었다. 하지만 공무원들 ‘반응’이 문제였다. 빛여울수 공급을 전면중단해버린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확대간부회의(7월12일)에서 강 시장은 ‘일반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가 회의석상에 놓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빛여울수를 공급하도록 지시했다. 이번에도 공무원들은 즉각 반응을 보였다. 2007년 4억여원이 투입되어 설비시설을 갖춘 뒤 지금까지 263만병이나 공급됐던 빛여울수의 운명이 다시 정반대로 바뀌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소통을 외면한 독선과 독단행정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권력자의 심기만을 살피는 공무원을 양산한다. 그는 듣기 좋아하는 말만 늘어놓는 참모들에 둘러싸인다. 그리고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권력자의 눈과 귀를 막고 발목을 잡는다. 강 시장이 평소에도 그랬고 특히 지난 선거운동과정에서도 독선과 독단행정을 지극히 경계했던 이유는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 지방자치법상 단체장이 ‘본래 제왕적’이라고 말하는 건 사기다. 제왕적 단체장을 막으려면 공직자들이 제 위치에 있어야 하고, 의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하며, 지역 언론 또한 제구실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장에게 쓴 소리하는 의장을 고위공직자들이 집단 반박하는 행태로 제왕 같은 단체장의 탄생을 막아내기는 어림도 없다. 의장의 것이건 공무원노조의 것이건 쓴 소리는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빛여울수에 담긴 불편한(?) 진실은 임기 내내 기억할 일이다. 그래야 강 시장이 가진 ‘참여형 리더십’과 어울린다.
아직 때는 늦지 않았다는 내 판단이 옳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