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민심 vs 7·28민심’ 이 춘 성 수석논설위원/지역경제문화연구소장

2010년 08월 05일(목) 00:00

재·보궐선거서 참패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고 한다. “국민이 무섭다…. 광주서는 (민주당이) 정신을 차릴 정도로 이겼다.”
7·28재보선은 이렇듯 민주당에 참담한 패배를 안겼을 뿐만 아니다. 높은 투표율에도 야당이 완패하는 결과도 낳았다. 재보선은 집권여당의 ‘무덤’이라는 관례도 깼다. 지방선거서 압승을 안겨줬던 민심이 결코 민주당에 대한 신뢰를 의미하지 않았음도 여실히 입증했다. 이는 바로 한국의 정당정치가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곧 야권 전체가 당면한 한계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광주서 벌어진 일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득표율 11.83%포인트 차로 이기긴 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승리였다고 보는 이들이 더 많다. ‘민주당 공천장만 받으면 마른 나뭇가지서도 꽃이 핀다’던 공식까지도 거의 깨질 뻔했기 때문이다. 여의도의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는 권력을 과시하듯 ‘색깔론’에 ‘2중대론’까지 들먹이며 거둔 승리였으니 민주당의 사실상 패배로 보는 논리가 더 무겁게 보이는 것이다.
광주서의 민노당 선전 역시 자력만은 아니었다.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광주의 한나라당’(민주당)에 대항해 만든 야권연대의 힘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깃발만 꽂은 민주당에 대한 반감도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그러나 야권연대의 승리라고 백번주장해도 놓쳐선 안 될 것이 있다. 오병윤 후보가 얻은 44.08%의 득표율 역시 민노당에 대한 광주의 신뢰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더 나가 보자. 광주서 민노당이 선전한 것을 두고 어느 인터넷 언론은 ‘애인(愛人:광주)이 민주당에 보낸 마지막 경고장’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마지막일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박 대표 말대로 앞으로 민주당이 정신 차릴 것 같아서가 아니다. 이 보다는 민노당이 ‘광주’의 대안 정치세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징조는 아직 어디서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5·18 30주년의 과제’라는 글에서 조희연교수가 든 광주가 해야 할 새로운 역할 두 가지를 소개한적 있다. 첫째 광주가 민주당의 단순지지가 아니라 ‘해체적 재구성’을 위한 강력한 대중적 요구의 진원지가 되어야 하며, 둘째로 광주정신이 광주라는 공간을 대안적 전형으로 만드는 동력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재보선서 민노당의 선전은 광주가 할 수 있는 새 역할의 가능성을 보인 것이었을 뿐 아직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민노당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고 보아야 한다.
민주당 당권 레이스가 시작됐다. 전당대회는 내달 18일 열릴 것이라 한다.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은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국민들로부터 심판받았다. 처절한 반성을 하고 다시는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밟아가는 과정은 지방선거 패배 후 한나라당이 걸었던 길과 비슷하다. 정몽준 대표 사퇴와 비대위 체제 돌입 등이 그것이다.
지방선거 참패 뒤의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민심을 수용하려는 쇄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민주당이 이런 한나라당의 전철까지 밟는다면 그 결과는 2012년 4·11총선은 물론 대선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가 갖는 의미는 그래서 어느 때보다 심장하다.
전당대회 뒤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막중하다. 그것은 ‘6·2민심’과 ‘7·28민심’이 상통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후보단일화 등 정치공학적인 셈법에만 몰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는 재보선을 통해 그 성공가능성을 예단하기 힘든 대안으로 판명 났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러하다. 전당대회 후 민주당을 비롯한 전체 야권이 해야 할 일은 어쩌면 재보선서 광주가 못 다한 새로운 역할 바로 그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힘겨운 일이 될 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