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도시 광주서 비정규직 양산·유지는 잘못”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앞장선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광산=주형탁 기자 |
| 2011년 03월 29일(화) 00:00 |
|
광주 광산구가 주목받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 최초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했는가 하면 희망부서 신청제, 부서장추천제 및 집단평가 등 다양한 인사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민감한데다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고, 공무원 집단평가 등도 공공기관에서는 쉽지 않은 인사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으로부터 비정규직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들어봤다.
▲광산구청이 공공기관 최초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을 위한 규칙을 공포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이번 규칙 공포는 비정규직 문제를 시스템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철학적 의지에서 출발한 비정규직 처우 개선 문제가 제도로 정착돼야 ‘마침내 완성됐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숙제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일의 특징 등을 충분히 감안해서 기간제 및 무기계약 근로자의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둘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를 아우르는 직무진단을 통해 적소적재에 인력이 배치돼야 한다. 첫째의 경우 용역이 시행중이고, 둘째 사안은 내부적으로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것 중 하나다. 타 지역과 달리 광산구가 서둘러 추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추진배경은 대략 네 가지 정도다. 첫째는 참여정부 시절 사회조정 비서관으로 있으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나왔는데 그 부분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어 구청장이 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데서부터 해보자, 이런 개인적인 배경이 있다.
둘째는 인권도시를 자임하고 지향하고 있는 광주에서, 더군다나 그것도 공공부문에서 편법적인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유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봤다.
셋째는 공공이나 민간 할 것 없이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커다란 숙제다. 이 숙제는 공공부문에서 먼저 모범을 보이는 방식으로 먼저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경제철학, 노동철학과 관련이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공무노동에 대한 정당한 의미부여, 노동에 대한 예의 같은 윤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인건비 충당방안 등 어려움도 예상되는데 문제는 없는지?
-기왕에 지급되고 있는 임금이었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근무여건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적정임금 지급을 위해 임금을 인상하다 보니까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현재 34명 정도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개별 근로자들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씩 늘어나다가 3년 정도 조정 과정을 거치고 나면 연간 최대 3억5천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 돈은 광산구 총인건비의 0.7% 정도다.
일단 이 정도의 금액은 현재 광산구 예산 범위에서 감당할 수 있다. 물론 3억5천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을 쓰는 기준은 크냐 적냐 보다, 적절하냐 적절하지 않느냐가 기준일 것이다. 또 노동에 대한 정당한 지급이라는 점에서 이 금액은 추가 지출이라는 것보다는 정상회복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민간기업에서도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어떤 조치와 의식이 필요한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은 특별한 시혜가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그 동안 오히려 편법을 썼던 것이다. 2년 이상 상시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비정규직법의 ‘입법취지’를 살려야 한다. 정규직 전환은 근로복지라고도 할 수 있는데, 복지 역시 시혜가 아니다. 복지와 성장을 반비례관계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도화된 한국경제의 성격을 감안하면 복지가 성장동력이고 고용창출이다. 정규직 전환이나 적정임금 책정 같은 정책은 그 출발이 윤리적 각성이라 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공무노동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사회갈등비용을 줄이고, 내수 진작에도 도움이 된다. 장기적인 성장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은 우리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광산구가 희망부서 신청제, 부서장 추천제, 집단평가 등 다양한 인사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 청장의 인사 철학은 무엇인가?
-어떤 일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인재를 배치한다는 ‘적소적재’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다. 특히 공무노동에는 더 좋은 일, 보다 하찮은 일이 있을 수 없다. 모든 일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이리 가면 영전이고, 저리 가면 좌천이다’는 말은 적어도 민선5기 광산구청에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신청제, 추천제, 집단평가 등의 목적은 어떤 일을 추진하는 데 누가 가장 잘 할 수 있느냐, 그 일을 정말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냐 등을 교차 점검하는 방식으로 알아보는 과정이다. 일과 인재가 가장 잘 어울리게 하는 것이 나의 인사철학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공정한 인사를 위해서는 구성원이나 관련 당사자들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적용하는지?
-매주 토요일 오전 두 시간 정도에 걸쳐 광산구 곳곳을 걷고 있다. 동행공감 토요걷기라고 한다.
주민들과 걷기도 하고, 구청 내 동호회, 특정 실이나 과 직원들과 함께 걷기도 한다. 걸으면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과 단위로 업무토의를 꾸준히 해 오고 있다. 과의 업무를 놓고 구청장과 함께 폭넓게 이야기하는 자리다. 또 매월 15일에는 전체회의 자리에서 주제토론을 하기도 한다. 해당 실과에 필요한 책을 놓고 이야기하는 시간도 준비되어 있다. 각 동별로 간단한 ‘호프 번개팅’도 생각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광주공항 기능, 군사공항의 소음피해 문제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전투비행장 이전은 광산구민뿐만 아니라 광주시민의 숙원사업이다. 기초단체장이 전투비행장 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솔직히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투비행장 이전 문제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첫째는, 당장 이전할 수는 없기 때문에 소음이라도 최소화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다. 광산구는 구청 차원에서 공군 측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소음을 줄이는 약속을 받아 냈다. 지난해 12월 초 공군에어쇼팀의 블랙이글스 전투기가 원주로 조기에 되돌아 간 것도 구청의 노력이 작용했다.
둘째, 기왕 주민들이 입은 피해는 적절하게 보상해줘야 한다. 지난해 11월 26일 군산 전투비행장 소음피해 소송에서 대법원은 주민들의 손을 들어 주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현실에서뿐만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전투기 소음피해가 입증된 것이다. 광산구에서도 5만2천800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승소 후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 예의주시하고 있고, 지역민, 시민단체,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대책을 세우고 있다.
세번째가 궁극적으로 전투비행장이 이전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광주시, 전남도가 해결 주체다. 아쉬운 점은 늘 광주공항 기능을 중심에 놓고 논의가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광주공항은 군공항을 빌려쓰고 있다.
군공항으로 인한 소음피해 해결을 앞에 놓고 광주공항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광주와 전남이 하나씩만 양보하면 전투비행장 이전 문제가 잘 해결될 뿐만 아니라 실무 진행 과정에서 정부에게 얻어 낼 약속들도 더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하나도 양보하지 않게 되면, 우리 의지와는 무관하게 2014년 개통 예정인 호남고속철과 같은 외부 효과에 의해 공항문제는 강제적으로 조정될 것이다. 시장과 도지사가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주셨으면 한다.
▲구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올해 구정 추진의 중요한 방법으로 나는 현장과 참여로 설정했고, 구민들께 널리 말씀드렸다. 구정의 목적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구민들의 생활현장을 더 좋게 만들자는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구민들의 참여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광산구의 800여 공직자들의 열정을 믿어 주시고, 함께 해 주신다면 ‘사람 사는 세상 더 좋은 광산’은 국도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다.
항상 건강 유념하시고 우리 모두를 위해 서로 어깨 겯고 함께 가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오성수 기자 star555@kjdaily.com
/광산=주형탁 기자
/광산=주형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