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의 욕망 박준수 논설위원 |
| 2011년 06월 28일(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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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반값등록금’ 논쟁의 불씨는 대학사회의 부조리한 욕망과 시장가격의 왜곡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학들은 원가의 투명한 공개없이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등록금 인상을 계속해왔다. 학부모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마련한 등록금은 정작 약속과 달리 교육에 제대로 쓰이지 않고 대학마다 수백억 원의 적립금으로 쌓여 대학의 욕망을 채우는데 사용됐다.
특히 서울소재 대학들은 수도권 집중화와 대학서열화의 기형적인 풍조를 등에 업고 한편으로는 대학정원을 늘리고 한편으로는 등록금 인상 경쟁을 부추기면서 ‘바벨탑’을 쌓아왔다.
심지어는 편입학을 통해 지방대생들까지 대거 끌어 모아 덩치를 불려왔다.
이러한 욕망은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이 ‘미친 등록금’이라며 아우성쳐도 대답없는 메아리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대학의 돈줄을 죄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에서 ‘반값등록금’ 이라는 돌발적인 카드를 들고 나오자 비로소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값등록금’의 발상이 포퓰리즘에서 비롯되었다는 비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등록금 문제를 통해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사회의 리얼리티(reality)를 짚어보는 성찰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왜냐하면 90년대 초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을 기점으로 급격한 양적 팽창을 이룬 한국의 대학은 내부에 짙은 어둠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음에도 학문의 전당이라는 특권적 지위로 인해 은폐되어 왔기 때문이다.
교수채용 과정에서의 금품수수, 교비횡령, 연구비횡령 등 최근 잇따라 불거져 나오는 있는 대학의 갖가지 부조리한 행태는 단순히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화되고 고질화된 증상의 일부일 뿐이다.
이제 대학사회도 학문적 자율성은 보장되어야 하지만, 대학운영의 투명성과 도덕성은 훨씬 높은 수준의 잣대로 검증되어야 한다. 그래야 대학이 국가와 지역사회를 견인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최근 등록금 문제와 더불어 대학의 또 하나의 핫이슈는 취업률 문제이다. 청년실업문제는 우리나라 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고용없는 성장’으로 인한 구조적 원인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리고 유럽의 평균 40% 보다 훨씬 높고 미국보다 앞서는 세계 최고수준의 대학진학율이 빚어낸 결과이다. 하지만 취업률 문제는 대학의 중요한 책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에만 열을 올릴 뿐 이들이 졸업 후 직업을 구하는 문제에는 인색하다.
교육부가 국고지원에 있어 취업률을 지표로 삼고 있어 그나마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참고로 2010년도 광주·전남지역 대학 취업률은 전남대 46.2%, 조선대 43.6%, 호남대 50.9%, 광주대 58.9%, 광주여대 61.1%, 남부대 55.7%, 동신대 62.5%, 대불대 47.4%, 목포대 48.5%, 목포해양대 63.7%, 순천대 45.0% 등으로 50% 안팎수준이다. 경제학에서 적용하는 비용편익(C/B)분석의 관점에서 등록금 대비 취업률을 보면 다른 지역 대학보다 좋은 편이라 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다른 지역 주요대학들의 취업률은 강원대 54.9%, 경북대 53.8%, 영남대 53.2%, 부산대 51.5%, 동아대 49.8%, 충남대 50.3%, 경상대 48.1% 등 우리지역 대학들보다 대체로 높은 취업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즉, 다른 지역대학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자녀 대학교육을 시킨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격차를 줄이는 해법은 대학의 비용절감 노력과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대학은 이제 욕망의 꼭대기에서 내려야 할 때가 왔다. 대학입학자가 대학정원보다 크게 부족한 ‘유니버그’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고 정부가 구조조정의 칼을 꺼냈으니 대학이 살아남는 길은 욕망의 부피를 줄이는 것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