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교문 나서면 실업자 낙인…미래 걱정에 휴~학 광주·전남 청년실업 해법은 / <1>지역 대학생 졸업이 두렵다 대기업 문턱 너무 높고 공무원시험 올인 대세 인원 남아도는데 지역 中企 “사람없다” 울상 취업난·인력난 공존…잡 미스매칭 해결 시급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2011년 09월 22일(목) 00:00

가을이 오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마음이 더욱 분주해졌다. 올해 마지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지역대학생들은 도서관과 학원가에 상주하며 치열한 취업 전선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 궁동 학원가 모습./김기식 기자 pj21@kjdaily.com

청년실업이 문제다. 그냥 문제가 아니라 매우 심각하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인력이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 대체가 아니면 안된다고 한다. 양쪽이 시끄럽다. 지역 대학 졸업자들은 ‘지방 출신’, ‘지역 대기업 부재’라는 상실감에 시달리며 취업전선에서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지역 기업들은 “산단에 젊은 그림자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말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잡 미스매칭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년실업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 등을 10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올해 대학 4학년인 양기혁(26·용봉동)씨는 요즘 불안하고 초조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얼마전 치러진 경찰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양씨는 현재 치솟은 등록금 때문에 2학기를 등록하지 않은 상태다. 예년 같았으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신이 납부금을 보탰지만 이번엔 시험 준비 때문에 도통 일할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학자금 대출을 신청해 남은 학기를 마칠수 있지만 양씨는 단호하게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빚내서 학교를 졸업해도 딱히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양씨처럼 불안한 미래 때문에 학교를 휴학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등록금이 너무 비쌀뿐더러 졸업하면 곧바로 실업자의 낙인이 찍힌다”는 불안감에 휴학을 하거나 대학원 진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휴학을 하더라도 학교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날마다 학생처럼 등교해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공부를 하고 있다.
좀더 여유가 되는 학생들은 아침부터 동구 학원가에 나가 토익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을 다닌다. 학교를 다녀도 불안하고 휴학을 해도 불안한 88만원 세대. 이들은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이 두려움 그자체인 것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막연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이들의 목을 죄고 있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올 하반기 상장기업 429개사의 하반기 대졸신입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체 채용규모가 전년대비 3.3%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 훈풍’이라는 각종 보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채용규모가 감소한 것은 대기업은 늘었지만 중견, 중소기업은 전년보다 큰 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일자리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청년 일자리는 2010년 하반기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대기업 채용 소식이 늘어난 것도 광주·전남으로서는 그리 희소식은 아니다. 대기업 입사 지원자들의 기본 스펙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난 경우가 많은데다 상대적으로 지방대 출신라는 자괴감에 원서조차 접수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상위권 대학이라 불리는 전남대와 조선대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2011 대학·계열별 취업률’에서 각각 51.5%와 49.6%로 나타났다. 이 성적은 가 군 그룹의 29개 대학 중 하위권 수준이다.
안그래도 전국 556개 고등교육기관(4년제·전문대·교육대·산업대·각종학교 등 397개교와 일반대학원 159개교) 졸업자(작년 8월 졸업생 포함 55만9천명)의 취업률 평균은 58.6%로 10명중 6명이 취업하고 4명은 노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에 지역 상위 대학의 성적표가 이러하니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마음은 심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지역 대학생들이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것은 바로 공무원 시험이다.
광주 궁동 학원가는 매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넘쳐난다. 심지어는 지역의 낮은 합격률을 의식해 서울로 원정 취업 유학을 떠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수 있다.
최춘우(23·여·가명)씨의 경우 “광주에 있어봤자 도저히 취업할 자신도 없고 광주·전남 공무원 자리도 많지 않아 경기도권을 노리고 서울로 취업 유학을 떠난 적이 있다”면서 “2년간 시험준비했으나 결국 합격하지 못하고 다시 광주로 내려와 복학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씨에 따르면 “서울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며 이 지역 대학생 휴학자들을 많이 볼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모두들 타지 생활과 공부에 지쳐 정작 합격률은 높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젊고 패기가 넘쳐야할 대학 졸업생들은 점점 움츠러들어 전공도 꿈도 미래도 없이 하루하루 공부에 매달려 시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이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동안 광주·전남의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광주·전남 중소기업청이 지역 중기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를 보면 지역 중소제조업체의 65.1%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온다.
이 조사에 따르면 규모별로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응답에 1-9인 업체 54.5%, 10-49인 업체가 66.7%, 50-299인 업체가 73.0%로 나타나 종업원 규모가 클수록 인력이 부족하다는 응답비율도 높았다.
부족한 직종으로는 단순근로자가 44.9%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기능직 25.0%, 기술직 17.7%, 사무직 및 기타 12.4% 등의 순으로 나타나 생산직(단순근로자, 기술직, 기능직)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업체비율이 87.6%로 사무직, 연구직에 비해 매우 높아, 중소제조업의 인력난은 생산직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별로 인력채용계획의 경우 전남(70.3%)보다는 광주시(76.8%)에서 규모별로는 1-9인 업체(58.0%), 10-49인 업체(75.6%), 50-299인 업체(84.7%)로 규모가 큰 업체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력채용계획 사유(복수응답)로는 현재인원의 절대적 부족이 51.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들이 모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지역내 적합한 경험자나 적임자가 없음이 52.5%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왜곡된 인식(35.0%), 회사 소재지의 지역여건(30.8%) 등이 뒤를 이었다.
이같은 현상은 일하고 싶은 사람도 넘쳐나고 일할 자리도 넘쳐나지만 둘 사이의 간극이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학 졸업생의 경우 한쪽에서는 “대학을 나와도 갈데가 없다”고 말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대학까지 나왔는데 지역 중소기업을 다니겠느냐”는 인식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전남지방중소기업청 공공판로지원과 김도완 주사는 “취업난과 인력난이 동시에 공존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면서 “과거에는 지역 중소기업의 복지나 급여 수준이 대기업에 턱없이 부족했지만 현재는 적정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도 지역 청년들의 관심은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