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구급차 다중출동체계 도입’ 외상 사망률 줄여야 응급의료 지방화모델 만들자 / 1. 응급의료 현주소 (1)병원전 이송단계 적절한 응급처치 시행률 36.8% 그쳐 응급구조사 업무지침 위반사례 63% /박상원 기자 swp@kjdaily.com

2011년 09월 23일(금) 00:00

전남대병원은 광주권역 응급의료센터로 지역에서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체계적인 응급진료 시스템을 갖추고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당직 의사들과의 ON CALL SYSTEM으로 30분 이내에 과별 처치를 받을 수 있다.구급차에서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하고 있는 모습.

지난 1월 21일 새벽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6발의 총상을 입고 살아난 석해균 선장과 지난 7월 4일 해병대 총기 난사사건으로 1발의 총상을 입은 박 상병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중증 외상환자에 대해 신속하고 전문적 치료가 가능하다면 사망할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응급의료체계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이다. 국내 응급의료체계 전반에 대해 실태와 문제점, 대책을 살펴보고, 지방화시대를 맞아 응급의료의 한 축인 지역별 특성에 맞는 응급의료의 모델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응급의료는 응급현장에서 응급처치부터 응급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이송, 응급환자 진료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2008년 현재 예방 가능한 외상사망률은 33%(미국 몬태나주 15%, 싱가포르 22.4%)에 이르고 지역별 편차도 매우 크다. 구급차내 필수 응급처지 실시율은 37%에 불과하며 2009년 현재 응급의료기관의 60%가 시설·인력 등의 법정지정기준에 미달하고 있다. 또 응급환자 신고·접수, 응급처치, 이송 등에 합리적인 기준이 없어 응급환자 이송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응급진료를 담당할 의료진에 대한 관리도 부실해 응급환자가 적정한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 또는 악화되는 등 응급의료체계의 적정성·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송·응급처치의 첫 단계인 119구급차 출동체계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환자 긴급도 분류와 구급차의 다중 출동체계를 갖추지 않고 있다. 다중출동체계는 구급차 출동지시를 내리는 상황실에서부터 환자의 긴급도(중증도)를 분류해 일반응급환자에게는 적은 자원을 투입하고, 중증응급환자에게는 전문적인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전략으로 구급차 운영의 맞춤형 출동이 가능하다.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응급환자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신고·접수단계에서 환자의 의학적 긴급도에 따라 기본응급처치 또는 전문응급처치가 가능한 장비와 인력을 갖춘 구급차를 출동시킬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소방방재청은 2009년까지 이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을 세웠으나 현재까지 도입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이 2008년부터 2010년 9월 사이 119구급대가 이송한 환자중 무의식, 호흡정지 등 증한 증상이 있는 환자 502명을 추출해 응급의학전문의의 자문을 받아 다중출동체계가 응급환자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1급 응급구조사가 탑승하고 원격화상으로 의료지도를 받을 수 있는 중환자용 구급차가 출동했어야 하는 사례가 435건, 긴급하지 않은 사례가 60건, 긴급도 판단 불가능 사례가 7건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응급환자 이송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응급의료이송정보망을 운영하고 있고, 소방방재청은 119구급대를 편성해 응급환자 이송을 담당하고 있다. 구급대원 등 응급환자 이송 담당자와 환자·보호자 등이 적정하게 최초병원을 선택할 수 있어야 불필요한 병원간 이송을 줄일 수 있고 신속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뇌졸중 등 중증환자의 경우 생명유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적정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의료장비와 인력을 보유한 의료기관을 선택해야 한다.
감사원이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 131개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응급환자진료정보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초병원 선정을 잘못해 전원(轉院)이 발생한 경우 사망률은 3.5%로 전원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의 사망률 1.2%의 약 2.9배로 나타나 응급환자에 있어 적절한 최초병원 선정이 응급환자의 생존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구급차 이송중에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응급구조사가 준수사항을 지키고 지도의사의 지도가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이 2008년부터 2010년 9월까지 119구급대에서 이송한 환자중 뇌졸중 등 중증환자 549명을 추출해 확인한 결과, 이송시 활력징후 측정 등 환자 감시·처치 규정을 위반한 경우가 298건에 이르는 등 업무지침 위반 사례가 346명 63%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응급구조사 업무지침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령이 없고, 지도의사 관리지침의 부재, 지도의사와 응급구조사간의 중계시스템(Criteria Call- 의료지도 의무화제도)도 없어 응급의료가 부실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응급환자 이송병원은 구급대원이 응급환자이송정보망을 통해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을 확인해 1차적으로 확인한 후 환자·보호자의 동의를 구해 이송하고, 환자·보호자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 최종적으로 지도의사와 병원을 선정하도록 병원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소방방재청은 구급대원의 중증도 분류 오류와 이에 따른 책임, 민원발생을 우려해 환자의 중증도 구분 기준을 정하거나 분류체계 마련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하지 않고 있다. 또 의료기관 선정주체나 선정절차 기준도 없이 막연하게 환자의 중증도 및 질병내용을 고려해 환자의 치료에 적합하고 가까운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구급대원은 2008년부터 2010년 9월까지 전국 119구급대에서 1차 이송한 환자 380만7천331명중 311만2천229명(81.74%)을 환자·보호자가 원하는 의료기관으로 이송했다.
응급의료의 적절성에 대한 주요 지표인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을 현 32.6%에서 선진국 수준인 10-20%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응급의료의 각 단계의 질적 수준관리가 필수적이다.
복지부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이송 및 응급처치의 적절성을 조사한 결과, 응급서비스의 질이 개선되고는 있으나 2009년을 기준으로 적절한 응급처치 시행률은 36.8%에 지나지 않는 등 응급처치의 질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권 맞는 응급의료체계 확립을”
허 탁 전남대의대 응급의학교실 주임교수

“생활권과 진료권에 맞는 응급의료체계 확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역별 특성과 여건에 맞는 응급의료체계 확립을 강조하는 허 탁(전남대의대 응급의학교실)교수는 “응급환자 발생시 병원전단계(신속한 이송·적절한 병원 선정)와 병원단계 진료의 유기적인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응급환자 이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시간으로 모든 응급의료기관이 1339의료정보센터에 의료정보를 전달해 환자의 증상에 맞는 적절한 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해 진료를 받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지역 소방안전본부의 119와 응급의료정보센터 1339, 응급의료기관간 통합의료정보를 유기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응급의료위원회가 활성화돼야 하고, 사례 검토를 통해 미흡한 점을 개선해나가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중중응급환자에게 적용되는 전문인명구조술은 10분이내 이뤄지는게 바람직하지만 구급차가 8분이내 현장에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중증외상환자 치료의 골든타임은 1시간 이내로 도서지역과 농촌벽지 응급환자를 위해서는 헬기이송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현재 응급의료기관이 지역별로 편중돼 있으며 응급기관이 과다해 적절한 수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응급의료기관 지정 권한을 갖고 있는 시·도지사가 진료능력을 고려해 지정하고 법정기준이 미달되는 곳은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박상원 기자 swp@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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