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복지부·소방청, 환자이송 정보공유 엇박자 ‘갈등’ 응급의료 지방화모델 만들자 / 1. 응급의료 현주소 (3)응급의료정책 추진 체계 접수단계에서 병원진료까지 유관기관 협조 필수 불구 질관리 주체 등 합의 실패 예방가능사망률 줄이기 위해 응급진료 정보 서식 통일 의료질 향상 공동노력 절실 /박상원 기자 swp@kjdaily.com

2011년 10월 21일(금) 00:00

구급차 출동 채비 119 구급대원이 응급상황 발생 통보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하기 위해 구급차에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은 구급업무의 의료지도, 질관리 도입 등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응급의료체계는 응급의료환자 발생 현장→의료기관 이송→이송중 응급처치→의료기관 응급환자 진료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응급의료는 응급환자 발생후 병원 전 이송과정이 신속하고 환자의 상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는 적절한 응급처지를 하면서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적합한 병원이 선정돼야 한다.
소방본부의 종합상황실 접수 단계부터 병원진료까지 유기적으로 관련 기관간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살릴 수 있는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예방가능사망률을 줄일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정보센터(1339)를 통해 응급환자의 이송 및 응급처치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 119구급대에 제공하거나 표준 응급처지 방법을 제시하는 등 응급의료를 총괄하고 있고, 소방방재청은 119구급대원이 보건복지부가 제공한 병원정보와 응급구조사 업무 지침 등에 따라 응급환자 이송과 응급처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의 협조는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5년 7월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은 ‘병원 전 단계 질관리 체계 도입’을 내용으로 현장 및 이송단계 응급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개선방안에 합의했으나 양 기관의 고질적인 갈등으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의료지도 활성화, 정보 공유, 질관리 체계 도입 등으로 지도의사 지침 부재, 정보공유노력 미흡, 질 관리 주체 합의 실패 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두 기관간 갈등의 원인을 보면 보건복지부는 소방방재청이 보건복지부의 관여를 배제하고 이송 및 응급처치 등 구급정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소방방재청은 1급 응급구조사 확충전략, 지도의사 지침 제정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이송 및 응급처치 정책을 반대한다고 여기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주요 갈등내용은 1)병원 전 단계 평가에서 119 구급차 재이송률 등 119구급활동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평가에 대해 소방방재청 이관 주장 2)보건복지부의 지역응급의료 시행계획 수립 등 119 구급대 예산편성시 소방방재청의 역할을 포함하고 일반회계 예산으로 별도 편성 추진 3)헬기공동이용체계 구축에 소방방재청은 자체 구조구급체계가 구축돼 있어 공동이용에 반대하고 보건복지부는 대형재난에 신속대응하기 위해 공동이용체계 구축 필요 등이다.
이같은 갈등으로 의료지도 체계 구축이나 질관리 체계 도입 등 병원전 이송단계 정책이 활성화 되지 못해 응급환자의 생존율 제고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응급환자의 이송·응급처치 정보와 진료정보의 공유가 제대로 안돼 두 기관간 협의를 통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응급구조사가 현장에서 병원까지, 병원에서 다른병원으로 이송하고 응급처치한 상황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40조 제16호 서식인 ‘출동 및 처치기록지’에 작성한 후 이송한 의료기관을 통해 응급의료정보센터에 제출하도록 해 이송·응급처치 정보를 생성 관리하고 있다.

■구급활동일지 응급의료이송정보망 연계현황(2010년11월 현재, 단위:건)<자료:감사원>

이에 반해 소방방재청은 119구급대원에게 구조대 및 구급대의 편성운영에 관한 규칙에 정한 36조 제5호서식인 구급활동일지에 기록해 구급활동정보시스템에 입력해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응급환자의 이송 및 응급처치 정보가 두 기관간 다른 서식에 기록 관리되고 있어 효율적인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못해 응급의료의 질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응급환자의 이송 및 응급처치의 적절성을 판단하고, 사망환자의 예방가능 사망률을 분석해 응급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두 기관의 응급환자 이송정보와 응급진료정보를 확인해 이송에서 진료까지의 정보를 유기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서식을 통일시켜 서로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건복지부는 119구급대의 이송 및 응급처치 정보와 진료정보를 연계하기 위해 2007년 6월부터 2009년 7월까지 11개 시·도 소방종합상황실에 구급활동정보시스템과 응급의료이송정보망을 연계하는 서버를 설치, 각 응급의료정보센터로 하여금 해당지역 시·도소방본부로부터 구급활동 데이터 베이스를 제공받아 관리하도록 했다.
그러나 소방방재청은 2009년 구급활동정보시스템을 개선하면서 연계서버와 응급의료정보센터의 시스템 환경도 함께 변경해야 하는데 보건복지부와 별도 협의없이 구급활동정보시스템 환경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이 응급의료이송망이 설치된 11개 시·도소방본부 구급활동일지 자료의 연계실태를 확인한 결과, 전남의 경우 2009년 11월께 이송정보망 연계 서버로 구급활동일지 정보를 전송하는 파일경로를 잘못설정해 전송할 파일이 없는 상태로 방치되는 등 8개 시·도소방본부와 응급의료정보센터간 연계가 단절되어 있었다. 응급환자의 예방가능한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선 두 기관간 의료정보 공유를 통한 응급의료의 질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응급구조사 구급업무 분명한 의료행위 의료지도 등 질관리 도입 평가받아야
유인술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주임교수

“지난해 소방방재청에서 복지부로부터 의료지도 관련 예산을 8개 시·도에서 받아 운영했는데 4개 시·도는 운영을 하지 않아 전액 반납됐다. 올해 또다시 4개 시·도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는데 실제적인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인술 충남대 응급의학과 주임교수는 소방청과 응급의료기관간 협조관계를 단적으로 이렇게 표현하고 소방청과 응급의료기관간의 유기적인 협조가 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유 교수는 “소방청에서 의료지도 관련 예산을 받고도 활용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자 시·도 소방본부에 이용건수 할당을 지시해 구급대원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방방재청의 구급에 대한 인식과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소방방재청이 경쟁이 없어 문제에 대한 스스로의 개선노력이 부족하다”며 “현장에서의 구급업무, 병원 전 단계의 응급치치 부분을 담당하는 소방방재청이 구급에 대해 전문성이 매우 미흡하므로 응급의료에 대한 지도와 자문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구급차가 응급현장에 출동해 병원으로 이송한 건수 가운데 구급차 출동이 불필요한 경우가 현재 70-80%에 이르고 있어 예산낭비가 심각하다”며 “소방청 전체 업무가운데 구급업무가 80-90%에 달하지만 구급은 조직에서 소외받고 있으며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구급업무의 전문성이 부족해 구급차의 출동여부도 제대로 판단 할 수 없는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유 교수는 “소방청이 구급업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민의 생명을 더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아 한다”며 “소방청에 구급업무를 전담하는 결제선상에 있는 조직이 있어야 하고, 구급대원들이 응급현장에서 신속하게 의사의 의료지도를 통해 적절한 대응을 하고 치료가 적합한 가장 빠른 병원으로 이송해 예방가능사망률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방청의 응급구조사가 응급현장에서 하는 기도삽관 또는 혈관잡기, 약물투여 등은 분명한 의료행위다”며 “응급구조사에게 구급업무를 하게하는 것은 현실구조상 병원전단계에서 의사가 나갈 수 없는 구조이므로 응급의료행위를 법으로 위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같은 상황임에도 “소방청은 조직의 이기주의를 앞세워 구급업무를 의료행위로 보지 않고 단순한 소방업무의 하나인 구급업무라고 간주, 의사의 의료지도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 예산낭비는 물론 국민의 생명을 잃게 하는 무모한 행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박상원 기자 swp@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