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스포츠대회] ‘대구세계육상’ 침체된 도시에 ‘자신감’ 심었다 국제스포츠대회와 지역사회 <2>국내 국제스포츠대회 개최지 명암① 만석관중 등 성료…도시 브랜드·역량 상승 성과 자원봉사·서포터즈 지역민 혼연일체 참여 ‘호평’ 투자유치·스포츠도시 조성 등 ‘포스트 프로젝트’ 추진 /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

2011년 11월 07일(월) 00:00

지난 8월27일부터 9월4일까지 대구에서 열린 ‘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경제적인 효과는 물론 대구 도시브랜드 가치 상승과 함께 대구시민들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시민의 힘을 확인시켜 준 빅 이벤트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대회 폐회식 전경./영남일보 제공

지난 1986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에 이어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서울’이라는 도시가 전 세계에 알려져 국제적 위상이 올라갔다. 국가 및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에 따라 경제적 실리도 뒤따랐다. 국제스포츠대회 개최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들어선 서울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국제스포츠대회 유치에 나서 1997년 부산과 무주·전주가 각각 동아시아경기대회와 동계 U대회를 개최했고, 1999년에는 강원도에서 동계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렸다.
이어 부산이 2002년 하계 아시아경기대회를, 대구가 2003년 하계U대회를 유치했다. 특히 2002년에는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월드컵이 열려 각 도시의 역량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부산은 같은 해 열린 월드컵과 아시아경기대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두 번째 도시라는 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며, 1996년부터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까지 높였다. 이를 통해 도시의 발전을 10년 이상 앞당기는 성과를 거뒀다는 자체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부산아시아경기대회는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 지역에서 열린 최초의 대규모 국제스포츠 행사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뿐만 아니라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 미녀 응원단이 북한 선수 응원을 위해 부산을 찾으면서 남북 민간교류는 물론, 화해의 물꼬를 트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이듬해 대구에서 열린 하계U대회에도 북한 미녀 응원단이 방문하면서 대학생들의 스포츠축제 임에도 대구는 전 세계적으로 또 한번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2003대구하계U대회는 당시 대구에서 치러진 가장 큰 규모의 국제행사라는 점에서 대구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역대 최고의 대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 각 동별로 구성된 시민서포터스는 각국 선수단 입국 환영식에서부터 경기응원, 식사초청, 시내관광, 선수촌 위문 등에 이르기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아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는 대구라는 도시를 세계에 적극적인 알리는 일과 함께 대구시민으로서의 자부심까지 느낄 수 있도록 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시민서포터스는 8년 뒤 올해 대구에서 열린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난 8월27일부터 9월4일까지 대구에서 열린 ‘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대구시민들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시민의 힘을 확인시켜 준 빅 이벤트였다.
대구 역사이래 가장 큰 규모의 국제행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대구 시민들은 하나가 됐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마라톤 경기에서 시민들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영남일보 제공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맡은바 일에 최선을 다한 자원봉사자, 대구의 좋은 이미지를 하나라도 더 심어주기 위해 생업도 뒤로한 채 외국 선수들의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은 서포터스들 모두가 만들어 낸 성공 대회로 평가되고 있다.
경제적인 효과와 대구 도시브랜드 가치 상승 등을 떠나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대구의 힘을 시민들 스스로에게 확인시켜 주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17년째 전국 꼴찌, 떠나고 싶은 도시, 대기업 하나 없는 곳, 신공항 건설 백지화 등 그동안 대구시민들은 ‘되는 게 없다’라며 스스로를 자책하며 대구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가득 찬 관중석에 깔끔한 관전매너, 관람객 80% 이상이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도심에서 열린 로드경기(마라톤·경보)에 따른 교통통제의 적극적인 협조, 외국인에 대한 친절함 등 시민들 한명 한명 모두가 대구홍보대사라고 할 정도로 무엇 하나 흠 잡을 데 없었다.
이를 통해 대구시민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대구시민임이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계기를 마련, 국제스포츠대회 유치가 지역사회와 지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은 국제스포츠사회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최근 ‘세계육상대회의 성공에 대해 감사하고, 전 세계 육상인은 대구가 이번 대회에서 세운 수준 높은 기준을 최고로 평가하며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는 내용의 서신과 함께 오는 12월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열리는 ‘세계육상갈라’(World Athletics Gala)에서 세계육상 발전에 탁월하게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해 대구에 ‘국제육상도시 트로피(IAAF Athletics Trophy)’를 수여키로 했다고 대구시에 알려왔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개최는 침체된 대구 발전의 원동력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대구시는 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 개최를 발판으로 도시 업그레이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높아진 도시 브랜드를 활용해 투자유치 활성화, 국제비즈니스 강화, 지역기업 글로벌화, 문화·관광 진흥, 스포츠도시 조성 등을 추진하는 ‘포스트(post) 2011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성숙된 시민의식이 대회성공 비결”
2011대구세계육상대회 공동조직위원장 김범일 대구시장

“대구시는 올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를 통해 아름다운 도시경관과 시민들의 저력, 첨단산업도시라는 것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인 김범일 대구시장은 “이번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대단히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한다”며 “가장 큰 성과는 대구의 도시 브랜드 가치 향상과 시민들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국내에서는 아직 비인기종목에 머물러 있는 육상대회를, 그것도 서울이 아닌 지방도시 대구에서 개최됐지만 역대 대회와 비교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성공적인 대회라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대구 역사 이래 최고의 행사로 기억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시장은 특히 “최첨단 경기장과 최고 수준의 경기운영, 만석 관중과 수준 높은 관람 및 응원, 간결하지만 품격있게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린 개회식, 역대 최고 수준의 선수촌 시설과 선수촌내 연습장, 안전하고 편리한 숙식과 문화행사 등은 대회가 성공했다고 평가받는데 충분했다”면서 “대회 성공개최에 만족하지 않고 투자유치, 문화관광 활성화, 도시 이미지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대구가 세계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 비결은 자원봉사자, 시민 서포터스의 열정적인 헌신과 시민들의 선진의식”이라면서 “이번 대회 성공을 투자와 관광으로 연결시키고, 대구를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포스트 2011 프로젝트’를 추진, 대회 개최 성과를 극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 시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시민들이 하나로 똘똘 뭉친다면 어떠한 난관도 돌파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됐다”며 “무한한 자신감과 자긍심을 되찾아 글로벌 도시 대구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힘차게 달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시장은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준 대구시민들이 이번 성공대회 개최의 진정한 주역”이라면서 “국제스포츠대회 개최를 앞두고 있는 타 지자체들도 시민들과 하나가 돼 대회준비를 한다면 반드시 성공대회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