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스포츠대회] 과도한 경기시설투자 지방 재정악화 부추겨 국제스포츠대회와 지역사회 /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 |
| 2011년 11월 14일(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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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적자보다는 글로벌화 등 무형의 효과가 더 크다는 이유를 들어 지방채 발행과 민자 유치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 국제대회 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 ‘과대포장’
국제스포츠대회를 유치하게 되면 통상 경제적 효과를 제시하는 자료가 쏟아진다.
실제 지난 9월초 폐막한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생산유발 효과 5조5천400억여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2조3천174억원, 고용 유발 효과 6만2천여명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002년 아시안게임 개최지 부산 역시 대회 개최로 10조9천500억여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29만4천명에 달하는 고용 유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현재 부산시가 이같은 경제효과를 거뒀는지는 의문이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대회 유치때만 해도 막대한 경제효과 등 장밋빛 성과만 부각됐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재정부담이 커 정부의 지원을 바라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토로했다.
경실련 등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대부분의 경제효과 분석자료는 정부 산하 국책연구원이나 지자체 부설 연구원의 용역 조사 결과를 근거로 하고 있어 객관성이 결여된다”며 “대회기간 동안의 한시적 경제효과나 지역 인프라 개선 외에 지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장 ‘치적쌓기’ 지적 제기
정부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로 각각 3천400억원, 1천700억원 이상의 흑자를 거뒀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올림픽 결산에 경기장 건설과 이에 따른 사회간접자본비용 2조원 가량이 빠졌고, 한·일월드컵 때도 10개 도시의 신축 경기장 비용인 2조원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장 건설이 이들 대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결산에서 빠졌지만 이를 포함하면 적자 대회라는 주장이다.
국제대회 개최시기를 전후해 외국인 관광객 수를 살펴봐도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구의 경우 지난 2001년 30만명이었던 외국인 관광객 수는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24만명으로 감소하더니 하계유니버시아드를 개최한 2003년에는 17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부산도 2002년 외국인 관광객이 200만명이었으나 이듬해인 2003년에는 147만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앞다퉈 국제스포츠 대회 개최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해당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를 위해 국제대회를 유치한다는 비난여론을 경제적 효과라는 명분으로 가리는 면이 있다”며 “정치인과 언론도 지자체의 과대포장에 한 몫 거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다투자’ 지방재정 부담
대구시는 올해 치른 세계육상대회로 2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대구시는 상당액의 대회예산을 국비와 민자 유치 등으로 충당하고 기존 경기장 시설을 활용했지만 수천억원의 지방재정이 투입된 것이 사실이다.
대구시는 대회 운영비 명목으로 1천758억원, 대구스타디움 시설 개보수 708억원 등 모두 2천466억원을 썼다. 마라톤코스 확장·정비와 진입로 개설, 육상진흥센터 건립비 등 국비 994억원을 더하면 지출액은 3천460억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다 참가 선수단 숙식비용을 모두 육상대회 조직위에서 부담한데다 국제육상경기연맹의 규정에 따라 스타디움 안 또는 외각에 수익시설을 두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회 수입은 입장료, 선수촌 임대료 등을 합쳐 924억원에 불과했다.
부산시 역시 2002년 한일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2001년 준공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 2천3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부산시는 2002년 아시안게임과 2005년 에이펙(APEC) 등을 유치하면서 발행한 지방채의 누적 적자가 2조원에 달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기도 했다. 재정 건전성 악화는 상하수도 및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한만수 대구세계육상대회조직위 기획조정팀장은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데 10조원이 들어간다. 대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5조원의 도시 브랜드 홍보효과를 거뒀다”고 무형의 경제효과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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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보전 수익방안도 논란
이처럼 국제스포츠대회 개최 이후 발생하는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 지자체들은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대형할인점을 경기장 시설에 유치하고 있다.
대형마트 유치가 지자체의 적자폭을 줄이는 ‘생존코드’로 부각됐지만 이로 인한 지역 재래시장이나 영세상인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유치한 국제대회가 되레 영세상인 등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 된 셈이다.
실제 부산시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필요한 주차공간 확보와 경기장 시설유지를 위해 홈플러스를 입점케 했다.
홈플러스는 부족한 경기장 주차공간을 만들어 시에 기부채납한 뒤 50년간 부지를 무상 사용하는 대가로 기부금 581억4천만원을 냈다. 또 주차장 건립에 326억원을 썼다.
대구스타디움 주차장 지하공간에도 역시 홈플러스가 들어섰다. 대구스타디움 주차장 지하공간 개발은 대구시가 세계육상대회를 앞두고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한 사업으로, 사업시행사가 20년간 상업시설에 대한 운영권을 갖고 매장 운영 등을 통한 수익금 중 30억원을 매년 대구시에 기부하는 조건이다.
광주 월드컵경기장에도 롯데마트가 연간 45억원의 임대료 조건으로 들어섰고, 인천은 할인점을 유치하려다 재래시장 상인과 지방의회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면밀한 사후계획없이 무리하게 추진되는 국제스포츠대회는 오히려 지역민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영세상인을 보호해야 할 자치단체가 국제행사와 수익 창출을 빌미로 거대 유통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은 이율배반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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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년 부산체육시설관리사업소장
“국제스포츠대회 개최 이후 시설운영에 대한 지방재정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수익창출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등 부산지역 주요 경기시설을 관리하고 있는 김무년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장은 “그동안 2002아시안게임 등 크고 작은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도시브랜드 가치 상승 등 긍정적인 효과가 컸지만 지방재정 부담 가중 등 역효과도 발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소장은 “국제대회 관련 체육시설을 조성할 당시에는 향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계획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으로 사용된 부산종합운동장에서 한해동안 발생하는 적자만 15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어느 자치단체나 공공시설물에서 흑자를 올릴 수 없는 만큼 재정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익모델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부산시의 경우도 대회 개최 이후 체육시설 대관료 등만으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수익성이 높은 부대사업을 끌어와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산시는 지난 2004년부터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측으로부터 연간 13억-15억원의 기부금을 받고, 주경기장 유휴공간에 수익시설인 웨딩홀을 유치해 매년 13억7천만원의 대관료를 받고 있다.
또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을 대관해주거나 주경기장 사무실 임대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김 소장은 “하지만 적자 해소를 위해 수익사업에만 치중할 경우 체육시설이 갖는 공공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며 “이에 부산시는 가변좌석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홈 프로축구 구단인 (주)아이파크에 5년간 주경기장을 무상 사용토록 하고 있으며 50개의 임대 사무실 중 공익기능이 있는 35개 사무실의 경우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부산아시안게임 등을 개최하면서 대회운영이나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 등 무형적인 면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재정이나 사후관리 면에서는 지방정부의 부담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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