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양극화와 ‘버핏세’ 오성수 논설위원 |
| 2011년 11월 15일(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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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난 후 나 후보의 낙선요인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다. ‘안풍’ ‘젊은층과의 소통부재’ ‘소셜네트워크(SNS)’ 등등이다. 그중 하나가 소위 헌법보다 더 위력이 크다는 ‘국민정서법’을 자극했기 때문이란 설이 설득력을 얻었다. 학교법인 이사장 딸에 막대한 재력을 갖춘 판사 출신인 그녀가 연 1억원에 달하는 강남의 피부클리닉을 다녔다는 것은 서민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서울시민들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나 후보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된 사람이 존경받고,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발전한다. 우리 사회도 의식이 많이 성숙해 지면서 부자들에 대한 일방적인 질시는 거의 사라졌다. 자수성가해 부자가 되거나 공인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돈을 벌고 기부에도 인색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존경심을 보낸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사회가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면서 부자와 중산층, 서민층 및 저소득층간 함께하는 공감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산층이 줄고 서민층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은 지난해 572만원에서 517만원으로 9.6% 감소했고, 금융부채는 평균 1천042만원으로 27.2% 급증했다.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은 65만원에서 102만원으로 60% 가까이 늘었다. 물가 상승과 구직난, 내수 부진 등이 장기화하면서 빚으로 생계를 꾸리는 저소득층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해야할 중산층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교육비와 주거비가 가계지출의 50%를 넘어서자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신 빈곤층으로 전락하면서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
이밖에 기업은 대기업과 소기업으로 이원화 되고 있으며, 정부 단순 통계만으로도 600만명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그뿐 아니다. 고착화된 도농 격차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농가평균 소득이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66.8%밖에 되지 않는 가운데 상위 20%의 경우 농가 평균소득이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88.1%를 차지한 반면, 하위 20%는 농가 소득이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33.9%에 불과했다. 농촌소득이 근본적으로 적은 가운데 농촌내에서도 빈부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이원화되고 있는 사회구조를 짧은 기간에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또 유독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1%의 탐욕’으로 대 반(反)월가 시위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두터운 중산층으로 부자국가의 상징 일본도 ‘잃어버린 20년’의 댓가를 톡톡하게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지속적인 불황속에 ‘빈부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 전반에 양극화가 심화되자 여권내에서 부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는 이른바 ‘버핏세’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버핏세는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 지난해 “미국 정부가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공개 촉구하면서 생겨난 용어다.
한나라당이 친 부자정당 이미지를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저변에는 조세부담율이 19.3%로 OECD 평균보다 7.3% 낮은데다 특히 빠른 경제성장으로 억대 소득자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의 부담이 적다는 지적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 1억원 이상 연봉자는 2007년 16만3천300명에서 지난해 27만9천500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1996년에 만들어진 과표기준은 최고 세율을 8천800만원에 맞춰져 있다.
연 8천800만원을 받은 부장급이나 수억원 수십억원을 받은 대기업 회장이나 같은 비율로 세금을 내는 셈이다. 부자가 존경받아야 사회가 발전한다. 다만 부자가 존경받을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