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스포츠대회] 신규 시설투자 ‘No’…옛 경기장 활용 ‘수익 극대화’ 국제스포츠대회와 지역사회 <4>해외 국제스포츠대회 개최지 ①핀란드 헬싱키 인구 50만 도시서 올림픽·세계육상 등 3회 성공개최 자작나무 관람석·70년 전통 경기장 조화 ‘고풍’ 뽐내 고소득 국가 불구 비용절감 노력 ‘알뜰 지혜’ 배워야 /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

2011년 11월 21일(월) 00:00

핀란드 헬싱키 올림픽스타디움 전경. 이 경기장은 지난 1939년 완공된 건물로 70년 이상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대규모 국제대회를 개최할 만큼 세계 어느 경기장보다 관리가 잘 되어 있다.

‘비용은 최소화, 효과는 극대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의 관문 ‘핀란드’. 높은 소득수준과 복지제도 등으로 널리 알려진 핀란드가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육상’으로,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두 차례 유치한 ‘육상도시’다. 역대 개최지 가운데 대회를 두 번씩이나 개최한 도시는 헬싱키가 유일하다.
특히 헬싱키는 세계육상대회를 치르면서 경비는 최소로 줄이고, 수익은 최대로 늘리는 등 경제적인 대회 운영으로 각 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첫 올림픽인 1952년 하계올림픽을 치른 바 있는 헬싱키는 올림픽과 월드컵의 상업주의 정책에 영향을 받아 1983년 출범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이후 헬싱키는 2005년 제10회 세계육상대회를 또다시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러냈으며, 앞서 1971년과 1994년엔 유럽육상선수권대회도 개최하는 등 명실상부한 ‘육상도시’임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헬싱키의 인구는 겨우 50여만명. 작은 도시 헬싱키가 대규모 육상대회를 잇따라 개최할 만큼 세계적 육상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저력은 무엇일까.

헬싱키 올림픽스타디움의 나무좌석이 고풍스러운 멋을 뽐내고 있다.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이 좌석은 워낙 튼튼하고, 관리도 잘 돼 지난 1939년 설립 당시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육상스타들을 다수 배출하는 등 육상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데다 비인기 종목인 육상을 이벤트화하는 등 스포츠 틈새시장을 파고 든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헬싱키 도심이라야 1시간 정도면 대부분을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다.
하지만 각종 육상대회가 열리는 기간이면 헬싱키 도심 전체는 ‘축제’의 열기로 가득찬다고 한다.
지난 2005년 열린 세계육상대회만 해도 1천900여명의 선수와 3천300여명의 취재진, 각국 육상계 인사 1천700여명이 찾았고, 매일 1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헬싱키로 몰려왔다.
이처럼 대규모 국제스포츠대회를 치르게 되면 해당 도시는 경기장 등 인프라 건설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기 십상이다.
하지만 헬싱키는 달랐다. 큰 대회를 알뜰하게 치러내는 지혜가 뛰어나다.
2005년 세계육상대회를 치르면서 헬싱키가 사용한 비용은 고작 2천850만 유로에 불과했다. 당시 환율을 적용해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350억원 수준에 그친다.

헬싱키 올림픽스타디움에 설치된 세계 최초의 스포츠박물관에는 핀란드 스포츠 역사에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반면 수익은 최대로 올렸다. 대회기간 악천후가 이어졌지만 경기장 관람석은 연일 가득 찼다. 가장 비싼 입장권이 209유로(당시 환율적용 26만원)에 달했으니 헬싱키가 벌어들인 입장수입은 막대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헬싱키가 비용은 최소화하고, 수익은 최대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시설투자 대신 옛 것을 소중히 여기며 이를 적극 활용하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경기장은 개최당시보다 무려 66년전인 1939년 완공된 헬싱키 올림픽스타디움을 그대로 사용했다.
1952년 하계올림픽과 1983년 세계육상대회를 치러낸 바 있는 ‘관록’의 경기장이긴 하지만 전세계 200여개가 넘는 국가가 참가하는 대회에 고작 4만여명을 수용하는 작고 낡은 경기장을, 그것도 전체적인 리모델링없이 그대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헬싱키는 경기장의 트랙을 새로 교체하고 관람석을 보수하는 데 돈을 쓰긴 했다. 하지만 경기장에는 선수들의 기록향상에 도움이 되는 몬도트랙을 깔고, 경기장 설립때부터 사용돼 온 나무좌석을 조금 손 본 것이 전부다. 특히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좌석은 워낙 튼튼하고, 관리도 잘 돼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원형모습을 그대로 살릴 수 있었다.
선수촌 역시 헬싱키 공대 기숙사를 활용해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 실로 대회를 위해 새로 만든 건물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얘기다.
대회가 열린 지 6년이 지난 지금도 헬싱키 올림픽스타디움은 달라진 게 없다. 오랜 세월의 향기가 깃든 옛 경기장과 고풍스런 나무의자가 여전히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헬싱키는 내년에 열리는 유럽육상선수권대회도 유치, 현재 대회를 준비중이다. 이번에도 시설투자는 전혀 계획하고 있지 않다. 최근 올림픽스타디움과 주변 시설에 대해 약간의 개·보수 작업만 실시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국제대회를 치르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경기장과 선수촌 등의 건립에 투입하고, 대회가 끝난 뒤에는 빚더미를 떠안으며, 경기장 활용방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 우리네 실정과는 크게 비교된다.
앞으로도 인천아시안게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평창동계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대회를 잇따라 개최하는 우리로서는 낡은 운동장과 대학 기숙사를 그대로 이용하면서도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러내는 핀란드인들의 실속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양한 이벤트 유치로 시설 활성화”
헨리익까 헤이낀헤이모 헬싱키올림픽스타디움재단 디렉터


“경기장 시설을 활성화하는 것이 최상의 보존 방법입니다.”
헬싱키 올림픽스타디움재단 디렉터인 헨리익까 헤이낀헤이모(Henriikka Heikinheimo)씨는 “모든 방문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며 “꾸준한 시설관리와 함께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한다면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헬싱키 올림픽스타디움은 지난 1939년 완공된 건물로 70년 이상 국제대회를 유치할 만큼 세계 어느 경기장보다 관리가 잘 되어 있다.
헤이낀헤이모씨는 “헬싱키 올림픽스타디움은 핀란드 스포츠의 성지로 대부분의 중요한 경기가 이 곳에서 펼쳐진다”며 “스포츠 이외에도 콘서트, 도그쇼 등 대규모 행사가 연중 열리고, 겨울에는 야외 스케이트장과 아이스하키 경기장 등으로도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곳 올림픽스타디움의 연 관중은 25만명에 달하고, 주변 10개의 체육시설에도 연간 13만명의 이용객이 찾는 등 활용도가 매우 높다. 또한 마이클 잭슨과 휘트니 휴스턴, 믹 재거 등 유명 팝스타들의 공연장소로도 이용됐다.
올림픽스타디움에는 세계 최초의 스포츠박물관과 올림픽 타워 등 명물거리도 많다.
올림픽스타디움과 같은 해에 건립된 스포츠박물관에는 1952년 헬싱키올림픽 등 핀란드 스포츠 역사에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돼 있으며, 헬싱키올림픽 자료화면을 볼 수 있는 시청각 자료실도 갖추고 있다.
또 최근 리모델링을 마치고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개방한 높이 72m의 타워는 경기장과 헬싱키 시내의 멋진 모습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명소다.
헤이낀헤이모씨는 “스포츠박물관은 핀란드 스포츠의 산 증거물”이라며 “18세기 동물뼈로 만든 스케이트 등 희귀 유물이 다수 전시돼 있는 등 세계 최초라는 이름에 걸맞게 상당한 수준이다”고 자랑했다.
이처럼 올림픽스타디움은 활용도가 높은 경기장이지만 70여년이 넘은 노후건물인 탓에 핀란드 정부는 장기 개·보수계획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헤이낀헤이모씨는 “올림픽스타디움이 위치한 올림픽파크는 헬싱키의 중심 위락단지로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면서 “관광객 이용편의를 위해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 모든 경기시설물에 걸쳐 개·보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행사와 서비스를 더욱 다양화하는 마케팅 사업도 병행하는 등 70년 넘게 받아온 사랑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핀란드 헬싱키=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