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환자 이송보다 의사 신속한 현장 진료에 ‘방점’ 응급의료 지방화모델 만들자 / 8. 일본의 닥터헬리 운영 日전역 23대…국가·자치단체 예산 절반씩 부담 구급차 10분 이상 걸리는 경우 닥터헬리 효과적 /박상원 기자 swp@kjdaily.com

2011년 11월 25일(금) 00:00

일본은 지난 2000년부터 응급의료 전용 헬기 ‘닥터헬리’운항을 시작했다. 2010년 9월 현재 일본 전역에 23대의 닥터헬리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과대학 지바 호쿠소병원 부지에 상주, 응급현장 출동에 대비하고 있는 닥터헬리를 다카노리 야기 의국장이 설명하고 있다.

지난 9월 우리나라에서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리)가 인천과 목포 2곳에서 시험운영에 들어갔다. ‘하늘을 나는 응급실’로 불리는 닥터헬리는 인공호흡기를 비롯 초음파기, 혈액검사기 등의 첨단 의료장비와 의사가 탑승, 신속하게 출동해 생명이 위급한 환자의 진단과 응급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닥터헬리의 걸음마를 시작했다. 운영체제 및 예산, 기존 소방 및 해경헬기와의 협력 문제 등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일본은 2000년부터 닥터헬리 운영에 들어가 지난해 9월 현재 일본 전역에 23대의 닥터헬리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내 닥터헬리의 도입과 노하우, 모범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일본의과대학 지바 호쿠소병원의 사례를 통해 국내 응급의료헬기 운영의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닥터헬리는 구급전용장비를 갖춘 헬리콥터로 병원내 부지에 상주하며 의사와 간호사가 탑승, 신속하게 응급현장으로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호쿠소병원의 응급전용헬기는 병원내 구명구급센터와 동선이 일치한 인근 부지에 헬기가 상주하고 있다. 소방청 헬기가 의사를 픽업해 갈 수도 있지만 병원내 헬기가 있어 의사와 간호사가 탑승, 응급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닥터헬리 출동 흐름을 보면 119로 응급상황이 접수되면 소방본부로 통보되고 구급대가 출동, 구급대원이 헬기의 출동여부를 판단해 닥터헬리 기지병원으로 연락하면 닥터헬리가 출동하고 동시에 구급차는 닥터헬리가 착륙할 수 있는 장소(초등학교 또는 공원 등)로 이동해 구급차와 닥터헬리가 만나 곧바로 의사와 간호사가 응급진료에 들어간다. 응급처치가 끝나면 이송병원이 결정되고 헬기로 신속히 이송해 수술 등 병원 진료단계로 진행된다.
호쿠소병원 구명구급센터 닥터헬리는 2000년 운항을 개시할 당시 100건정도에 불과했으나 2009년 현재 700여건에 달하고 있으며 8년6개월간 5천219건의 출동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카노리 야기 호쿠소병원 구명구급센터 의국장은 도시권에서 응급헬기가 필요한 이유는 구급차로 10분이상 걸리는 경우 응급헬리를 부르는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아니라 얼마나 빨리 의사가 환자를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닥터헬리 출동 흐름도. ①119번 소방본부 통보 ②구급대 출동 ③닥터헬리 기지병원에 닥터헬리 요청 ④닥터헬리 출동 ⑤임시이착륙장 구급차와 헬기 랑데부 ⑥구명구급센터로 이송.

2009년도 호쿠소병원 닥터헬리의 활동실적을 보면 총 요청건수 955건 가운데 출동건수 748건, 현장출동 637건, 병원간 이송 100건, 진료인수 769건, 기타 11건으로 집계됐다. 닥터헬리의 활동반경은 50㎞기준이다. 이는 닥터헬리 요청에서 출동, 도착까지 15분을 기준으로 응급치료 10분, 병원이송 15분, 수술착수까지 1시간이내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2010년 9월 현재 닥터헬기 배치상황은 일본 전역 19도부현 23개소에 23대의 닥터헬리가 운항되고 있다. 호쿠소병원 구명구급센터장 구니히로 마시코 교수에 따르면 연내에 2대의 닥터헬리가 추가 배치될 예정이다. 그는 닥터헬리의 개념을 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를 응급현장으로 보내 1초라도 빨리 환자를 진료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닥터헬리에 의해 진료받는 환자는 교통사고 등 외상 50%, 심장대동맥질환 22%, 뇌졸중 14%, 기타 14%로 나타났으며, 외상환자 50% 가운데 교통사고 47%, 노동재해 21%, 기타 32%를 차지했다.
닥터헬리의 효과는 치료개시시간의 단축, 구명률 향상 및 예방가능사망률 감소, 후유증 경감, 입원일수 및 의료비 절감 등을 들수 있다. 특히 구급전문의가 현장에서 진료·치료를 개시함으로 기도확보 및 정맥로 확보, 약제투여, 구명처치, 이송중 긴급검사 및 수술준비 지시 등이 가능하다. 또 의료개시시간과 이송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운항시속 200㎞로 반경 50㎞를 15분내에 도착할 수 있다. 의사가 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진료함으로 최적의 의료기관을 선정 이송할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치료가 적합한 병원으로 이송돼 단시간내에 근본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2003년 일본 후생노동과학연구 ‘닥터헬리 실태 및 평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19번 통보 접수로부터 닥터헬리 출동요청 13분4초, 이륙까지 17분 2초, 현장도착 28분3초로 구급차이송병원도착시간 54분7초(추정)와 비교할 때 26분의 단축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다출혈의 시간경과 사망률을 보면 30분경과를 기준으로 사망률이 50%를 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당시 닥터헬리의 도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닥터헬리 운영 예산의 경우 50%는 국가에서 부담하며 50%는 지방자치단체인 현에서 부담한다. 구명구급센터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병원전체의 예산 가운데 일부를 충당하게 되며 의사들의 치료를 통한 비용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지원된다.
호쿠소병원 구명구급센터장 마시코 교수는 “한국의 경우 외상센터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일본의 구명구급센터와는 다르지만 일단 닥터헬리가 있다면 외상센터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외상센터의 경우 닥터헬리의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전역 닥터헬리 배치현황.

그는 “일본의 경우 닥터헬리 2억1천만엔, 구명구급센터 1억5천만엔 등 연간 3억6천만엔(50억정도)을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의 외상센터 설립에 시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쿠소병원 닥터헬리 운영에는 헬기임대사업자인 아사히 항공주식회사 직원이 파견나와 헬기 운영을 지원해주고 있다. 응급현장이 발생하면 119로 접수되고 구급차가 출동해 현장에서 헬기운행실로 출동요청이 오게된다. 대부분 구급대원이 먼저 의사에게 연락한 후 의사가 판단해 헬기운항실로 연락하는 경우가 많다. 연락이 오면 헬기의 운항 가능 여부 등 준비상황들을 확인한 후 출동시키게 된다.
출동 준비가 되면 파이롯, 의사, 간호사, 정비사가 탑승해 출동하며, 호쿠소 병원은 의사 2명이 탑승해 5명이 출동한다. 이 병원은 규모가 커 견습의사와 의사 등 2명이 탑승하며 경력있는 의사도 닥터헬리의 경우 초심자로 교육을 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글=박상원 기자 swp@kjdaily.com
/사진=김영근 기자 kyg@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