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스포츠대회] ‘치밀한 준비’ 역대 최고 동계올림픽 기적 일구다 국제스포츠대회와 지역사회 <5>해외 국제스포츠대회 개최지 ②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지역경기 살리기’ 기치 아래 경기장 활용방안 초점 다양한 용도 시설 건립…교육·문화·체육공간 적용 교통·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확충 지역경쟁력 제고 /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

2011년 11월 28일(월) 00:00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산속을 파내 지은 요빅의 아이스하키 경기장. 세계 최대 동굴형 경기장으로 서커스 등 각종 공연장과 비상시 대피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미국 유명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지난 1994년 열린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을 ‘한편의 동화 같았다’고 극찬했다. 역대 최고의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손꼽히는 릴레함메르는 지금까지도 ‘동계스포츠의 메카’로 불리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릴레함메르는 올림픽 개최전만 해도 인구 2만7천여명의 작은 시골마을에 불과했다. 특히 유전 보유로 석유산업이 발달한 노르웨이 서부지역과는 달리 릴레함메르가 자리한 동부내륙지역은 오랜 불황을 겪어 왔다. 이 때문에 릴레함메르는 대규모 국제대회를 개최하면 전 세계 홍보효과로 관광산업이 붐을 일으킬 수 있어 지역전체에 성작동력이 될 것이라 여기고 동계올림픽 유치에 적극 나섰다. 지역주민들도 지역경제 부양책으로서 올림픽 개최를 열망했고, 소망은 결실을 맺었다.
‘지역경기 살리기’란 기치 아래 시작된 릴레함메르 올림픽은 준비단계부터 모든 초점이 올림픽 사후 활용에 맞춰졌다.
경기장은 릴레함메르를 중심으로 인접도시인 하마르, 요빅, 크빗피엘, 하피엘 5곳에 분산·건립해 개최 이후 이용과 관리 효율성을 높였다. 또 선수촌과 미디어촌, 국제미디어센터 등의 부대시설은 올림픽 후 릴레함메르 대학캠퍼스, 정보통신산업센터, 아파트, 노인요양시설, 고등학교 등으로 사용하기 위한 용도로 지어졌다.
특히 미디어촌의 경우 조립식 가건물로 지어 대회가 끝난 뒤 기업과 일반인에게 되팔아 예산낭비를 최소화했으며, 올림픽 후 경기시설 운영과 관리에서 발생될 적자를 예상, 이를 지원할 펀드도 조성했다.
자연경관이 빼어난 릴레함메르는 경기장 입지, 차후 사용 등 모든 분야에 환경파괴 최소화를 고려했다.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산속을 파내 지은 요빅의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세계 최대 동굴형 경기장으로 기술적 측면에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같은 릴레함메르의 환경보전 정책들은 이후 IOC의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 반영됐다. 이 때문에 릴레함메르 올림픽은 환경올림픽의 시초로도 불리고 있다.
철저한 준비는 성공개최로 직결됐다.
릴레함메르는 올림픽 기간동안 1천200개의 문화행사를 열며 경기장 안팎에서 축제분위기를 조성했다. 또 1만2천km에 달하는 성화봉송 기간 노르웨이 각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홍보했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환경문제가 전면 부각되면서 릴레함메르는 경기장 디자인과 입지뿐 아니라 교통, 폐기물 처리 등 모든 부분을 친환경적으로 치러냈다. 대중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기차와 버스 등 최적화된 공공 교통망을 구축해 대기오염을 줄였다.
대량의 폐기물을 종류별로 분류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친환경분해성 물질로 만든 식기도 사용했다.
바이애슬론 경기장에는 총알이 땅속에 박히는 것을 예방하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적용, 토양 오염을 방지했다. 빙상경기장의 얼음을 얼리는데도 오존층을 파괴하는 화학냉매 대신 암모니아를 사용했다. 올림픽 기간 발생된 폐기물 양은 처음 예상했던 800t보다 훨씬 적은 500t이 발생했고 이중 50%는 재활용됐다.
구호 프로그램 역시 큰 관심을 받았다. 릴레함메르 올림픽 빙상 3관왕인 요한 올라브 코스는 ‘스포츠는 어린이 성장과 사회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모토아래 아프리카 에리트리아에 교육기관 설립과 자금지원을 했다. 이를 계기로 구호 프로그램은 올림픽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다.

릴레함메르의 봅슬레이 경기장. 이 곳은 경기 외에도 기업 등 단체나 일반인들의 체험공간으로 이용된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릴레함메르는 개최후 2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올림픽이 남긴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로 쌓은 이벤트 기획력은 스포츠에만 그치지 않고 세미나, 컨퍼런스, 축제,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후 경기장들은 수익창출을 위해 상업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제회의와 기업행사, 동창회 등의 유치는 경기장은 물론 여행업계 등 지역경제 전반에 걸쳐 중요한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노르웨이의 동계스포츠 클러스터로서 현재까지 매년 수많은 동계종목 등 국내외 스포츠대회도 끊이지 않고 개최하고 있다.
다용도의 시설 건립으로 릴레함메르의 교육환경도 도약했다. 올림픽 후 국제미디어촌으로 자리를 옮긴 릴레함메르 대학은 학생과 교직원수가 3배나 늘었다. 스키점프 경기장에는 노르웨이 체육대학이 들어섰다. 올림픽 개최를 통해 교육과 문화예술 관련 시설을 정비·신축하며 노르웨이 최고의 교육·문화 도시로 우뚝 선 것이다.
지역기업들은 올림픽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회사발전의 기폭제가 됐다. 릴레함메르 올림픽에 사용된 배지를 생산한 트로페라는 기업은 1994년 이후 올림픽과 각종 스포츠대회에 배지를 공급했고, 구호용 개인썰매를 릴레함메르 올림픽에 공급한 피엘푸르겐이라는 회사 역시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 물품을 공급하는 등 수익창출을 이어갔다.
이밖에 크빗피엘과 하피엘에 위치한 알파인 스키장은 올림픽 후 지역에 별장과 아파트, 호텔 건설 붐을 일으켰고, 올림픽으로 생성된 정보통신 기반과 첨단 미디어 시설은 IT와 미디어 분야 기업들을 지역으로 불러들였다.
올림픽 후 관광객 증가는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지만 올림픽 경기장과 문화관광 시설들은 지금도 수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처럼 릴레함메르는 올림픽을 통해 교통·상하수도·IT 시설 등의 기반시설 확충으로 지역 경쟁력을 높였고, 치밀한 사후 대책으로 불황을 이기고 활력 넘치는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지역민에 쾌적한 체육공간 제공”
에릭 올라타이그 릴레함메르 올림픽시설공단 이사장

“지역 스포츠발전을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좋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에릭 올라타이그 릴레함메르 올림픽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릴레함메르는 유럽에서 가장 다양하고 쾌적한 동계스포츠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이를 위해 경기시설 관리와 운영에 항시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릴레함메르는 올림픽때 이용했던 각종 경기장을 지역민들을 위한 다양한 체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라타이그 이사장은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평소 고교생과 프로운동선수, 시민들을 위한 연습공간과 체력단련시설로 사용되고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은 레크리에이션 시설, 봅슬레이 경기장은 체험시설, 스키점프대는 관광 코스 등으로 일반에 전면 개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실내경기장의 경우 다용도 활용을 목적으로 건립돼 수용인원을 최대화해 각종 세미나, 제품 런칭 등 기업행사와 동창회, 축제 등 문화행사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수익을 내 경기시설 운영비로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올라타이그 이사장은 “연간 시설 운영관리비를 100%로 보면 스포츠행사, 수익사업으로 생기는 수입을 모두 합쳐도 20%의 적자가 매년 발생한다”며 “하지만 올림픽 경기장으로 인한 시민의 여가생활 향유 증대와 방문객들의 식사·숙박비 등 간접비용을 생각하면 결코 적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올라타이그 이사장은 “올림픽 등 국제스포츠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계획과 시뮬레이션 마련은 물론 도시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릴레함메르=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