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출마인가 오성수 논설위원

2011년 12월 20일(화) 00:00

지난 2006년 1월 당시 서울 송파갑 3선 한나라당 맹형규(현 행안부장관)의원은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그만뒀다.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의원직 사퇴는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는 한나라당 후보 선출과정에서 당 공천에서 배제되면서 정작 서울시장 본선에는 나가보지도 못한채 꿈을 접어야 했다.
출마 당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7월 전국적으로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 다시 송파갑으로 출마해 의원이 됐다.
이후 막대한 재선거비용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다른 선출직을 위해 국회의원직을 그만둬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는데 또다시 출마한 것은 문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지난 2010년 1월 25일 선거법이 개정됐다.
‘공직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 임기중 그 직을 그만둔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그 사직으로 인하여 실시사유가 확정된 보궐선거에 후보자가 될 수 없다.(공직선거법 제 266조 3항)는 것이 골자다.
사정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들이 여전히 기초단체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시장·군수가 되겠다고 출마해 유권자들에게 선택받은 시장·군수들이 임기 절반도 채우지 않고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잇따라 사퇴했다.
전남지역에서는 노관규 순천시장과 황주홍 강진군수, 서삼석 무안군수 등 3명이다. 전국적으로는 5명에 그치는데 유독 전남지역에만 3명이나 된다.
이들은 내년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후 열심히 표밭을 갈고 있다.
문제는 이들은 1년 6개월여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대부분 임기를 마칠때까지 직무를 잘 수행하겠다고 유권자들에게 약속했지만 마음속으로 이미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염두해 두고 선거에 나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시장·군수직 보다는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이 될까를 더 많이 생각하고 이에 결부돼 행동했을 개연성이 높다. 그래서일까 대부분 이번에 그만두면서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해 죄송하다”며 지역발전을 위한 고육책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이들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비록 지역을 위해 다른 자리에서 더 큰 일을 한다고 둘러대지만, 시장·군수직을 개인의 영달을 위한 디딤돌로 활용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면에는 이들이 모두 국회의원이 되는 것과는 별개로 후유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일에 해당 시·군에서는 자치단체장을 동시에 선출해야 한다.
따라서 또 시장·군수를 뽑기 위해 막대한 혈세를 들여야 하며, 만약 현역 광역 및 기초의원들이 자치단체장 출마를 위해 사퇴를 할 경우 재선거가 잇따라야 한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시장 군수를 뽑는데는 약 10억여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돈도 돈 이지만 막대한 행정력 낭비도 불가피하다. 게다가 위험 수준에 이르는 공무원 줄세우기와 지역을 이분화 시키는 선거운동 등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들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위헌이다. 헌법에서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선출직으로 나갈수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할 경우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선거후유증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선출직은 또다른 선출직으로 출마하기 위한 사퇴를 하지 못하게 하거나, 만약 사퇴로 인한 재선거 비용의 일정부분을 부담토록 하는 것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재선거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현재는 선거를 치르는데 일정한 수준의 표를 얻을 경우 헌법에 따라 정부가 선거비용을 보전해 주고 있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이 있다. 예측 불가능한 선거 등은 단순히 행정공백을 넘어 심각한 지역사회의 균열 요인이 된다. 시대에 맞는 선거법 개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