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승부조작 반드시 추방해야 오성수 논설위원

2012년 02월 21일(화) 00:00

종종 장애인 경기가 열리는 현장을 가곤 한다. 근래 들어 국내에서도 장애인 체육이 매우 활발한데다 개인적으로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어서다. 장애인 체육에는 다소 문외한이었지만 장애인 선수나 동호인들의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때로는 자극을 받는다.

장애를 갖고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정신이 육체의 불편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기에 장애인들의 경기대회는 늘 교훈을 준다.

그런데 최근 한국스포츠가 승부 및 경기조작의 충격에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면 참담함을 느낀다.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에서 승부조작 파문이 벌어져 일부 선수들이 구속될때만 해도 일부 선수들만의 문제로 여겼다. 그들을 질책하는 여론이 비등했고, 상당수 팬들이 축구장을 외면해 톡톡히 대가를 치렀다. 그런데 축구 승부조작의 충격이 가라앉기도 전에 프로배구에 이어 경정(競艇·6명이 모터보트를 타고 600m코스를 세 바퀴 돌아 순위를 정하는 경기)으로 확대 되더니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국민 스포츠’ 프로야구까지 휘말리고 있다.

일부 프로야구선수가 불법 도박 사이트에 고용된 브로커로부터 “경기조작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구단 관계자에게 신고한 후 검찰이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프로 농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그야말로 한국 프로스포츠가 승부조작의 패닉에 빠진 셈이다. 승부조작에 휘말린 선수들은 한결같이 작은 유혹에서 비롯해 한번 걸리면 결코 헤어나올 수 없다고 한다. ‘변변치 않은’ 연봉으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데 몇 달치 월급의 거액을 미끼로 접근하는 브로커의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그저 변명일 뿐이다.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고통과 훈련이 필요하며 실력과 인성을 갖추어야 한다.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승부와 혼을 다해 경쟁하는 각본없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다. 그래서 비록 경기에서 지더라도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다음에도 찾는다.

그런데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은 미리 승부를 예단하고 이에 맞춰 가식적인 행동을 보인 셈이다. 어떤 식으로든 용서 받을 수 없다.

프로 스포츠 승부조작은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다. 대만에서는 지난 1998년 프로야구 대회에서 승부조작이 드러나 한팀이 해체되고 2005년에는 두개팀 27명의 선수가 구속되거나 영구 제명됐다. 지난 2009년에는 독일등 유럽 9개 국가가 연관된 최대 규모의 축구대회 승부조작이 적발됐으며, 최근에는 일본의 스모와 파키스탄의 크리켓까지도 승부조작에 연루돼 적발됐다. 이에 전세계 각국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전세계 불법 스포츠 도박 규모를 연간 150조원으로 추정하고 불법배팅 및 승부조작 방지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선수들에 대한 영구제명까지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했다. 경기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주더라도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환부를 드러내 다시는 승부조작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1만5천여개로 추정되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정비도 시급하다. 이들 사이트를 통해 거래되는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규모가 연간 3조4천억-3조7천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이를 뿌리뽑지 못하면 재발방지가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학교체육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오직 승부에만 집착하는 승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공부하고 인성을 교육하는 스포츠맨십을 길러야 한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종종 어린 학생들의 경기에서 동료나 상대팀 선수를 체육특기자로 진학시키기 위해 일부러 져 주는 경기가 말썽이 되곤 했다. 이런 문화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바람직한 스포츠맨십을 가질 수 없다.

한국은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이다. 연간 1천여만명이 명승부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이번 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을 계기로 한국 스포츠가 다시 한번 국민들의 사랑받는 계기로 거듭 태어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