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병] 왜구에 호남땅 짓밟힐수 없다 오롯이 살아있는 진주성 신화 광주시.전남도 공동기획 구국 항쟁의 횃불, 호남 의병 (3) 제1부 임진왜란기 - 김천일, 붓 대신 칼을 들다 학력 뛰어난 선비 출신 호남 최초 의병 발기 100여차례 치열한 공방전 나주 정렬사 사당·유물 ‘구국 충절’의 혼 가득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2012년 03월 05일(월) 00:00

나주 금성산 동편에 자리하고 있는 정렬사. 이 곳은 문열공 김천일 선생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사우로 선조 39년(1606년) 12월 창건됐으며, 1868년 훼철됐다가 1966년 복원됐다.

◇알림=본보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임진란과 이후 광주·전남 의병활동과 전적지, 의병장 등을 발굴해 본란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062-650-2060


‘풍운 뒤덮혀 국치 공분에 싸인 조국의 그날이 국난 막아냈으니 공은 우리의 대원훈이시다. 공이 아니었더면 우리의 오늘이 유덕 간절한데 그 어른이 다시 수염 날리시며 남산에 솟구시매 내땅 이겨레 굽어보시는 참뜻 본 받으리라…’(김천일 의병장 동상의 글에서)

1592년 임진왜란 발발 당시 ‘만약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을 만큼 호남은 의병활동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 곳이다.

그 중에서도 나주는 의병정신과 활동이 가히 호남의 모범이 될 만한 지역이다. 특히 나주 정렬사(旌烈祠)는 호남에서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김천일(金千鎰, 1537-1593) 선생의 충절이 오롯이 담겨있는 곳이다. 선생은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고 진주성을 지켜 호남을 구했다. 이는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던 수많은 나주인들의 결집된 힘의 결과였다.

당시 진주성 전투장면을 담은 기록화.

◇300명 의병 모와 북진

호남 최초 의병장을 모신 정렬사를 찾았다. 광주에서 30여분 거리의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도 아주 쉽다. 금성산 동편으로, 동신대 바로 왼편 짧은 오르막길의 끝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오른편에 우뚝 세워진 동상을 만나게 된다.

갑옷도 입지 않고 투구 또한 쓰고 있지 않은 탓에 얼핏 보면 작고 초라하기만 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한 손은 칼을 꽉 움켜쥐고, 또 다른 손은 힘을 불끈 쥐고 있는 의연하기 그지 없는 모습이다. 선생의 충절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동상에도 ‘왜적무리가 북새질할 때 김천일 선생은 56세의 선비로 붓을 버리고 쾌자만을 걸치고 투구없는 맨 머리로 앞장서니 선생의 충국에 큰 뜻을 따르는 의사가 많았다’고 적혀있다.

선생은 나주에서 태어났다. 학력이 뛰어나 호남 오현으로 손꼽히며, 군기시지부, 임실현감, 순창군수, 담양부사, 수원부사 등을 역임하면서 선정을 베푼 관리로 유명하다.

특권층의 모함으로 나주로 낙향해 지내던 선생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나라와 고향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학자 출신임에도 불구, 칼과 창을 들고 300여명의 의병을 이끌고 한성 수복을 위해 북상 진군했다.

용인의 금령전투에서 15급을 베었으며 양화도에 주둔한 왜적을 공격, 대승을 거두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 가장 큰 구국항쟁 업적은 1593년 6월 발발한 진주성 전투로, 최경회, 황진, 고종후 등 여러 장수들이 거느린 3천여 병력의 주장이 돼 10만 왜군과 밤낮 9일 동안 100여회에 달하는 치열한 공방전을 거듭했다.

특히 ‘진주성이 함락 당하면 호남도 왜적의 말굽에 짓밟힐 수 있다’는 상황을 통찰하고 처절하게 막았다. 하지만 장마로 성벽이 무너지고 무기마저 떨어져 성은 함락되고 만다. 선생은 ‘왜구에게 죽을 수 없다’며 아들 상건을 안고 남강에 몸을 던지며 생을 마감한다.

김천일은 어릴 적부터 몸이 허약해 옷의 무게를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왜소했지만 위기에 놓인 나라와 민족, 그리고 호남을 구하고자 했던 충의만큼은 그 누구보다 거대한 인물이었다.

정렬사 입구 오른편에 자리하고 있는 동상.

◇유물관에 친필서신 등 전시

정렬사는 승지공 김상건, 충민공 양산숙, 관해공 임회, 후조당 이용제 선생 등 나주출신 호국 인물도 함께 배향하고 있다. 김상건은 김천일의 장남으로 진주성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고, 양산숙 역시 선생과 뜻을 함께 했다. 임회는 이괄의 난에 공을 세운 인물이며, 이용제는 정유재란 때 명장이다.

정렬사는 1868년 흥선대원군이 전국적으로 서원을 정리할 때 훼철되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1953년 문열공 사업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송월동에 신실(神室)을 건축하면서 복원사업이 시작됐으며 1966년 남산공원에 이건한 후 정렬사비를 옮기고 동상을 세웠다.

위패를 모신 사당 건물은 중요무형문화재인 이광규 대목장이 지은 것으로 호남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뛰어난 건축물이다. 현재의 정렬사를 찾게 되면 제일 먼저 홍살문을 만나고, 그곳을 지나면 오른편에 동상이 있다. 다시 창의문을 지나면 선생을 모신 사당에 다다른다. ‘창의(倡義)’는 ‘의를 널리 노래 부르는, 의를 외친다’는 뜻으로, 선조가 내린 칭호가 창의사(倡義使)이기도 하다. 당시 임금이 내린 최고의 칭호였다.

정렬사에는 5평 남짓한 유물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의병활동 당시 전투장면을 담은 기록화가 전시돼 있으며 친필 서신 등도 보존돼 있다.

나주 금성관 정문인 망화루 앞은 임진왜란때 선생이 의병을 모아 출병식을 가졌던 곳으로 나주인의 의향정신을 상징하는 유서깊은 공간이다.

◇오는 7월 5일 추모제향 행사

매년 선생을 기리는 추모제향이 열린다. 올해 제420기 추모제향은 7월 5일로 각급 기관단체장과 문중대표, 향교유림대표, 향우회원, 학생 등이 참석한다.

초헌관에는 나주시장이, 아헌관은 나주향교 전교, 종헌관은 언양 김씨 종친이 각각 선정돼 제를 올린다. 집례, 진설, 축관, 봉로, 봉작, 찬인, 봉향, 시준, 전작 등 제향집사는 나주향교에서 천정 후 분정한다.

추모제향을 주관하는 나주시는 많은 시민들에게 참여기회를 제공해 호국정신과 애국심을 널리 일깨워주기 위해 추모제향 의식을 전통제향 방식으로 거행하되 한글 홀기로 진행해 참례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임진란 의병활동은 민족적 저항 의식의 발현이며 이를 촉발시킨 것이 의병장이다. 오랜 유학교육을 통한 근왕정신이 깊이 뿌리를 박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호남 최초의 의병장인 김천일과 수백명의 의병들은 나라를 지키고 또 호남을 지켜냈다.

/글=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