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병] 전국 최초 의병군, 왜구 기세를 단숨에 꺾다 광주시.전남도 공동기획 구국 항쟁의 횃불, 호남 의병 (4) 제1부 임진왜란기 - 곡성 의마총과 담양회맹

2012년 03월 19일(월) 00:00

전국에서 최초로 거병한 의병군을 이끈 유팽로 장군의 탄생지인 곡성군 옥과면 합강마을의 벽화.

◇알림=본보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임진란과 이후 광주·전남 의병활동과 전적지, 의병장 등을 발굴해 본란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062-650-2060

장군이 순절하자 머리를 물고 이곳에 달려온 애마의 모습도 담겨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국난을 맞아 나라를 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호남지역 의병들의 항쟁이었다. 부산에 도착한 지 20일만에 서울을 함락하고, 2달만에 평양을 점령하는 등 왜구의 기세를 단숨에 꺾어버리고, 전세를 뒤바꿔 버렸다.

당시 호남은 각 지역에 군비와 군량을 조달하는 한편, 임진왜란 초부터 의병운동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외침이 먼저 시작된 경상도에서는 의병 활동이 이뤄졌으나 전라도에서 외침이 없어 의병활동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곡성 출신 유팽로 장군이 왜란이 발발하자 바로 의병을 모집해 저항에 나선 것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다.

호남 최초이자 전국 최초의 의병군으로 다시금 재평가돼야 할 것이다. 유팽로는 왜군의 침입 소식에 즉시 군마와 대검을 구해 무장하고 귀향, 순창에서 500여 무리들을 규합해 의병의 깃발을 세웠다. 위국충절의 간곡한 호소에 동참해 일어선 의병들이다.

마을 주민들이 300리 밤길을 달려온 말을 위해 만들어 줬다는 의마총.

◇너른 들녘에 ‘의로운 말의 무덤’

금산전투에서 왜군을 맞아 싸우다가 29세에 산화한 유팽로와 검은색 말 이야기가 전해진다. 많은 창상을 입어 유혈이 낭자했던 충마는 장군의 머리를 물고 300리 밤길을 달려 생가에 돌아왔고, 부인 원주 김씨의 치마폭에 건넸다.

그리고 9일 동안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울부짖다 굶어 죽었다. 이 땅의 생명있는 모든 것들, 미물일지라도 의기를 알았음일까. 부인 김씨 또한 1년뒤 기일을 마치고 자결했다고 한다. 곡성 옥과면 합강리에는 장군과 부인 원주 김씨의 열행을 기리기 위한 정열각이 있다. 전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다.

또 마을앞 송전리 내동마을에는 ‘의로운 말의 무덤’이 있다. 너른 들녘 한 가운데에 난데없는 이 곳, 당시 주민들이 갸륵한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 준 것으로 ‘의마총(義馬塚)’이라 이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의마총을 뒤로 하고 정열각으로 가는 길. 합강마을 입구에 나타나는 표지석엔 임진왜란 최초의 의병장 탄생지라고 쓰여 있다. 뒤로는 옥출산이 들려있고, 앞으로 옥과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입지다. 마을 주민이 반긴다. 잘 찾아왔다면서 인사를 건넨다. 아울러 후손이 없음을 안타까워하고 국가 사적으로 잘 관리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유팽로가 6살때 지은 시비가 부인 김씨의 열행을 기리기 위한 정열각 내에 서 있다.

◇국난을 당해 행동으로 대의 실천

마을회관 옆으로 충절의 길을 따라 벽화가 눈에 든다. 머리를 물고 있는 애처로운 눈빛의 애마와 부인의 진한 슬픔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야트막한 경사로를 따라 오르니 비문을 만난다. 장군이 6세에 지은 작품으로 어버이에 대한 사랑을 읊었다.

‘앞에는 합강물이 있고/뒤에는 옥출산이 있으니/원컨대 강과 산의 수명을 빌려/어버이의 얼굴만을 기쁘게 받들었으면’.

유팽로는 의병 부대를 이끌었으니 ‘장군’으로 칭한다. 그러나 ‘장군’ 이전에 ‘학인’이었다. 젊은 선비답게 조정에 할 말을 다했고 국난을 당해서는 행동으로 대의를 실천한 표상이다.

‘영남과 양호는 이 나라의 근본이다. 그런데 지금 영남은 비록 의병이 일어난다 해도 적의 소굴이 가로막혀 있어 곧 바로 서울로 달려가 왕실을 지키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호서 또한 천리에 걸친 지방이라 어찌 의기있는 장정들이 없을까만은 살략을 일삼는 적세에 눌려 스스로를 구할 겨를조차 없을 터인즉 오늘날 온나라에서 믿는 바는 오직 호남일도에 있지 아니한가.’

담양에서 회맹한 전라도 연합의병의 격문 내용이다. 전라도 열읍으로부터 각 지역의 유생과 무사들이 인솔해 온 군사들이 추성관에 집결해 고경명을 맹주로 추대한 다음, 죽음으로써 왜적토벌에 임할 것을 서약했다.

◇곡창 전라도 보전위해 집결

전라도 연합의병의 담양회맹 장소로 알려진 추성관이 있었다는 담양동초등학교.

담양 추성관을 찾아 나선다. 현재 담양동초등학교 자리라고 알려지는데 그 흔적을 더듬기조차 힘들다. 유팽로는 좌부장이 되고 이종사촌간이던 남원의 양대박은 우부장이 되고, 추성관에서 출진, 태인, 전주 등을 거쳐 북상한다.

비록 도중에 제1차 금산전투에서 패전했으나 곡창 전라도 공략을 저지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왜적의 예기를 꺾어 진주성 점령 기도를 좌절시켰고, 이로써 호남을 보전할 수 있게 됐다.
죽음으로서 나라에 충성하기를 맹세했으며, 단신으로라도 물러남이 없어 많은 공을 세웠던 의병들이다. 국가의 마지막 보루였던 호남이고, 호남의병들이다. 충의의 고장, 역사현장을 다니면서 남도인으로서 자긍심이 솟는다.

담양군은 호남 최초로 창의한 의향임을 알리고 의병 선양과 관련한 각종 기념사업 발굴 및 관광자원화로 지역발전을 도모코자 담양읍 운교리 100번지 일대(죽향체험마을 인근)에 임란한말창의기념관 조성사업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역사 교육장으로 체계적 관리 필요”
합강마을 주민 박정희씨

“국가에서 의병들과 의병장의 큰 뜻을 기려 사적지와 사당 을 관리해 후손들에게 역사교육장으로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유팽로 장군의 탄생지인 곡성 옥과면 합강마을에서 만난 박정희(70)씨는 “유 장군은 슬하에 자식이 없이 짧은 삶을 마쳤으나 그 높은 공로를 기려 재조명하는 작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학문 뿐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위국충절을 다하는 자세를 몸소 실행한 인물로 후손들에게 올곧게 계승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