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그리도 가벼운가 박상원 정치부장 불·탈법 난무 ‘무늬만 국민경선’ 이슈·감동없고 정책도 실종 능력·도덕성 갖춘 인물 선택을

2012년 03월 20일(화) 00:00

민주통합당 광주·전남지역 공천 경선이 19일 현재 광주 서구 갑을 제외하고 모두 마무리됐다. 현역의원이 경선에 참여한 지역은 모두 현역의원이 승리했다. 공천 컷오프 탈락자와 무공천·야권 연대, 지역구 수도권 이전 등을 제외하면 모두 생환했다. 민주당이 공천혁명의 진원지로 지목하며 국민경선을 통해 야심차게 ‘호남물갈이론’을 빼들었으나 공정성을 의심받는 공천 기준에 의한 컷오프 탈락자 외에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누구나 납득할만한 공천기준의 잣대가 애매한데서 민주당의 공천심사는 처음부터 거센 공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었다.

공천기준의 잣대는 그렇다고 치고 공천 경선을 치른 모바일 국민경선은 애당초 선거인단 불법모집과 동원 등 지역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정보통신 사각지대인 농어촌 지역과 인터넷 활용이 낮은 고령층에 대한 대리등록, 현장투표의 조직 동원, 불·탈법에 대한 제재조항 미흡 등 많은 문제점을 언론에서 지적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외면한 채 강행했다. 20-30대 선거 무관심층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에만 몰입한 채 정작 그 문제점을 예방하고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는 손을 놓았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선거인단의 불법모집 횡행과 광주 동구지역에서 발생한 투신 자살 사태는 준비안된 모바일 국민경선의 부작용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역의원이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구청장과 광역시의원, 기초의원들이 앞장서 불법모집과 동원을 실행에 옮기는 전위대 역할을 수행했다. 당초 민주당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아래로부터의 공천혁명’을 실현하겠다던 모바일 국민경선은 흥행은 고사하고 민심을 왜곡하는 비민주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불법과 동원이 난무한 국민경선의 흥행 실패와 경선에 매몰된 선거 이슈의 부재, 끊임없는 공천 잡음과 전·현직 의원의 대거 공천은 개혁은 멀고 감동은 없는 ‘그 나물에 그밥’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공천 컷오프 탈락자들은 불공정 공천을 심판하겠다며 대부분 무소속 출마 의지를 밝혀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은 공천 기간 내내 친노(친노무현)·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특정 학맥 위주 공천이라는 비아냥이 나돌았다. 지난해 말 야권 통합에 따른 반짝 특수와 높은 지지율은 쇄신공천이 실패하면서 원래 위치인 2위로 복귀했다. 지금의 상태라면 과반수는커녕 1당 자리도 힘든 여건이다.

국민경선의 잡음이 지속되면서 예비후보간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정책선거는 실종됐다. 공천 경선에 매몰되면서 이슈와 정책은 사라졌고 조직 동원에 혈안이 됐다. 1당 독점 지역인 이 지역의 경우 ‘공천=당선’이 공식화되면서 정책은 항상 뒷전이었다. 그렇다면 예비후보간 경선이라도 정책경쟁으로 공천자를 선정하는게 합리적이다. 특히 이 지역은 당 대 당 정책 대결도 무의미한 곳이다. 중앙당의 책임도 매우 크다. 후보의 조기 공천 확정과 중앙당의 공약과 연계된 지역별 공약을 적극 발굴, 유권자에게 알리고 심판을 받아야 한다.

4·11총선이 20여일이 채 남지 않았다. 앞으로 4년간 지역의 대표성을 가지고 각종 입법활동을 통해 국가의 정책방향 결정과 지역 현안의 예산 확보, 지역의 미래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일꾼을 선택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민심을 왜곡하는 불법·비리 공천자를 당선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공천 경선에서 선거인단 불법 모집과 대리 등록·대리 투표, 현장투표의 불법 조직동원 등의 구태를 연출한 후보는 경계해야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와 지역발전을 위해선 제대로 된 일꾼을 뽑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유권자가 똑똑해야 한다. 불법·비리 후보를 걸러내는 분별있는 눈과 판단력을 가져야 한다. 정치인은 민심을 헤아릴 줄 아는 지혜와 신뢰할 수 있는 도덕성,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실천력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사회 현안인 사회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 지역의 미래를 여는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이 선택을 받아야 한다. ‘표심’이 살아있어야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