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병] “호남도 우리 땅이요, 영남도 우리 땅이다” 광주시.전남도 공동기획 구국 항쟁의 횃불, 호남 의병(6) 제1부 임진왜란기 - 충의공 최경회, 논개 모친 잃은 슬픔 속 상복차림으로 전투에 나서 장군따라 충절지킨 논개 기린 ‘의암영각’ 눈길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2012년 04월 16일(월) 00:00

화순 동면 백용리에 자리한 충의사의 전경. 지난 2003년 준공된 충의사는 1만1천900㎡의 넓은 면적에 조성돼 청소년들의 충효교육의 장은 물론 어린이나 가족 단위 탐방 장소로 제격이다.

◇알림=본보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임진란과 이후 광주·전남 의병활동과 전적지, 의병장 등을 발굴해 본란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062-650-2060


화순은 예로부터 ‘충의의 고장’으로 불리운다. 조선 성종 22년에 여진족이 침입하자 의병을 일으켜 만주벌판까지 달려가 여진족을 토벌한 홍계호 장군을 비롯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인 최경회, 문홍헌, 조현, 오방한, 김인갑·의갑 형제 등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죽음을 무릅쓰고 외세와 싸웠던 호국선열을 무수히 많이 배출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어머니 상중에 나라를 구하기 위해 상복을 입은 채로 칼을 들었던 충의공 최경회 선생(1532-1593)의 호국정신은 가히 호남의병의 모범이 될 만하다.

◇모친 상중에 의병 일으켜 구국항쟁

화순 삼천리 출신인 최경회 선생은 문과에 급제한 뒤 사헌부 감찰, 형조좌랑을 거쳐 옥구·장수 현감, 영해부사, 영암군수, 담양부사 등을 지낸 정통 관료였다.

선생의 높은 인덕은 부임지마다 선정을 베풀어 주민들이 선정비와 생사당(초상화를 모신 집)을 지어 기념할 정도였다고 한다.

선생은 모친상을 당해 관직을 떠나 화순에 있는 동안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형제, 친척들과 의병을 일으켜 전라우도 의병장이 돼 상복차림으로 전투에 나서 금산·무주대첩 등 혁혁한 전승을 거뒀다.

진주성이 어려움이 처하자 선생은 지원에 나서기로 했는데, 이때 일부에서 ‘호남을 버리고 머나먼 영남을 구하러 가는 일이 옳지 못하다’고 하자 선생은 ‘호남도 우리 땅이요, 영남도 우리 땅인데 의로써 뭉친 우리들이 어찌 멀고 가까움을 가리겠는가’며 곧장 달려갔다고 한다.

선생은 첫 진주성 전투에서는 크게 승리했으나, 2차 진주성 싸움에서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왜적에 대항하다가 남강에 투신, 장렬한 최후를 맞고 말았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임금은 선생의 구국정신을 높이 사 충의공 시호를 내렸고, 이후 능주목 동면 금전리(현 한천면 금전리)에 사당이 세워졌으며, 능주면에 삼충각을 건립해 그 얼을 오늘에 전하고 있다.

충의사내 기념관에는 선생의 상복과 갑옷, 투구, 검 등의 복제품이 전시돼 있으며, 촉석루삼장사사적문헌집과 호남절의록 등의 원본도 보존돼 있다.

◇넓은 공간 가족단위 탐방 제격

화순 동면 백용리에 자리한 충의사는 최경회 선생의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사우다.

원래는 한천면 금전리에 건립됐는데 지난 2003년 성역화사업을 통해 현 위치에 새로 지어졌다.

건립된 지 오래되지 않아 충의공 사우는 깨끗하게 잘 관리돼 있다. 충효교육의 장은 물론 어린이나 가족 단위 소풍·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이다.

1만1천900㎡(3천600평) 규모의 넓직한 공간에 조성된 충의사를 찾게 되면 가장 먼저 선생의 ‘어록비’를 만나게 된다.

어록비에는 ‘호남도 우리나라 땅이요 영남도 우리나라 땅이다/성이 있으면 내가 있고 성이 망하면 나도 죽어야 한다/촉석루의 세 장수는 한잔 술로 웃으며 긴 강을 가리키노라/강물은 도도히 흘러 가니 저 물결 흐르는 한 혼도 죽지 않으리’라고 적혀 있다.

진주성에서 장렬한 죽음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의연하기 그지 없었던 선생의 충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글귀다.

충의사의 정문격인 홍살문을 지나 외삼문으로 어어지는 계단을 오르기 전엔 말을 타고 전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한 선생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외삼문을 지나면 왼편으로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5평 남짓한 기념관에는 의병활동 당시 전투장면을 담은 기록화와 선생의 상복과 갑옷, 투구, 검 등의 복제품이 전시돼 있으며, 촉석루삼장사사적문헌집과 호남절의록 등의 원본도 잘 보존돼 있다.

기념관을 나와 내삼문을 지나게 되면 선생을 모신 사당에 다다른다.

가족과 함께 충의사를 찾은 최진선(광주 남구 봉선동)씨는 “충의사는 무엇보다 넓고 깨끗하게 잘 정돈돼 있어 좋았다”며 “관리사무소 직원의 안내를 받을 수 있어 도움이 됐지만 탐방객을 위한 문화해설사도 상시 대기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의사내 ‘의암영각’에 봉안돼 있는 논개 영정.

◇‘기생풍’ 논란 잠재운 논개 영정

최경회 선생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의암 주논개이다.

논개는 2차 진주성 전투 뒤 함락된 진주성 촉석루에서 왜군이 벌이는 잔치에 참석해 왜군 장수를 끌어안고 남강에 투신, 의로운 죽음을 맞은 인물이다.

최경회 선생의 부실(副室)이었던 주논개는 해주 최씨 족보인 ‘해주최씨세보’의 최경회 조에 1975년부터 부실로 기록돼 있다. 그 당시 해주최씨 문중에서는 의암부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를 벌인 끝에 다수 의견에 따라 족보에 올렸다고 한다. 논개가 선생의 부실이라는 사실은 1905년 송병선이 지은 ‘동감강목’에서도 이미 ‘경회의 첩 논개가 왜장을 유인하여…’라는 기록이 있는 만큼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화순군은 동면 백용리에 충의사를 새로 건립하면서 사우 내에 주논개 영정각인 ‘의암영각’을 따로 건립해 선생과 주논개의 사랑과 호국정신을 기념했다.

이런 ‘의암영각’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 하나 있다. 이 곳 논개의 영정이 기존 영정 모습과 달리해 그려져 봉안됐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논개 영정은 이당 김은호(1979년 작고) 화백이 그린 것으로 전북 장수에 있는 논개사당과 논개의 위패가 모셔진 경남 진주시 의기사에 걸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해주 최씨 문중은 이당의 영정이 전체적으로 기생 이미지를 풍기는데다 머리모양이나 복장이 임진왜란 당시와 달라 새로 영정을 만들기로 하고 이당의 제자인 김영철 화백에게 영정 제작을 의뢰, 충의사에 봉안하면서 ‘기생풍’ 논란을 잠재웠다고 한다.

(충의사 관람시간: 3월-10월 오전 9시-오후 6시, 문의: 061-373-8130)

/글=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