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병] 국난에 화급히 달려나가고 민관군 ‘용전분투’ 알리다 광주시.전남도 공동기획 구국 항쟁의 횃불, 호남 의병(7) 제1부 임진왜란기 - 당대의 큰 의인 안방준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2012년 04월 23일(월) 00:00

왜적과 청나라로부터 침략을 당한 난세를 온 몸으로 헤처나간 의병장이자 도학과 절의를 최고로 여겼던 큰 선비인 안방준을 기리고자 보성군 조성면 우산리에 대계서원 복원 공사가 마무리 수순이다.

◇알림=본보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임진란과 이후 광주·전남 의병활동과 전적지, 의병장 등을 발굴해 본란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062-650-2060


야트막한 산들에 둘러싸여 포근한 기운이 느껴지는 마을에 닿았다. 30가구가 거주하는 전형적인 시골의 풍경, 그 가운데 죽산 안씨 종가집이 자리한다. 멀지 않은 예전에는 인근 12개 마을이 모두 집성촌이었다고 한다. 이 곳에 의병장 안방준 선생을 기리는 사당이 함께 한다.

보성군 조성면 우산리 3구 외현마을 종택에 위치한 은봉사당.

◇왜란과 두 차례 호란서 의병 일으켜

12대 손이자 관리인 안대순씨를 만났다. 안내를 직접 하면서 그는 선조에 대해 “임진왜란은 물론이고 외침 때마다 의병을 세워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구국의 표상”이라고 평했다.

또 아직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인근에 복원중인 대계서원 공사가 마무리되면 관람객들이 늘 것으로 보인다면서 애국충혼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보성군 조성면 우산리 3구 외현마을. 현촌마을로도 불리운다. 대계서원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임진란의 의병장으로서, 또 학자로서의 삶을 되새겨 볼 수 있도록 한창 조성중이다. 올 가을 추수에 맞춰 개관할 계획이다.

입구에서 선생의 고결한 생애와 충절을 새겨 후세에 귀감이 되도록 유허비가 먼저 맞는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유생들이 모여 학문을 강론하는 주건물 강당이 정면에 배치돼 있고, 뒤편으로 사당이 보인다. 좌우에는 유생과 헌관의 숙소인 동재와 서재, 그리고 유품들을 한데 모은 전시실이 꾸며지고 있다.

대계서원은 1657년(효종 8)에 창건돼, 위패를 모셨다. 1704년(숙종 30)에 사액을 받았으며, 1780년(정조 4) 화재로 소실됐다 1784년에 중건했다. 이후 1868년(고종 5)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없어졌다. 지난 2004년부터 유림들과 후손들이 중심이 돼 복원이 추진돼 왔다.

◇올 가을 대계서원 복원 마무리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발해 날리는 보성의 대원사다. 화순 사평쪽에서 가다보면 대원사에 바로 못미쳐 ‘우산 안선생 묘소’라는 커다란 비석이 서 있다. 화순군 남면 복교리. 이 길을 따라 들어서면 유택과 제각, 신도비가 있다.

20세 되던 해 임진란이 발발하자 안방준은 스승인 박광전을 도와 창의했고, 연락 참모로 공을 세웠다. 절의(節義)를 중시하며 왜적과의 강화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수년간 왜적에 맞서 싸웠다.

박광전 역시 보성 출신으로 당시 왕세자의 스승이기도 했던 인물. 정유재란때에도 의병을 거느리고 분전했으며, 72세를 일기로 군영에서 죽었다. 이들과 함께 임계영도 빼놓을 수 없다. 박광전이 병으로 군을 통솔하지 못하는 상황이 처하자 직접 대장이돼 남원, 장수, 금산, 무주 등에서 많은 공을 세웠다. 좌의병장이라 불리게 됐다.

벚꽃 명소로 알려진 대원사 인근에 조성된 안방준 선생의 묘. ‘우산 안선생 묘소’라는 안내비를 따라 들어가면 제각, 신도비와 함께 있다.

◇침략자들과 화친 통렬히 배척

임진란 이후의 행적을 보자. 안방준은 1627년(인조 5) 정묘호란 때에는 호남호서의 호소사(號召使)가 돼 많은 의병을 모집했다. 전주로 피란 온 세자를 호위하기 위해 전주로 집결했을 뿐만 아니라, 강화도에 피란 가 있는 임금에게 곡물을 모아서 보내는 일을 했다.

또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도내의 각처에 창의의 격문을 보내 의병을 일으켜 남한산성으로 진격하려고 전라도 경계선 여산에 집결했다. 하지만, 전쟁이 종식되는 바람에 되돌렸다. 특히, 임진란에서처럼 청과의 화의를 통렬히 배척했다.

재야의 산림 학자의 처지에서도 왜란과 호란이 중첩되던 시기에 분연히 거의해 선비의 기개를 떨치고 유학의 가르침을 선양했다.

안 선생은 구국에 참여하면서 조선의 군·관·민이 왜적을 맞아 용감히 분투했던 사건의 자취를, 자신이 보고 들은 바에 따라 서술해 후세에 널리 전하고자 했다. 실제로 저술 대부분은 도학 사상을 바탕으로 국가 위기에 대처해 분발, 순절한 숱한 인문들에 대한 기록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병 봉기에 대해 호남사람들은 당대부터 국란극복의 원동력으로 자랑스럽게 여겼다. 의병장으로, 또 큰학자로 안방준은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운 시기에 이름없는 백성들과 함께 한 시대의 의인이었다.



“유적지 잘 조성해 후대 전승해야”
안대순 보성 은봉사당 관리인

“임진왜란과 두 번의 호란으로 이어지는 국난에 화급하게 달려가기도 하고, 숱한 의병들의 싸움을 진실하게 알리며, 또 많은 제자를 양성하기도 한 호남의 의병장이자 큰 선비라고 생각합니다.”

안방준 선생의 종가집에서 만난 12대손 안대순(75)씨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의병들의 유적지를 잘 조성함으로써 후대에 애국충절의 정신을 바르게 전승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씨는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한 대계서원 복원공사가 8년이나 흘러서야 빛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적지 않다”면서 “유림이나 일개 문중들의 일로만 치부하지 말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글=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