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의 자질을 생각한다 박상원 정치부장

2012년 05월 01일(화) 00:00

4·11 총선이 야권의 참패로 끝이 났다. 이제 국민의 눈은 12월 19일 치러지는 대선에 쏠려 있다. 지난달 23일 대선 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바야흐로 대선 정국이 펼쳐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의 대선을 향한 잠룡들의 행보가 분주하다.

여권에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의원, 이재오 의원 등, 야권에선 문재인 의원을 비롯 김두관 지사, 박준영 전남지사, 정세균 의원, 손학규 의원 등, 재야에선 안철수 서울대 교수 등 10여명이 선거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나라의 장래를 책임지겠다며 많은 사람이 나서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고 반가운 일이다.

차기 대통령 임기 5년(2013.2.25-2018.2.24)은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 분수령이 되는 중차대한 시기이다. 이는 ‘87년 체제의 잔재’로 인식되는 한국사회의 모든 현안을 좌-우 혹은 보수-진보의 대립으로 보는 관점을 극복하고 민주 평화 복지 공정에 바탕을 둔 ‘2013체제’를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87년 체제’는 1987년 6·10시민항쟁을 통해 얻어낸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헌정체제로 권위주의 잔재가 남아있고 신자유주의 바람에 휩쓸려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87년체제’ 극복 논의를 주도하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새롭게 시작될 2013년은 큰 변혁을 이끌어낼 새로운 시대의 원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권 레이스의 점화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출판기념회로 촉발됐다. 이어 김문수 지사와 정몽준 의원의 출마선언,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민생투어로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손학규, 정세균 등 야권 후보들도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대통령 책임제 나라에서 대통령을 잘 뽑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새로운 ‘2013체제’를 만들어 나갈 대선 후보의 자질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간적 품성, 우리 사회의 과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해결능력, 국민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소통능력, 정책 결과에 따른 무한 책임의식 등 다양한 자질과 능력을 요구한다.

‘2013체제’의 리더십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사회현상을 보는 시각은 현재의 역사 흐름에도 맞지 않다. 정직한 통합의 리더십을 가져야 향후 남북문제, 국제관계 등 국가의 미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대선은 총선과 달리 ‘당 대 당’ 보다는 ‘인물 대 인물’ 의 대결구도로 치러진다. 후보 개인이 살아온 이력과 경륜, 표방하고 있는 신념 등이 유권자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공자는 정치 지도자의 자질로 신뢰를 으뜸으로 삼았다. 공자는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제자 자공의 물음에 “백성들에게 먹을 것을 충족시키고, 군사를 충분히 갖추며, 백성이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가운데 부득이 버려야 한다면 먼저 버릴 것은 군사이고, 그 다음은 먹을 것이며 마지막까지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백성의 믿음이라 했다. 국방이나 경제정책 등 개별 정책을 잘하는 능력이 있어도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국민의 믿음을 얻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역대 대통령의 기록을 돌아볼때 자신있게 얘기하는 부분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중요한 원인의 하나는 권력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 부족, 권력의 사유화에 기인한다.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아 국민을 위해 행사해야 하나 과거 역대 대통령의 상당수는 사적 이익에 동원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특히 대통령을 둘러싼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는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대통령 후보때부터 측근 부패와 비리를 근절하는 서약서라도 받아야 할 상황이다. 공공성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에 자신의 측근을 앉히는 것은 공공의식 결여의 한 단면이다. 대통령의 권력에 대한 공공성의 결여는 사회 전체의 도덕성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이 될 후보는 권력의 공공성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갖춘 분이기를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