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병] 왜놈을 막아내지 못하면 살아 무엇하리 광주시.전남도 공동기획 구국 항쟁의 횃불, 호남 의병(10) 제1부 임진왜란기 - 1효 6충의 해남 운곡사 이순신 장군 난중일기에 활약상 기록 향촌생활 살필 수 있는 대동계 문서도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2012년 05월 21일(월) 00:00

임희진 문중사우 해남군 계곡면 신기마을에 위치한 운곡사는 해남의병장 임희진을 배향한 문중사우다. 임진년 12월경 북상해 권율이 진을 치고 있는 수원 독성산성 전투에 공을 세웠으며,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성이 함락되면서 김천일 최경회 등과 함께 남강에 투신, 순절했다.

◇알림=본보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임진란과 이후 광주·전남 의병활동과 전적지, 의병장 등을 발굴해 본란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062-650-2060

수없이 밀려드는 왜적에 죽음으로 맞섰던 수많은 의병들의 행적을 찾아 빛내야 함은 후손들의 몫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를 반영 못하고 있어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고즈넉한 산중에 자리

해남군 계곡면 신기마을로 간다. 네비게이션에 해남청소년수련관을 치고 1시간 20여분 만에 도착했다. 수련관을 뒤로 진입하다 보면 당산마을 입구를 거치고, 이어 신기마을이 보인다. 이 곳에 있는 운곡사(雲谷祠)를 찾는 길이다.

장흥 임씨 집성촌으로 본인도 마찬가지라는 마을 어르신은 찾는 사람은 없지만 1, 8월 두차례에 걸쳐 제사를 지내고 있다며 말을 건넨다.

운곡사는 해남의병장 임희진을 배향한 문중사우다. 마을로 들어서 상사바위 표지를 따라 난 좁고 가파른 길을 승용차(SUV)로 3분여를 오르고 나니 허름해 보이는 건물이 눈 안에 들어온다. 목적지에 다다랐다.

현판만이 이곳이 운곡사임을 말해줄 뿐이다. 또 하나, 향토문화재 ‘장흥임씨 당산마을 대동계일괄문서’라는 표지판이 마주섰다. 이곳에서 보관돼 오던 문서로 18세기 무렵 문중의 향촌생활을 잘 살필 수 있는 사료로 평가되고 있다.

의병들 무덤 ‘만의총’ 옥천면 성산리에 있는 만의총. 1597년에 정유재란때 지역에서 창의한 의병들과 왜병들이 교전해 쌓인 시체가 산을 이뤘는데, 주민들이 시신을 거두어 합장해 이름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6기였다고 하는데, 현재 3기만 존재한다.

◇1효 6충의 가문

임진란이 발발하던 때 임 선생은 성균관 진사로 해남군 현산면 초호리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던 중이었다. 파죽지세로 몰아닥친 왜가 20여일 만에 수도 한성까지 함락시키면서 나라는 바람 앞의 등불이 된다.

이에 ‘나라를 왜놈으로부터 막아내지 못하면 살아서 무엇하리!’ 분기로 온 몸을 떨고 있다 김천일이 나주에서 의병을 일으킨다 함으로 고향에서 의병을 일으키기로 결심하고 ‘호(虎)’자 깃발을 앞세우고 의병을 모집, 68세의 나이로 칼을 든다.

임진년 12월경 북상해 권율이 진을 치고 있는 수원 독성산성 전투에 참가해 성 밖에서 게릴라전을 펴는 등 크게 전공을 세웠다. 이후 1593년 제2차 진주성 전투. 임 선생은 전투대장 직으로, 장남 달영은 부대장으로 용전분투했으나 결국 성이 함락되면서 김천일 최경회 등과 함께 남강에 몸을 날렸다.

달영은 겨우 살아 남아 부친의 시체를 찾으려 했으나 찾지 못했고, 유품 일부만을 가지고 와서 장사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타고 갔던 말이 나중에 죽자, 묘소 아래에 묻었는데, 지금까지 마총이라고 전해진다.

아들 달영과 준영 역시 아버지를 따라 많은 전공을 세웠고, 종손인 천감, 영길, 준, 식 등도 용감히 싸우다 순절했다. 그래서 孝(효)는 곧 忠(충)으로 이어진다 해 1효 6충의 가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의 활약상은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에도 기록돼 있다. 난중일기 중에서 일화를 살펴본다.

十七日 丙寅 晴 暖 初夏 朝上射亭公事

李弘明, 任希璡來 竹統筒造來

試放則 似有出聲 而別無所用 可笑

-십칠일 병인 맑다 따뜻하기가 첫여름 같다. 아침에 사정에 올라가 공무를 보다.

이홍명, 임희진이 오다. 대나무로 총통을 만들어 왔기에

시험하여 쏘아 본 즉, 소리는 나건마는 별로 쓸모가 없어 웃고 말았다-

5명의 충신 배향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한 유형, 이억기, 이유길, 이계년 장군 등 다섯명 충신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을 건립된 오충사(용정사). 해남읍 용정리에 위치한다.

◇의병들의 혼 서린 만의총

계곡면은 신기마을에서, 인근 당산, 강절, 태인 등지로 뻗어나와 동족마을이 형성돼 있다. 장흥에 본을 둔 임씨들은 1400년 말경 임서규가 신기에 최초로 입향했다고 한다. 또 이상의 임희진 의병장에서 살펴봤듯 충의 뿐만 아니라 효자비·효열비가 많다.

의기가 넘쳐나는 이 곳을 뒤로하고 옥천면 성산리로 향한다. 한적한 도로 옆에 위치한 고분이 궁금해 져서다. 장축 16m, 단축 14,5m, 높이 4.5m에 달하는 이것은 만의총이라 불린다.

역사적인 근거는 없지만 1597년에 발생한 정유재란때 지역에서 창의한 의병들과 왜병들이 교전해 쌓인 시체가 산을 이뤘고 마을에 남아 있던 남녀노소의 주민들이 시신을 거두어 합장해 이름했다는 구전이다.

본래에는 6기가 있었다고 전해지나 1960년대 경지정리사업으로 소멸되고 현재는 3기만 남아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은 1호분이며, 2호분은 마을로 들어가는 길 논 한가운데 위치하며, 장축 6.8m, 높이 1.9m다.

3호분은 강진으로 넘어가는 3㎞ 목장 인근에 장축 22m, 단축 19m, 높이 2.9m 규모로 주민들은 그 날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매년 10월 10일에 향사하고 있다.

/글=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