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병] 영호남 잇는 지리적 요새이자 치열한 격전지 광주시.전남도 공동기획 구국 항쟁의 횃불, 호남 의병(11) 제1부 임진왜란기 - 일곱 의사 혼 서린 구례 송정리 석주관성·칠의사묘 등 의병역사흔적 오롯이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빨치산 격전 치르기도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2012년 06월 04일(월) 00:00

섬진강과 지리산 사이에 위치한 구례군 토지면 송정리 소재 석주관성과 칠의사묘는 호남의병 역사의 터로 알려져 있다. 전란 때마다 그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칠의사당 뒤쪽으로 석주관성의 처연한 흔적이 남아있다.

◇알림=본보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임진란과 이후 광주·전남 의병활동과 전적지, 의병장 등을 발굴해 본란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062-650-2060


◇의병장이 은거했던 오지

정유재란 때 구례지방으로 침입한 왜구를 막기 위해 석주관성에서 적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순절한 의병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가꾸어진 칠의사묘.

섬진강과 지리산 사이에 자리한 구례군 토지면 송정리. 송정리는 4개의 작은 마을로 나뉜다. 각각 한수내(川) 안쪽에 위치했다 해서 안한수내(내한), 바깥쪽에 있다 하여 바깥한수내, 새로 생긴 동네 신촌, 사적 제106호로 지정된 ‘석주관 칠의사묘’ 옆 원송마을이다. 원래는 4개 마을을 합쳐 내한이라 부르던 것을 한수내 근처에 쉬어가기 좋은 큰 나무 정자가 있어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송정리로 개칭됐다.

송정리는 그 옛날 많은 의병장들이 은거했던 산마을 오지다. 큰길에서 산 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는 땅이라 일제시대 전까지만 해도 마을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담양 창평 출신의 의병장 고광순이 은거하며 의병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임진왜란 때 활동했던 고경명의 후손으로 산능선 너머 연곡사에서 순절했다.

특히 ‘석주관 칠의사묘’는 송정리를 대표하는 의병역사의 터다. 단아한 이 사당은 정유재란 때 의병장으로 왜군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일곱 의사의 묘와 위패를 모신 곳. 한적한 산 비탈에 자리한 전적지가 뜬금없을 수 있지만 이곳은 치열한 격전지였다. 전란 때마다 그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곳, 칠의사 사당 뒤쪽으로 석주관성의 처연한 흔적이 남아 치열했던 역사의 현장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석주관 칠의사묘

석주관성벽.

석주관의 역사는 영호남을 연결하는 지리산 요새라는 구례의 지리적 요충으로서의 위치에서 온다.

구례에서 섬진강을 따라 하동 쪽으로 10㎞쯤 가다보면 구례군 토지면 송정리에 이르는데, 좌측으로 높이 약 10m의 낭떠러지 땅이 석주관이다.

이곳은 삼한시대 때 마한과 진한의 경계였으며 삼국시대엔 백제와 신라의 경계로 영토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군사상 요충지였다. 또 고려 때에는 남해에서 침입한 왜구를 막기 위해 성을 쌓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을 튼튼히 하기만 하면 진주에서 구례, 남원을 향해 넘어오는 왜적을 방어할 수 있는 호남의 전략적 요충지로, 고려 말 이곳에 진(鎭)을 두고 둘레 500칸의 석성을 쌓아 왜구를 막았다.

조선이 개국하고 정국이 안정되어 감에 따라 진을 폐지해 황폐되었는데 지금 남은 석축관문은 1592년(조선 선조 25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당시 전라 방어사 곽영이 고려시대의 진성위에 쌓은 것이다. 경사진 산허리의 정상부를 따라 축조된 현존 성곽의 길이는 736m, 석축 높이는 50-120㎝ 규모다. 석축에 일정한 간격으로 단을 두고 단과 단 사이에 타구를 두어, 적의 공격 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석주관에는 정유재란 때 구례지방으로 침입한 왜구를 막기 위해 석주관성에서 적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순절한 구례현감 이원춘을 비롯해 왕득인, 왕의성, 이정익, 한호성, 양응록, 고정철, 오종 등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가꿔진 묘를 비롯한 유적으로 사적 106호로 지정된 칠의사가 있다.

칠의사묘비.

1597년 정유재란이 일어났을 때 왜군은 호남지방을 목표로 해 이곳을 집중공격했다. 그러자 왕득인이 의병을 일으켜 적에게 대항했으나 결국 숨지고 말았다. 그 후 왕득인의 아들과 각 지역에서 모여든 의병, 승병들이 힘을 합쳐 처절한 혈전을 전개했으나 이 역시 대부분의 의병을 희생시킨 채 끝나고 말았다.

순조 4년(1804) 나라에서 왕득인을 포함한 7명의 의사에게 각각 관직이 내려졌고, 1946년에는 뜻있는 지방 유지들에 의해 칠의각과 영모정이 세워졌다.

석주관성과 칠의사묘는 같은 곳에 있다. 석주관성은 칠의사 우측 산능성을 따라 왕시루봉쪽으로 있는데 석주관 끝부분이나, 칠의사단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의 흐름에는 이곳에서 장렬히 전사한 일곱 의사의 애국애족 정신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또 석주관성은 현대사에서도 빨치산과 국군의 격전지로 전쟁의 화마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땅이었다. 작금에 있어 고요하지만, 역사가 소용돌이 칠 때마다 치열한 희생이 일었던 땅인 것이다.

/글=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