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박연오 경제부장

2012년 06월 05일(화) 00:00

국세청은 최근 공정과세 구현을 위해 ‘바른세금 지킴이’라는 시민 탈세감시단을 만들었다.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뉴거버넌스 탈세감시 활동을 한다는 명목이다.

경제환경의 변화로 탈세수법이 날로 지능화되면서 기존의 탈세제보 제도로는 고질적인 탈세행위를 방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시민 탈세감시단 발족의 배경이다.

비슷한 시점, 감사원은 인천의 한 세무서 직원이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수억 원의 세금을 덜 거둬들인 사실을 적발했다.

세무서 직원 A씨는 지난 2010년 12월 B업체에 대한 거래질서 관련 조사를 벌이면서 물품 없이 세금계산서만 주고받은 가공거래를 한 사실을 눈감아 줬다. 어이가 없는 점은 A씨가 조사 당시 B업체로부터 “조사를 선처해 달라”는 청탁으로 받은 금액이 현금 30만원이라는 사실이다.

즉 가공거래가 정상거래로 바뀌면서 B업체는 30만원으로 부가가치세 2억5천155만원을 탈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사례는 전국적으로 234건에 달했다.

시민 탈세감시단 발족은 탈세행위를 방지하고, 성실납세 문화를 확립시켜 국가재정을 확고히 하려는 데 있다.

국세청에 의하면 납세 소득누락 추정 비율은 전문직-자영업자-월급자 순으로 높다고 한다.

흔히 월급쟁이 지갑을 ‘유리지갑’이라 한다. 아무리 용을 써도 월급쟁이들은 꼬박꼬박 빼먹지 않고 월급에서 세금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반면 소득이 많은 직업인들은 다양한 묘수로 세금망에서 벗어난다. 절세 수준이 아니라 탈세 수준이다. 한달에 수익이 수천만 원인 줄 다 아는데 정작 소득신고 때는 몇 십만 원 밖에 벌지 못한다고 신고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그래서 세무당국의 과세에 대해 월급쟁이들은 불신을 하고 있다. 심지어 상대적 박탈감마저 들기도 한다.

이 같은 세태를 적시하는 용어가 바로 ‘1:4:6의 법칙’이다. 여기서 1은 월급쟁이, 4는 자영업자, 6은 전문직의 몫이다.

봉급쟁이는 자기소득의 10% 정도를 소득에서 누락시킨다. 내야 할 세금의 10%를 덜 낸다는 얘기다. 자영업자는 소득 가운데 40%를 누락시킨다고 한다. 전문직은 무려 세금의 60%를 떼먹는다고 한다.

이 법칙은 사실 일본에서 널리 통용되던 것이다. 그러나 세무관계자는 우리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아무리 세원 추적을 해 무거운 세금을 매기려 해도 소득증빙자료가 없으니 중과세가 어렵다고 한다.

국가재정을 튼튼히 하려면 무엇보다 성실납세 문화의 확립이 절실하다. 이는 공정사회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세금은 강제적 희생 또는 납세 의무로 인식되기보다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또는 민주시민의 능동적인 권리 행사다. 국민의 대표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자율적 의사로 세금을 납부하는 헌법상 국민주권주의 이념에 토대를 둔 조세 개념이다.

고소득층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반 국민도 적지만 자신의 몫을 성실하게 부담하면서 탈세행위를 적극 고발하는 선진 시민의식을 가져야 하겠다.

세금은 성실납세 의식과 함께 세무행정의 공정성이 뒷받침돼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국민에게만 성실납세를 요청할 것이 아니라 국세청도 공정하고 투명한 세정운영을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세금은 국가 등의 정부기관이 특정한 목적의 달성 등을 위해 개개인에게 소득 또는 행위에 대해 징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금은 납세자의 형평성에 맞게 징수돼야 한다. 즉 소득이 많은 사람은 많이 내게 하고 소득이 적은 사람은 적게 내게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

그러나 일부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들의 탈루와 탈세는 그들만의 불법이 아니라 이를 통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는 월급쟁이 등 서민들의 가슴에도 상처를 입히는 행위다. 모쪼록 이번에 발족한 시민 탈세감시단의 역할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