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드라마 ‘애꾸눈 광대’를 보고 김대종 전무이사 /bigbellkim@hanmail.net

2012년 06월 12일(화) 00:00

외국을 나가보면 광주는 5·18로 더 알려져 있다. 그만큼 광주라는 도시는 외지인에게도 ‘민주의 도시’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광주에서 조차 5·18 얘기를 끄집어내면 누구나 식상해 한다. 심지어 손사래를 치는 사람까지 있다. 하기야 광주시민 이라면 5·18의 실체인 군부독재에 대한 항거와 ‘대동세상’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싶다.

그러나 어찌됐든 5·18은 안타깝게도 32년이란 세월이 흘렀건만 ‘전국화’를 이루지 못한 원죄를 안고 있다. 누구의 탓이 아니다. 모두의 책임이다. 일각에선 5월 단체의 순수성 회복과 타 지자체의 참여를 해결치 못하고선 ‘전국화’는 요원하다고 말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요즘 5·18의 한 당사자가 주목을 끌고 있다. 얼마 전 광주시내 궁동 예술극장에 나흘간이나 올랐던 ‘애꾸눈 광대’라는 1인극을 두고 하는 말이다. 때마침 5·18 32주년 행사기간 이었으니 감회도 사뭇 달랐다.

1인극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5월 피해 당사자로 한때 투사의 길을 걸었던 사람이다. 80년대 초, 5·18부상자 회장을 지냈던 이세상씨(60·본명 이지현)가 그 장본인. 이씨는 청년시절이었던 80년 당시 계엄군에 한쪽 눈을 잃었다. 그는 진실규명을 위해 투사가 됐고, 투쟁 과정에서 두 번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때문에 애꾸눈 광대는 이씨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토리 또한 애절한 감동이 있다.

‘애꾸눈 광대는 80년 5월, 광주항쟁에 참여한다. 5월26일 밤 후배 박민철이를 도청에 두고 도망쳐 나오는데, 다음날 민철이는 죽고 몇 년 후 광대는 결혼해 아들을 낳는다. 광대는 민철이와의 우정과 죄책감에 아들 이름을 민철이라고 짓는다. 그 후 직업이 투사가 되어 구속돼 고문을 받는 등 갖은 고초를 겪는다.

그렇게 가정을 소홀히 한 사이 어느 날 아들 민철이는 가출을 하게 되며, 광대는 수레를 끄집고 전국을 누비며 아들을 찾아 나선다. 잃어버린 5월 공동체와 빼앗긴 민주주의를 찾아 헤맨다는 내용이다.’

연출가에 의하면 이 공연은 5월 정신 계승을 위한 모노드라마이자 세상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난장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수 년 전부터는 웃음 치료사, 희망 전도사로 변신했다.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마술과 성대모사, 악기 등을 직접 배워 ‘공연화’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삶을 치료했던 마술과 음악, 공연이 이제 우리네 세상을 치료하고 있는 셈이다.

그의 삶과 열정은 이번 공연에서 맘껏 발휘가 됐다. 필자가 지켜보는 날,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감동의 순간마다 관객들의 눈시울과 박수는 전혀 인색하지 않았다. 좋게 보면 ‘초보자’로서 성공이 엿 보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이번 1인극은 5·18 투사에서 예술치료사 희망배달부로 변신한 자신을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낸 삶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씨의 무대는 결코 적지 않았다. 판소리와 마술, 성대모사, 품바, 댄스 등 예술의 모든 장르가 어우러진 종합예술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극본을 맡은 나창진씨나 연출을 맡았던 신동호씨도 나름대로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더 갈고 다듬어 완벽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애꾸눈 광대’는 5·18의 아픔, 상처, 치유 과정 등을 보여준 비록 1인극이었지만 광대의 목표는 이미 세계화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씨는 1인극을 통해 ‘5·18 공동체’를 확산시키는데 꼭 일조 하겠다고 강조한다. 포부도 야무지다. 올 여름 방학에 맞춰 몇 차례 공연을 준비 중이며, 더 나아가 서울 동숭로 등 대학가에 이어 반드시 몇 년 안에는 해외까지 나가 ‘5월 광주’를 알리는 파수꾼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요즘 매일 다섯 시간씩 공연 연습에 땀 흘리고 있는 이씨의 남다른 집념과 열정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씨의 말마따나 그의 목표가 어김없이 ‘5월의 전국화’는 물론이고 해외동포에게까지 다가가는, 그야말로 세계화에 앞장서는 ‘광주의 메신저’가 됐으면 한다. /bigbell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