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와 호남 민심 박상원 정치부장

2012년 06월 26일(화) 00:00

오는 12월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권의 대선후보 출마가 잇따르고 있다. 여권은 박근혜 대세론에 비박주자들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도입을 주장하며 경선 룰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야권은 후보간 세력결집에 나서면서 자질과 능력, 경험, 지역기반 등을 내세우면서 초반 기선제압을 위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또 범야권의 강력한 대권 변수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도 빨라질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여야 대권주자들의 호남행이 눈길을 끈다. 특히 야권 후보들의 경우 민주화의 도시와 정권교체의 시발이 된 도시라는 상징성으로 출마선언 후 첫 지방 방문지로 광주를 선택하고 있다. 야권의 후보 결정은 광주의 선택이 향후 수도권 등 중요한 흐름의 변수로 작용해 왔다. 여권 후보들도 상대적 취약지역이지만 치열한 선거전일 경우 승부처가 될 캐스팅 보트 지역이란 점에서 광주를 찾고 있다. 이처럼 대선정국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지만 호남의 민심은 유동적이고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대권후보들이 호남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호남은 역대 선거마다 뚜렷한 방향성과 결속력으로 대통령을 탄생시키거나 민주당의 후보를 결정해 왔기 때문이다. 광주의 선택은 민주화의 정통성을 잇는 후보로 힘을 발휘하고 정치 세력를 통합하는 저력을 보여 왔다. 또 결속력이 강한 호남을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간주한 이들 대권주자들의 전략적인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역대선거에서 이는 지역주의로 작용해 많은 부작용과 성처를 안겨줬다.

그러나 이제 호남의 민심은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역을 넘어 인물 중심으로, 지역발전과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후보에게 마음을 열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 4·11총선 당시 서구 을의 상황을 보면 변화하고 있는 표심의 단면을 보여준다. 민주당에 대한 애정은 그대로 있지만 ‘무조건 민주당은 아니다’는 인식이다. 이 정현 새 누리당 최고위원은 호남 발전과 지역주의 극복이란 명분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막판 야권 연대가 아니었다면 당선됐을 것이다. 올 대선에서도 호남은 민주당이라고 무조건 찍어 주지는 않을 것이다.

호남의 민심이 인물과 가치 중심의 흐름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하나같이 광주를 찾아 ‘호남의 결정에 판은 결정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대선을 목전에 둔 전략적 발언 혹은 역사적 인식에 바탕을 둔 진정성 있는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1997년 이후 치러진 선거과정을 통해 지역주의가 엷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광주는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노무현을 선택했다. 출신보다는 후보의 인물, 가치를 판단했다.

현재 민주당 주요 대선주자는 손학규·문재인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등 비호남 인물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호남과의 인연 등 연결고리를 찾으며 ‘제2의 노무현’을 꿈꾸고 있다. 이들 주자들의 호남에 대한 애정은 다분히 지역주의에 기대고 있는 듯하다. 호남은 이미 지역주의를 넘어 인물과 가치로 새로운 리더를 찾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들 대선 주자들이 진정으로 호남의 선택을 받기를 원한다면 말만 앞서는 후보가 아닌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꾸준한 노력으로 실천을 담보해 낼수 있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지역언론인과의 오찬에서 “호남사람이 나를 택한 것은 이회창 후보를 이길 후보를 필요로 했다는 전략적 사고에서 나왔다”고 발언해 당시 호남 민심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민주 정부 10년을 만든 호남의 정치적 위상은 2007년이후 크게 약화됐다. 대권주자들은 호남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부속물로 여기는 듯 하다. 호남 민심을 얻으려면 호남인의 역사의식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진정으로 호남을 한국 민주화의 발원지로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호남 민심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