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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사는 광주시민을 생각하라

박연오 경제부장

2012년 06월 29일(금) 00:00

울산에는 ‘현대’라는 기업이 그 지역을 상징하며 나름대로 울산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한때 인천에서는 새한자동차가 전신인 대우자동차가 그 역할을 했었으나 아쉽게도 2001년 美제너럴모터스에 매각되면서 5개 법인으로 조각났다.

광주에도 아시아자동차가 모태인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지역을 대표하며 광주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이들 네 기업의 공통분모는 모두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각 지역에서 단순한 단위기업이 아니다는 점이다. 이들이 각 지역에서 경제적·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협력업체는 물론이고 고용과 소비, 지방세수 등 각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타 기업에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많은 수출로 한국경제에 크게 기여한 애국산업의 표상이다. 예전에는 외제차를 타는 것을 죄악시했으며, 수출용보다 저품질의 내수용 자동차도 이해하며 애용했다. 그 같은 지역민과 국민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자동차산업이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울산에 가면 현대車 타기, 인천에 가면 대우車 타기, 광주에서는 기아車 타기 운동이 각 지자체와 지역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최근 광주에서 반가우면서도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와 광주시민들을 실망케 하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생산되는 봉고트럭이 최근 국내외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나 생산물량이 주문량을 못 따라가 해약사태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문제는 계약 물량을 충분히 양산할 수 있는데도 노사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생산을 안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괄목해야할 점은 봉고트럭의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며, 봉고트럭 소유자들은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들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봉고트럭은 단순한 차량이 아닌 바로 삶 그 자체일 정도로 소중한 재산목록 1위이다.

그런데 광주공장의 봉고트럭 생산량이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해 두 달 반가량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공장에서 차를 만드는 직원들도 매주 특근을 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 한다. 이를 놓고 광주공장은 노조와 봉고트럭의 생산량을 늘리는 논의를 하고 있지만 협의가 잘 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기아차 광주공장 노사는 봉고트럭의 고객들을 단순한 자동차 구매자로 보아선 안 된다. 이들에게 시간은 바로 수입과 직결된다. 봉고트럭이 달려야 돈을 벌 수 있는 이들에게 두 달 반을 기다리게 한다는 것은 기아차를 아끼는 시민들을 외면하는 행위다.

지금 지구촌의 자동차 산업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투쟁이 치열하다. 세계 자동차시장의 순위 바뀜과 지각변동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이웃한 중국도 지속적인 기술축적으로 내수는 물론, 수출시장까지 적극 개척해 나가며 한국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의 세계 자동차산업 생존투쟁에서 한국자동차가 살아남고, 더 큰 도약을 위해선 노사 간 위기감을 공유해야 한다. 국민경제에 대한 책임감과 미래에 대한 비전도 함께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양보하며 노력해도 부족할 상황이다.

그러지 않으면 급변하는 세계 자동차 산업의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언제든지 과거 대우자동차와 같은 처지에 직면할 수 있다.

현 기아자동차의 봉고트럭이 있기까지도 애환이 있다. 지난 1980년 봉고 1톤 트럭을 시작으로 1981년 출시된 봉고 승합모델의 ‘봉고차 신화’가 그것이다.

1981년 당시 기아차는 정부의 자동차산업 합리화조치로 인한 동아자동차와의 합병설 등 회사가 존폐위기에 놓인 힘든 상황에 직면했었다. 이때 기아차가 재기의 비책으로 내놓은 카드가 바로 ‘봉고차’ 였다. 1톤짜리 트럭을 12인승 승합차로 개조해 출시한 봉고는 당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기아차의 화려한 부활을 주도했다. 기아차는 ‘봉고신화’ 덕택에 경영정상화뿐 아니라 프라이드의 성공을 다지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는데, 그때 역시 광주시민들의 지지가 있었다.

기아차 광주공장 노사는 봉고트럭 고객들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 일등기업이 되려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기아차 광주공장의 경우는 다르다. 노사가 고객과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광주시민들을 존중한다는 의미이며, 확신이기도 하다.

모쪼록 기아차 광주공장의 노사가 고객과 광주시민들을 위해 빠른 용단을 내려야할 때다. ‘봉고차의 신화’와 대우자동차 사례는 결코 먼 남의 일이 아님을 명심하길 바란다. 프랑스의 사상가 파스칼은 “불행과 행복의 원인은 늘 나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노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