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전남지사의 선택은 오성수 논설위원

2012년 07월 10일(화) 00:00

박준영 전남지사는 비교적 소신 있고 논리적이다.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자기주장이 분명하다.

그는 MB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영산강은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곤 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야권은 물론 시민단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비등할 때도 그는 “4대강은 반대하지만 영산강은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시민단체나 당(민주당)으로부터 적지 않은 곤혹을 치렀지만 그는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지역 국회의원 초청 간담회에서는 중앙당 방침과는 달리 ‘한·미 FTA비준’을 찬성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박 지사는 당시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노무현 정권 당시 한·미 FTA에 찬성해 놓고 이제와서 손바닥 뒤집듯 반대 하는 것은 국익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한·미 FTA에 대해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반대하던 터라 박 지사의 주장으로 간담회장은 매우 썰렁했다고 한다.

박 지사의 이 같은 일련의 행동은 어떤 계산이나 의도에 따른 것 보다는 평소의 생각을 표출 한 단면이다. 정치인으로는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정치인은 자신의 소신도 중요하지만 당론이나 주변 환경을 의식해 본의 아닌 행동이나 말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박 지사가 이번에는 대선에 출마한다. 공식적인 발표만 남은 셈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중앙 정치에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박 지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임기가 끝나면 고향(영암)에서 농장을 하면서 여생을 보내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 물론 이는 공약이나 정치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대선출마에는 그다지 관심 없는 듯 했다. 그러던 그는 호남정치의 부활을 주장하면서 대선으로 활동 폭을 넓혔다. 현재로서는 인지도가 낮은데다 당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당선 가능성 보다는 선거 정국 이후를 내다보는 포석이라는 설도 적지 많다. 킹이 되지 못하더라도 연대를 통한 킹 메이커 역할만 제대로 하면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해석이다. 역설적으로 대통령 출마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반증이다. 다른 후보들은 수년간을 준비해서도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것에 비춰보면 후보로서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직과 지사직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고민은 여전한 것 같다.

관건은 지사직 유지 여부다. 지사직은 도민들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로서는 도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했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지사직을 그만둬야 할지 유지해야 할지 더 고민해 보겠다는 것이다. 지사직을 유지한 채 출마하게 되면 진정성을 의심받게 되고, 사퇴한 후 출마하면 리스크가 크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지사직을 유지하고 출마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는 박 지사뿐 아니라 다른 자치단체장도 마찬가지다. 법에도 보장되어 있고 지역민과의 약속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당내 경선에 출마할 때는 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법적으로도 후보로 당선되면 선거 90일 전까지 사퇴하면 된다. 국회의원도 광역단체장에 출마할 경우 현직을 유지한 채 당내 경선에 나가고 여기에서 후보로 선정되면 그때 사퇴하는 것이 관례다. 후보로 나가면서 사퇴를 하게 되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선출직이 현직을 유지한 채 또 다른 선출직으로 나갈 때 부작용도 있지만, 무작정 사퇴를 하고 출마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정치문화가 아니다.

박 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한 채 당내 경선에 출마해 후보로 당선되면 당당히 사퇴하면 된다. 현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나가면 도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부분의 자치단체는 나름대로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조직이 크게 흔들리지도 않는다. 흔들리고 있는 것은 출마자나, 출마하면 그 자리를 노리는 정치인, 누가 후임이 될까? 하며 마음 졸이는 일부 직원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