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병] 숱하게 적선을 깨부수고 육지에 올라선 수급 베고 광주시.전남도 공동기획 구국 항쟁의 횃불, 호남 의병(16) 제2부 이순신의 이름으로 - 함평 선박마을의 영웅들 나주와 경계 요충지에 자리 선호사에 배향 닳고닳은 축문 너머로 선조의 얘기 생생히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2012년 08월 06일(월) 00:00

수려한 풍광의 마을 함평 나산면 용두리 선박마을은 배를 대었다 해서 이름이 붙었다. 나주와 경계를 이루고 옛날에는 고막천에서 이곳까지 배가 들어왔다고 하며, 주변 풍광이 수려하다.

◇알림=본보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임진란과 이후 광주·전남 의병활동과 전적지, 의병장 등을 발굴해 본란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062-650-2060


“어렸을 때부터 이순신 장군과 선조의 활약상을 많이 들었지, 얘기를 자주 듣다보니 눈 앞에 펼쳐진 것처럼 생생해 제사를 모시고 있는데, 축문을 볼 때면 더욱 그립고, 또 자랑스럽제.”
함평의 나산면 용두리 선박마을을 찾았다. 김몽복·몽성 형제를 위시한 장수들과 의병들의 숨결을 더듬기 위해서다. 마을 이름까지 바다를 연상케 하는데 훌륭한 얘기가 나올까 싶다.
이 곳에서 만난 김홍언(80) 어르신은 가문의 일원임을 자부한다. 손바닥만한 축문을 바로 펼쳐 보이며, 조상 대대로의 인연을 나지막이 들려준다. 닳고 닳아 세월의 때가 묻어 있는 글귀와 함께 어렴풋이 당대로 흘러든다.

◇바다에서도 빛난 호남혼
‘열세 척 판옥선 용맹한 기세/ 백삼십 적선이 혼비백산/ 약무호남 시무국가/ 어찌 목숨을 아끼리까’(이순신 ‘명랑해전’ 중).
역사의 거목인 이순신 장군과 함께 누란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자 한 장수들, 그리고 이름없는 민초들까지, 남도민의 의로운 기개는 바다에서도 빛을 냈고, 후대에 오롯이 전승돼 오고 있다.
한양까지 파죽지세로 들이치는 왜적의 기세를 단숨에 꺾어, 나라의 운명을 바꿔놓은 명량해전을 비롯한 수많은 승리는 충무공의 리더십과 호남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이 어우러져 이룩한 역사적인 쾌거다. 무수한 희생과 투쟁에 힘입어 7년간의 전쟁은 그 막바지로 치닫는다.
어부들은 울돌목의 물때에 대한 정보를 주고, 아낙들은 주먹밥과 말린 해물을 건네어 두려움에 떠는 병사들의 전의를 북돋운다. 수백여 척의 고깃배를 몰고 나와 목숨을 내놓았다. 역사의 진정한 주인임을 일깨웠다.

축문을 보면서 이순신의 수하에서 용전분투한 끝에 순국한 김몽복의 후손 김홍언 옹이 자신의 집에서 축문을 내보이며, 선조들을 회상하고 있다.

◇죽음의 경계서 고군분투
김몽복과 형제들 역시 이순신 휘하에서 지휘관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몽복은 나이 20살에 이미 병서에 달통했고 무과에 급제, 병조참의에 오른 인물로 임진왜란이 나자 나주성 수성장으로 양곡을 운반하고 병력을 조련하는데 힘을 다했다.
정유재란에 이순신이 남쪽 바다에서 고군분투할 때 동생 몽성이 참의로 벽파진에 주둔하고 있었다. 이에 의병 수 백명을 모아 출진했는데 부대에 이르기 전에 왜선 100여척을 만나 사력을 다해 싸웠으나 군사는 거의 물에 빠지고 그도 큰 상처를 입자 적을 꾸짖고 물에 뛰어든다.
하지만 바람에 의해 해안으로 표류돼 명나라 장수 진린의 구원을 받아 살아나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소대산에 이르렀는데 이 때는 이미 충무공과 몽성이 노량해전에서 숨진 뒤로. 그는 적진에 뛰어들어 분전하다가 순국했다.
김몽성은 정읍 현감을 역임한 뒤 임진란이 일어나자 이순신 군진에 들어가 전좌로 거제싸움에서 왜적 수십급을 베고 또 원균을 구하는 등 전과를 올리자 충무공이 항시 곁에 두었다.
이후 원균이 이순신을 모함해 옥중에 갇히는 몸이 되자 고향으로 돌아갔으며, 정유재란이 발발하고 이순신이 삼도통제사로 부임하자 주위의 장정을 거느리고 합류한다. 고금도에서 군량을 확보했으며 육지의 적을 격멸하고 적선을 격파하는 등 활약했다.
사촌인 김몽룡도 창의해 군무를 도왔다. 노량해전에서 몽성과 몽복이 순국함에 그는 힘을 다해 싸워 수차에 걸쳐 승리를 거두어 형들의 원혼에 보답했다. 난이 평정되자 귀향한 후 은둔하며 천수를 다했다. 이들은 모두 선박마을 내 선호사에 배향돼 있다.

정비중인 제각 선호사 뒤편에 위치한 종회각. 당시에는 강학을 위한 장소로 쓰였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제를 지낸다.

◇고막천에서 배가 들었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선박경로당건립기념비’가 눈에 들어온다. 마을의 형성 및 지명 유래가 소개돼 있다. 한마디로 배(船)를 댄(泊) 형국이라고 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석화산을 옆에 끼고 대봉산을 품에 안고 있는 풍광이 수려하다. 옛날에는 고막천에서 이곳까지 배가 들어왔다고 한다. 또한 나주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어서 함평에서 밥을 지어 나주에 가서 먹었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으며, 마을이 형성된 지는 500년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거론된 김 어르신은 의병장인 김몽복의 13대손으로 선박마을은 선산 김씨 집성촌으로 현재 4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선호사는 현재 낡아 문중에서 정비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를 뒤로하고 언덕으로 오르면 강당이 나온다. 당시 강학을 위한 장소로 쓰였지만 현재 10월 보름 제를 모시고 있다.
무심코 들어선 마을, 여정을 마치고 뒤돌아가며. 멀리서 그 전경을 바라다 봤다. 배를 맨 형국이 보일까 싶어서다. 뚜렷하진 않지만 모양이 그려진다.
/글=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