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민주의 집’ 건립 시급하다

김대종 전무이사

/bigbellkim@hanmail.net
2012년 08월 14일(화) 00:00

오래전부터 광주에는 ‘어른 문화’가 없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이른바 광주 하면 민주 인권 평화도시인데 ‘어른 문화’가 실종됐다는 것은 한마디로 창피한 일이다. 원래 ‘어른 문화’라 하면 아래로부터의 존경심과 ‘밥상머리 교육’이 떠오르지만 여기서 말하는 ‘어른 문화’는 해당 지역에 큰일이 생길 때면 어른들이 홀연히 나서 ‘방향타 역할’을 하는 순기능을 뜻한다.

동서고금을 보더라도 성공한 나라의 어른들은 국가위기나 지역의 큰 현안이 발생하면 치열하게 시국토론을 벌이는 등 후세를 위한 책임을 자임했다. 심지어 지역의 사소한 갈등까지도 봉합하는, 그야말로 ‘소금’과 같은 존재였다. 가까운 사례로 우리 지역도 80년 5·18 당시 지역 어른들로 구성된 ‘시민수습대책위’가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근래 들어 광주에서 ‘어른 문화’를 찾아보라. 거의 기억이 없을 정도다. 어른들의 자발적인 움직임 또한 찾아볼 수가 없다. 소통에서 소외됐기에 의지가 없을 법도 하다. 누구의 탓이라고 말하긴 곤란하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반성이 필요하다.

일각에서 나온 얘기지만 옛 YS 시절, 일부 어른들이 어려운 민주화 과정을 거친 뒤 특정 정권에 동조(?)하면서 서서히 광주에 ‘어른 문화’가 쇠락해지고 말았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지나간 얘기다. 우리 광주가 민주 인권도시로 가는 길목에 과거만 곱씹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설령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한 때 개인의 일로 치부하고 대승적 차원에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필자는 최근 ‘어른 문화’와 관련된 아주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다.

다름 아닌 광주에 민주화운동 원로들을 위한 ‘민주의 집(가칭)’ 건립이 추진된다는 소식 때문이다. 다소 늦은 감이 들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이같이 ‘민주의 집’ 건립 얘기는 지난 5·18, 31주기 행사 후 강운태 광주시장과 시민사회 원로들이 함께한 오찬자리에서 제안이 나와 점차 가시화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강 시장이 필요성에 대해 적극 공감했으며, 필자가 확인해본 결과 현재 광주시 인권담당관실에서 의견 수렴이 한창이었다. 또 예산과 관련, 2013년도 본예산에 반영토록 한다는 내부계획을 갖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라 조심스럽지만, 일부에서 추천된 광주시 궁동 소재 고 홍남순 변호사 자택매입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은 워낙 비좁고 개보수가 필요해 오히려 새로운 부지가 낫다는 새로운 주장과 민관합동 설립을 위한 성금을 모금하자는 등 여러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명실상부한 ‘민주의 집’이 조성되면 광주의 아젠다를 포함한 각종 토론의 공간은 물론이고, 타시도 원로들과의 교류 등 어른들의 사랑방 역할이 기대된다.

강조컨대, 우리가 태어난 고장을 위해 그것도 어른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자는데 어찌 건전한 시민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사실, 우리 광주에도 노장·청년층이 머리를 맞대는 행사가 있긴 하다. 그러나 고작 1년에 한 번이다. 신정 연휴를 즈음해 ‘민주인사 합동세배’가 바로 그 행사인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 광주YMCA 강당을 빌려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민주의 집’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면 시국현안 문제를 포함한 노장과 청년 간의 소통문제, 지역 내 ‘어른 문화’ 조성 등에도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지역 원로 대다수는 젊은 시절 군부 독재와 민주화에 맞서 싸웠지만, 어느덧 70~80세라는 나이로 ‘생의 노년기’로 치닫고 있다. 따라서 이곳이 지역 사회의 현안을 논의하는 장소이면서, 또한 심신을 쉬게 하는 쉼터와 사랑방으로써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튼 ‘민주의 집’ 건립 문제는 광주시가 앞장서 하나의 새로운 길을 여는 획기적인 사업으로 역점을 두길 바란다. 물론 시작이 반이고, 힘이야 들겠지만 분명 가치가 큰 사업이다. 이와 관련한 지역 사회의 의견도 활발히 이뤄졌으면 한다.

옛말에 ‘성을 쌓는 자는 망(亡)하고, 길을 여는 자는 흥(興)한다’는 말이 있다. /bigbell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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