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특위의 ‘생고생’

2012년 08월 23일(목) 00:00

37도를 오르락 거린 무더위에 시름하던 7월 그리고 8월, 여름휴가 등의 이유로 광주시의회가 텅텅 비었으나 투자유치사업에 관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문상필) 소속 위원들만은 날마다 자리를 채웠다.

복잡한 활동 때문에 휴가도 포기한 그들은 후덥지근한 공간에서 연일 머리를 맞대며 광주시 3D 컨버팅 한미합작사업을 조사하겠다며 매달리고 있었다. 이 점에선 누가 봐도 그들은 올 여름 고생했다. 하지만, 결국에 (생)고생만 했다는 점, 안타깝다.

특위는 지난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LA 기술테스트 참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객관성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일견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논리의 빈약성이 감지되는 것은 역시 어쩔 수 없다.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특위가 내세우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광주지역에 소재한 3D 업체 직원들로서 K2AM과 동종업계 라이벌일 수도 있다. 만약 아이폰 회사 기술테스트에 삼성 직원들이 참가한다고 하면 받아줄 수 있겠는가?

나아가 이들이 정말로 객관적이었을까도 다소 의문스럽다. 지역 3D업체들 입장에서 광주시가 수십억원의 거금을 쏟아 부어 외국 기업과 손을 잡는다는데 과연 달가울 리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런 기술은 있을 수 없다’, ‘그런 기술이 만들어졌다면 우리가 모를 리 없다’는 말은 설혹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들의 입에서 나와야 할 것이 아니다. 해당 분야의 대학 교수, 혹은 외국 전문가라면 수긍이 간다. 그러했다면 ‘객관적 소견’이라는 주장이 좀 더 타당했을지 모른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특위는 이날 회견에서 “K2AM과 손을 끊고 차라리 광주 기업과 손을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는 말이 나왔을 때 아차 싶었다. 특위의 생각인지 아니면 그들이 ‘의지하는’ 전문가들의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증인 출석 등 조사 방법도 문제다. 특위는 광주시 관계자는 물론이고 K2AM의 브리튼 리 사장, 나아가 시장까지 부르겠다고 호언했다.

“소환에 호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꼭 성공하도록 하겠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대로 미국 측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소환되지 못한 채 만만한(?) 공무원들만 불려와 질책을 들어야 했다.

당초 특위 이야기가 나올때 광주시 뿐만 아니라 시의회 내부에서조차 ‘잘해도 본전’이라는 불안감이 제기됐었다.

그런데도 뒷북치기 싫어서였는지 아니면 자신감이 있었는지 특위는 출범했고 그 귀착점은 ‘무의미한 사업’으로 내려졌다. 시민단체들도 감사원의 보고를 참조해 할 수 있는 말을 다시 하기 위해 무더위 속에 시의원들이 그렇게 고생했다면 어쩐지, ‘씁쓸한 이야기’가 아닌가. /icepoem@kjdaily.com 노병하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