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는 지역경제·자동차산업의 맏형이다 박연오 경제부장

2012년 09월 04일(화) 00:00

잘 버티던 올 상반기 경기가 후반기에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수출로 대부분의 먹거리를 마련하는 자동차 산업도 낙관적이지 못하다. 자동차는 실물 경기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의 경우 곳곳에서 신차 판매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지역이 속출할 정도다. 그 만큼 자동차 시장의 위축이 커지고 있어 기존 메이커와 치열한 시장 다툼도 진행되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경우 작년 후반부터 급격히 수출과 내수 판매가 줄자 희망퇴직을 받고 있을 정도다. 한국GM과 쌍용차 역시 내수 시장의 증가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그런데 국내 시장의 약 75%를 점유하며 자동차 분야의 맏형격인 현대기아차는 벌써 부분 파업을 시행 중이다. 최근 3년간 무파업이 무색할 정도로 점차 강도가 높아지며, 국내 자동차차 산업의 아킬레스건인 노사분규를 이끌고 있다.

우리 전통사회에서 장남은 집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오고 있다. 집안의 대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장성하게 되면 사실상 집안을 대표해 대소사를 처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주어지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장남은 집안에서 많은 권한도 누리지만 반대로 해야 할 일도 많고, 행동이 잘못되면 욕도 제일 많이 먹는다.

광주에도 이 같은 맏형이 있다. 바로 지역경제와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아차 광주공장이다. 광주지역은 경제산업분야가 타 지자체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보니 연 매출 8조 규모의 기아차 광주공장이 아주 오래 전부터 지역경제의 맏형 역할을 해오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지역경제와 지역수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광주공장은 최근 2년 동안 맏형 역할을 아주 잘 해왔다. 2년 연속 무분규에 생산신기록을 2번이나 갈아 치웠고, 50만대 재편사업에 이어 올해 62만대 재편사업까지 앞둬 지역경제 회생의 청신호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광주공장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겹태풍인 ‘볼라벤’과 ‘덴빈’이 호남지역을 강타하며 지역의 많은 경제주체들이 피해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 기아차 광주공장은 파업을 서슴치 않고 있다.

지역경제의 맏형으로 어느 정도 책임성을 가져야 함에도 기아차 노조는 임금을 많이 올려달라고 일손을 놓았다. 주간연속 2교대제 등 어떻게 보면 기아차의 내부적인 문제들로 파업까지 벌여가며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쳤을 때 지역민들은 과연 어떠한 평가를 내릴 지 묻고 싶다.

나라 곳곳이 태풍피해 아픔을 극복하는데 십시일반 하며 봉사와 희생을 마다않고 있는데, 경제회복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맏형’인 기아차는 아직도 夏鬪가 진행 중이다. 정상적인 생산은커녕 연일 이어지는 파업으로 지역경제에 주름살만 깊어지게 하고 있다.

과거야 어떻든 현재 기아자동차 생산직은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이됐다. 고임금과 높은 복지 수준은 이미 지역 내 최고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차 노조가 취하고 있는 파업은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민들에게 경제적 피해와 정신적인 상실감만 안겨주는 꼴이다. 회사와 함께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고 도움을 줄 방안을 함께 고민해도 부족한데 말이다.

아무나 장남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맏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기아차 노조는 파업이 조합원을 위한 것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광주시민들은 욕심으로 치부하고 있다. 이미 지역경제 맏형이 되어버린 고액 연봉의 상황에서 벌이는 파업을 지역민들은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민해 보기 바란다. 어떤 형태로든 지역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파업을 중단하고 조속히 교섭을 마무리 짓기 원한다. 그것이 바로 기아차 광주공장이 진정한 지역경제 맏형으로 인정받는 길이다.

앞으로 자동차 산업에 어려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양보하는 미덕도 더러는 보여주길 바란다. 평온의 세상은 영속적인 것이 아니다. 바로 한국GM과 쌍용차가 가까운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