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병] 힘 없는 민중에 대한 사랑 ‘23전 23전승’ 신화 원동력 광주시.전남도 공동기획 구국 항쟁의 횃불, 호남 의병(19) 제2부 이순신의 이름으로 - 성웅의 삶과 흔적 진남관·고소대·충민사 등 관람객 줄이어 ‘언제나 영혼은 살아’ 동백말채의 전설도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2012년 09월 17일(월) 00:00

위대한 승리 여수 진남관에 위치한 임란유물전시관에서 상영중인 당시의 전투 장면. 힘 없는 백성들, 죽음을 두려워 않는 부하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이순신은 뛰어난 전략가로도 역사에 길이 남을 불패의 신화을 일궈냈다.

◇알림=본보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임진란과 이후 광주·전남 의병활동과 전적지, 의병장 등을 발굴해 본란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062-650-2060



23전 23전승.

나라와 민족을 구한 성웅 이순신의 발자취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이 남도의 땅 여수다. 물론, 남해 바다를 평정한 무적의 철갑선 거북선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음이다. 호남민이 존경하고, 따랐던 위인, 아니 평범하고자 했던 그의 삶을 따라가 보자.

범부이고자 했으나, 역시 범상치 않았던 인물, 충무공이다. 언제 어디서나 백성들과 부하에 대한 사랑은 깊었기로 전해진다.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 행동에 누구나 우러러 보았으며, 역시 죽음마저 두렵지 않고 전장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혼자 등불 돋우는 측은지심

실제로 종일토록 싸우고 난 밤에 모두들 잠든 사이 장군은 혼자서 돌아앉아 등불을 돋우고 손수 내일 써야 할 화살을 다듬었다고 한다. 하여, 가는 곳마다 백성들이 따라다니며, 머무는 곳마다 피난민들로 넘쳐났으니, 바로 측은지심의 발로였다.

심지어는 어느 곳이든지 높은 벼슬아치의 그럴듯한 대접을 마다하고, 늘상 그곳에 있는 어떤 종의 집에 가서 유숙했다. 힘없는 백성의 삶 속에서 행복을 찾고자 한 진정으로 그의 인간됨을 잘 보여준다.

또 다른 일화 한 토막. “동백말채가 살아있으면 나의 영혼도 살아있는 것이요, 죽어있으면 나의 영혼도 죽은 것이다.” 수군과 기마병을 훈련시키고, 적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는 천연 요새인 망마산 정상에 장군은 동백말채를 꽂아두고 사기를 북돋웠다.

길다란 타원형의 굴강(掘江을 끼고 있는 선소유적. 거북선은 물이 차오를 때를 기다려 진수식을 거행했으며, 적을 무찌르고자 박차고 먼 바다로 향했다.

여수 8경중 하나 돌산대교가 내려다보이는 군자동에 위치한 국보 제304호 진남관. 임진왜란때 전라좌수영의 본영 및 경상·충청·전라 3도 수군 통제영으로 사용됐으며 우리나라의 대표 단층 목조건물로 꼽힌다

▲忠과 孝는 한가지

천혜의 자연지형을 두루두루 잘 활용해 각기 다른 선소(船所)에서 돌진형 트라이 앵글의 전형으로 거북선을 만들고, 출진해 남의 나라를 넘보는 수백여의 왜적선을 숱하게 깨부숴 버린 한 치 오차없는 위대한 지략도 후세에 본보기로 전해지고 있다.

예로부터 충(忠)과 효(孝)는 한가지였다. 그의 남달랐던 충의 만큼이나 효행도 오르내린다. 전쟁중의 와중 임에도 어머니 변씨를 지극히 보살폈다고 한다. 이충무공 자당기저지가 그곳으로 선소 지척에서 5년 동안 기거토록 하며 극진하게 봉양했다.

이순신의 혼이 잠든 국보 제304호 진남관, 돌산대교가 내려다보이는 군자동의 여수 8경으로도 꼽힌다. 조선시대 400년간에 걸쳐 수군의 본거지이자 임진왜란때 전라좌수영의 본영 및 경상·충청·전라 3도 수군 통제영으로 사용됐다.

남쪽을 진무한다는 의미에서 명명했고, 종고산(해발 219m)을 배경으로 정면 15칸, 측면 5칸, 건평 780㎡(240평)으로 평면의 기둥이 68개이며, 해인사 장경판고와 함께 몇 안되는 우리나라 대표 단층 목조 건축물이다.

장군이 전사한 후 부하들이 세운 타루비(왼쪽)가 통제이공수군대첩비(가운데)와 함께 서 있다.

▲부하들이 세운 타루비

인근의 고소대에는 역시 장군의 후덕한 인품을 잘 나타내는 타루비가 있다. 정자형 비각안에 국내 최대의 대첩비로 이항복이 글을 지은 통제이공수군대첩비와 나란히 위치하는데, 충무공이 전사한 후 부하들이 죽음을 슬퍼하면서 그의 덕을 추모해 세운 것이다.

충민사로 발길을 향한다. 아산 현충사보다 103년전에 지은 충무공 사당 제1호이다. 대원군의 전국 서원 철폐때 훼철돼 단만을 쌓았다가 고종 10년 주민들이 합심해 중수했으나 1919년 일제의 탄압으로 다시 철폐되는 아픔을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구촌의 해양축제,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은 3대축제가 화려하게 수놓아진 작은 도시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도 남음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위기의 시대,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이미 여수는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바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뚜렷히 장식한 충무공과 거북선, 그리고 그 숨은 밑거름이 됐던 호남과 호남 사람들로 인해서 말이다.



“최고의 역사유적…일본인도 자주 방문”
여수 문화관광해설가 채영숙

인터뷰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관람객이 줄지 않고 이어지고 있고, 일본인들의 방문도 적지 않습니다.”
여수 진남관 임란유물전시관에서 만난 문화관광해설가 채영숙(51)씨는 “최근 들어 독도와 위안부 문제로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긴 하지만 일본인들도 자주 온다”면서 “진남관과 인근의 고소대, 선소유적 등이 인기코스”라고 말했다.
이어 “진남관에 대해서는 당시의 역사적 의의와 함께 학술·예술적 가치 또한 뛰어난 자랑스런 건축물이며 고소대는 진남관 맞은편 언덕에 있는데, 역시 국가 보물로 국내 최대규모의 대첩비와 타루비가 눈길을 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수의 역사를 잘 아는 이들은 여수만 앞바다에 돌산도와의 사이 장군도에 대해서도 꼽는데, 임란전 왜구들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나주출신 이 량 장군이 쌓았다는 전국에서 유일한 해저 석성인 수중성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소개했다.

/글 = 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