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청장 공천 논란과 민주당 /kim777@kjdaily.com 김종민 정치부 부장

2012년 10월 26일(금) 00:00

전략공천이냐, 아니면 경선이냐. 민주통합당이 광주 동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선정을 위한 공천방식 논의에 착수하면서 예비후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천이 당선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본선보다 더욱 치열하다.

민주당 예비후보만 14명. 인구 10만의 ‘미니 선거구’에 유례없는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전략공천설이 끊이질 않으면서 집단 반발 기류까지 감지되고 있다.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룰’을 적용해 승복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에서 봉사해 온 인물 위주로 엄격 심사하고, 주민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 지역 정서를 무시한 채 낙하산 공천을 해선 민심이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다.

과거의 제왕적 정당 정치에서는 위로부터의 하향식 공천이 허다했고, 당원들 조차 거역할 수가 없었다. 지역의 여론이나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는 고려 대상이 안됐다. 계파별로 자기사람 심기에 의해 나눠먹기가 횡행했다.

정당을 보고 찍는 선거.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구도 아래에서 지극히 함량 미달의 인사가 선출되는 후진적 행태가 비일비재했다. ‘정치꾼’만 득세하는 풍토가 자리했었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지역 대결도 희석되고 있다. 소통과 화합, 개혁이 화두로 떠올랐다. 따라서 정치도 변해야 한다. 지역민들의 여론을 토대로 후보를 공천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것이 대의 민주주의다. 바로 상향식 공천이다.

동구청장 공천을 둘러싸고 혼란이 증폭된다면 지난 총선에서 투신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동구는 더 이상 ‘호남 정치의 중심’이 아니게 된다. 또 민주당에도 함께 치러지는 제18대 대선에 상당한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책임은 민주당의 몫이다.

민주당은 예비후보들이 난립하고 있고, 계파간 대리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어 공천방식 결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서류면접을 통한 컷오프 뒤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 여론조사로 압축한 뒤 전략공천하는 방안 등이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동구청장 보선 공천이 정치적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앞서 언급했듯 대선 전략 차원에서의 접근법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했다. 과거에 써먹던 대로 구태를 답습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호남의 맹주라는 오만에 민주당이 지역 여론을 소홀히 듣는다면 염증을 느낀 민심은 곧 떠날 것이고, 민주당도 망가질 수 있다.

20년이 지난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서는 제도적 정비와 함께 자치를 담당할 지방의원과 단체장을 잘 뽑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정당은 일차적으로 후보들을 점검하고 걸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민주당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공천을 해야 하는 이유다. /kim777@kjdaily.com 김종민
정치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