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도시 브랜드 홍보 ‘엇박자’ 정성문 정치부 부장 /moon@kjdaily.com

2012년 11월 07일(수) 00:00

지난 달 초 일본대사관과 서울재팬클럽이 공동주최해 광주에서 열린 경제 심포지엄에서 니시카와 미노루(西川 實) 한국 ITO㈜ 이사는 “(일본 기업인들은) 부산이나 서울, 경기도 밖에 모르기 때문에 (광주가) 광고 등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오오스나 키사코(大砂雅子) 일본무역진흥기구 서울사무소장도 “일본에 (광주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과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제적인 인지도가 낮은 도시의 경우 해외 투자유치나 인바운드 관광객 유치를 위해 홍보마케팅에 주력을 하고 있다. 특히 ‘팬 파워(Fan Power)’가 강한 연예인은 지자체 홍보의 최고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전남도가 국제가수로 급부상한 싸이를 앞세우면서 F1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것은 좋은 사례다.

그런데 최근 광주에서는 한푼의 예산도 들이지 않고 어렵게 성사시킨 아이돌 그룹의 화보촬영이 광주시 한 출연기관의 비협조로 장소가 바뀌는 상황이 연출돼 도시 브랜드를 높이려는 시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는 국내 굴지의 한 출판사에서 아이돌 그룹을 모델로 ‘000가 체험하는 한국의 관광’이라는 책자를 발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그룹은 지난 해 한국관광공사가 비지트코리아를 통해 전 세계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함께 한국여행을 하고 싶은 한류스타 1위’로 뽑힌 국제 스타다.

출판사는 전국을 5구역으로 나눠 총 2권 분량의 책을 발간해 이를 국내는 물론 영문판으로 제작해 해외에 출간까지 할 계획이다. 시는 광주에서 화보가 촬영되면 해외에서 광주의 인지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한류 관련 사이트에서 ‘케이팝 원정여행상품’이 인기인만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출판사를 설득시켜 어렵게 광주 촬영을 약속 받았다.

이에 시는 광주가 세계김치축제를 하는 곳이며 무등산 주상절리대가 세계자연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다는 점 등에 착안, 출연기관인 모 재단의 전통문화관에 협조를 요청했다. 모델로 나서는 이 그룹의 가수 2명에게 한복을 입히고 무등산을 배경삼아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전 세계에 홍보한다면 해외 관광객들의 광주 체험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 기관에서 돌아온 대답은 “화보를 촬영하려면 체험비용 600만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김장 담그기 체험에 600만원의 예산을 요구한 것은 화보 촬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한 실무 공무원과 출판사 측은 광주만의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다른 3곳을 섭외해 촬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예산은 체험비용과 식사비 등 100만원이 못되는 최소한의 실비만이 들어갈 뿐이다.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 ‘노출’시켜 홍보 효과를 보려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마케팅이 활발하고, 심지어 대법원조차 방송작가를 초청해 더 많은 촬영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 이 때 아시아에 두터운 팬 층을 형성하고 있는 인기 아이돌 그룹의 화보 촬영을 두고 벌어진 두 기관사이의 엇박자는 상식 밖이다. 전통문화관이 무형문화재 전승보급과 전통문화예술공연 및 전시기획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김장체험으로는 부적절하고, 이를 준비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광주시가 도시 브랜드 향상을 위해 최근 SBS 런닝맨에게 시청 앞 광장을 내어준 것에 비춰볼 때 좀 더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전통문화 전승 및 공연, 기획도 결국은 체험하고 보려는 사람이 북적거려야 지속되기 때문이다. /moon@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