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광원전, 최악상황을 가정해보라 김대종 전무이사 |
| 2012년 11월 13일(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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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시위는 더 이상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약칭 한수원)을 믿지 못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충분히 이해가 가고 남는다.
얼마 전 지식경제부가 발표해 충격을 준바있다. 영광원전 부품 공급업체 8곳이 외국기관에서 발급하는 품질 보증서를 위조해 한수원에 납품해오다 적발됐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또 엊그제께는 영광원전 3호기 제어봉 안전관 6개에 균열이 발견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제어봉 핵심부품인 안내관에서 균열이 생긴 것은 국내 원전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현재 당국은 이들 문제의 3·5·6호기에 대해서는 가동중단 조치를 취하는 상황이지만 주민들은 불신에 빠져 있다.
지경부가 영광원전 5·6호기에 품질 보증서를 위조해 납품한 부품을 확인해보니 무려 237개 품목에 7천682개 제품이라니 주민들의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알만하겠다.
특히 영광원전 5호기는 심각하다. 5호기는 지난 2002년 상업운전에 들어간 뒤 무려 18차례나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9월2일 발전소 제어계통 문제로 발전을 중단했다가 11일 만에 발전을 재개했지만 이틀 만에 또다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5호기는 또 지난해 1월에는 정비를 마친 4일 만에 고장을 일으켰는데, 당시 원자로 냉각재 펌프 모터내에 30㎝ 드라이버가 발견돼 허술한 안전 점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알다시피 원전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형 사고가 났던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미국 드리마일 원전사고, 그리고 얼마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폭발 등에서 보듯 원전사고는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린다.
원전사고와 관련, 어제부터 본보에 연재중인 일본 센다이시에 소재한 호쿠신보의 다케다 준로씨(39)는 “원전은 위험성이 큰데 베일에 가려져 있으며, 작은 거짓말이 큰 사고를 초래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자신도 취재 중에 방사능에 피폭됐다면서 후쿠시마현의 경우 방사능으로 정든 고향을 떠난 주민만도 16만 명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지역 농산물과 수산물은 취식이 불가하다며 폐해를 적나라하게 쓰고 있다.
원전사고에 대한 예방은 치밀한 감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런데 한수원의 안전 불감증과 관리 허술은 심각의 정도를 넘어섰다.
본보 취재 결과에서 드러났지만 한수원은 영광 원전에 대한 부품제작사가 몇 개인지 집계도 안돼 있는데다, 부품 조달업무에 대한 총괄 감독조차 없었다니 이게 무슨 소린가 싶다. 게다가 납품 업체들은 한수원 퇴직자들을 앞다퉈 영입해 대량의 계약을 맺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지금의 한수원은 학교 선후배가 겹겹이 쌓여져 끼리끼리 빙둘러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래서 비리소식이 멈추지 않는 이유인지 모른다. 단적으로 올해만 보더라도 한수원 고위 공직자들의 잇단 비리사건, 원전 고장사고 한달은폐, 고리 원전직원의 필로폰 투약사건 등 비리가 한 둘이 아니다. 국내 최고의 직장으로 최상의 급여를 받는 한수원 직원들로선 창피할 일이다.
‘하인리히 법칙’이 생각난다. 1930년대 초 미국 한 보험회사에서 재해관련 통계를 담당했던 H·W 하인리히는 재해에 대한 실증연구를 실시해 1:29:300의 법칙을 발표했다. 즉, 1번의 대형사고가 나기 위해선 이전에 그와 유사한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었고, 그 작은 사고들 주변에는 300번이상의 징후가 있었다는 것이다.
안전은 누구나 장담할 수가 없다. 철저한 감독과 예방만이 최선이다. 차제에 수사에 나선 광주지검도 혹독하리만큼 비리 관련자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지자체도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보듯 한번 터지면 정말 끝장이다. 집회를 열고 있는 영광주민 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경 50~70km이면 함평 무안 나주 광주 담양 장성 고창 등 인근 대부분이 대형 참사지에 해당된다.
최근 정부가 부랴부랴 ‘감독시스템 강화’에 나섰다지만, 국회도 당장 국정조사에 나설 때이다. 대선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지 않은가. 한번쯤 원전 참사를 현실로 상상해보라. 그야말로 끔찍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