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창조에 감춰진 개발행정 정성문 정치부 부장 /moon@kjdaily.com

2012년 11월 15일(목) 00:00

최근 44년 된 광주 사직공원의 팔각정을 둘러싸고 철거와 보존 논란이 일고 있다. 노후된 건축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전망대를 세우자는 광주시와 역사성을 간직한 건축물은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시는 팔각정 철거 배경으로 주민 건의를 들고 있다. 2010년 사직국제문화교류타운조성 기본계획용역 수립 당시 주민설명회에서 ‘사직공원 활성화를 위해 팔각정 철거 후 전망타워 설치’를 지역 주민들이 강력히 건의해 반영됐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광주에서 역사성을 간직한 건축물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팔각정 철거가 과연 사직공원 활성화의 정답인지는 의문스럽다.

시가 단지 노후된 건축물일 뿐이라고 가리키는 팔각정은 광주 최초로 전통 팔각정자를 모티브로 한 콘크리트 건축물이라는 역사성뿐만 아니라 30대 후반 이후 시민들의 향수와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다.

동물원이 있었고, 대형 회전차와 회전목마가 돌던 광주의 유원지였기에 70-80년대 최고의 놀이터이자 가족 유원지였으며 데이트 코스였다. 팔각정을 단순하게 철거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더군다나 시는 현재 팔각정 인근 양림동을 역사문화마을로 조성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팔각정 바로 옆 마을은 보존하면서 단지 오래돼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철거를 하겠다는 시의 행정에 대해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와함께 시는 사직공원 주변 통장 100명을 상대로 시민설명회를 개최해 철거 의견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행정기관과 가까운 통장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이를 전체 시민의 의견인 것처럼 포장해 발표하는 시의 행태는 오로지 지원된 국비를 사용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 파괴적인 행정에 불과하다.

시의 모토는 창조 행정이다.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조성도 창조 행정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팔각정도 또 다른 모습으로 창조될 수 있을 것이다. 사례는 많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선정됐던 일본의 가나자와시의 시민예술촌은 가동이 중단된 방직공장을 시가 매입해 예술촌으로 변모시킨 곳으로 현재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 됐다. 현대미술의 메카로 알려진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은 방치됐던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개조해 미술관으로 만들어 세계인들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가까운 여수에도 훌륭한 사례가 있다. 여수박람회의 상징물이었던 스카이타워는 폐사일로를 재생시켜 여수의 랜드마크가 됐다.

이처럼 창조행정의 우수 사례는 많다. 그럼에도 시가 과거 개발행정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주민 여론을 앞세워 철거에 나서는 것이 과연 강운태 시장의 시정 철학인 창조와 창의에 어울리는 지 묻고 싶다.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세계 여러나라의 문화가 모이고, 이해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 경제적 효과를 발휘하는 대한민국 대표 컬쳐노믹스(Culturenomics)로의 재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에서 역사성과 시민들의 추억이 담긴 건물을 철거하기 보다는 팔각정에 문화를 입혀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을 모색해보면 어떨까?

광주는 현재 여러 문화적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재래시장에 예술을 입혀 주목을 받은 대인시장, 세계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인 폴리 조성 등 성공사례가 많다. 팔각정도 이러한 실험 대상으로 바꿔 예술과 접목시키면 주목할만한 창조행정의 유산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moon@kjdaily.com 정성문
정치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