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연말 특수…손님은 ‘봉?’ 술집·음식점 세트메뉴 아니면 안받아 모텔 등 숙박업소 투숙비용 최대 5배 /이정민 기자 genius@kjdaily.com

2012년 12월 26일(수) 00:00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러 나왔는데 바가지요금이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직장동료·친구·연인들끼리 송년회가 이어지고 있는 세밑을 맞아 광주지역 일부 술집·음식점·모텔 등에서 과도한 바가지 요금을 물려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술집의 경우 비싼 세트메뉴 아니면 팔지 않는데다 숙박업소는 최대 5배까지 올려 받아 관련 업종에 대한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4일 밤 11시께 광주 동구 구시청. 이곳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연말모임 때문에 술집을 찾은 직장인 김모(24·여)씨는 술집 종업원이 하는 말을 듣고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종업원이 “오늘은 보드카나 와인 같은 술을 마셔야 한다”면서 “맥주나 소주는 팔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곧바로 “왜 술집에서 손님이 마시고 싶은 술을 정해주느냐”고 따졌지만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에 사람이 몰려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돌아 왔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26)씨도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송년회를 하기 위해 술집을 찾았지만 종업원의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술집 종업원은 “술과 안주를 따로 시킬 수 없다. 세트메뉴만 가능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앞서 1차를 하고 왔기 때문에 배가 불러서 세트를 시키면 다 먹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지만 종업원은 “세트메뉴를 시키지 않으면 자리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한동안 실랑이가 일었다.

모텔 등 숙박업소의 폭리도 엄청났다. 보통 평상시 모텔의 경우 대실하는데 1만5천-2만원이고 숙박은 3만5천-4만원 정도지만 이날은 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었다. 어떤 곳은 8만원, 9만원은 기본이고 10만원을 훌쩍 넘어 15만원까지 받는 곳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특수임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심한 가격에 당연히 이용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항의에 대해 한 업소 관계자는 “크리스마스나 연말은 사실상 우리 업계에서는 대목이나 다름없다”면서 “사람들은 즐기러 나왔기 때문에 값이 평소보다 비싸더라도 어쩔 수 없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른 업소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우리만 양심을 지키려고 정가를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며 바가지 요금을 정당화 했다. /이정민 기자 geniu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