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우체국 금고털이 경찰 공모 경악 범행 15일전 모의…사건당일 김 경사가 망 봐 7년 전 모은행 현금지급기 털 때도 ‘공모’ 진술 /여수=김형규 기자

2012년 12월 27일(목) 00:00

사건 현장 향하는 공범경찰 여수시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에 현직 경찰관이 공범으로 밝혀진 가운데 김모(44) 경사가 자전거를 타고 사건현장으로 향하는 CCTV 화면이 공개됐다. /여수경찰서 제공

지난 9일 발생한 여수 S우체국 금고털이범 용의자가 범행에 현직 경찰관이 가담했다고 시인함에 따라 여수경찰이 해당 경찰관을 긴급 체포했다.

여수경찰서는 26일 삼일파출소 소속 김모(44) 경사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미 구속된 금고털이범 박모(44)씨로부터 “김 경사와 공모했다”는 진술을 확보, 지난 25일 오후 9시40분께 김 경사를 긴급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사는 처음에는 공모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며 진술을 거부했으나 결국 범행 동기로 “안 들킬 줄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김 경사는 다른 여죄는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줄곧 단독 범행을 주장하던 박씨가 입을 열게 된 것은 경찰이 김 경사가 사건 발생 당시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현장에 갔다가 귀가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면서부터였다. 박씨는 경찰의 추궁과 증거화면에 압박을 느끼고 이내 “공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경찰조사에서 범행 15일 전부터 김 경사와 모의하고 이에 김 경사는 범행 당일 사건이 발생한 우체국 주변에서 망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김 경사는 또 지난달 29일 오후 3시께 금융기관 방범진단을 핑계로 금고가 있는 우체국 벽면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박씨에게 보여준 것으로 드러났다.

금고의 위치를 확인한 박씨는 범행 3일 전 우체국 부근 건너편 화단 풀밭에 범행도구를 숨기고 지난 9일 오전 2시께 실행했다.

박씨는 우체국 건물에 설치된 CCTV 2대에 흰색 래커칠을 하고 우체국과 맞닿은 식당 벽면과 금고 뒷면을 산소용접기 등으로 절단한 뒤 금고에 있던 현금 5천213만원을 꺼낸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이곳으로부터 300여ｍ 떨어진 곳에서 훔친 돈을 절반씩 나눴으며 김 경사는 등산용 가방에 돈을 넣어갔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이날 밤 인근 야산에 돈을 묻었다고 진술, 경찰이 수색에 나섰으나 밤에 황급히 묻어 정확한 장소를 알 수 없다고 주장해 도난 현금은 아직 찾지 못했다.

한편 경찰은 박씨가 2005년에도 김 경사와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측 관계자에 따르면 김 경사와 박씨는 지난 2005년 6월22일 여수시 미평동의 한 은행 현금지급기에 맞닿은 반대편 식당 벽을 드릴 등으로 뚫어 현금 879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이번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과 유사한 범행수법이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신원미상의 DNA를 채취했으나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처리했다. 경찰은 7년 전 여수의 한 현금지급기에서 박씨가 879만원을 훔친 사실도 드러남에 따라 이 사건의 공모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여수=김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