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는 사람’ 우선 부담 선결과제로 김준 |
| 2013년 01월 28일(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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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9일, 이른 새벽 대통령선거 투표를 마치고 부산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개관한 국립해양박물관에 볼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을 마치고 점심시간에 남포동에 있는 허름한 식당을 찾아 선지국을 시켰다. 안 주인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선지국을 가지고 나왔다. 막 말을 붙이려는데 식당 문이 드르륵 열렸다. 60대 중반 쯤 되는 남자가 들어왔다. 서로 아는지 반갑게 인사를 했다. “투표했나, 내는 일번 밑으로는 아무도 안보이데. 젊은 것들이 배고픈 것을 아노. 전쟁도 겪지 않았서, 뭘. 아노. 전라도OO세력들, 글마들 문제야.” 괜히 뜨끔했다. 내 얼굴에 전라도사람이라고 씌여있나. 그 뒤 부산분위기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다음날 선거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리고 지역간 이념간 투표성향보다 세대간 투표성향이 더 도드라졌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에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왜 노인들이 결정하느냐, 앞으로는 경로우대제도 폐지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버스에서도 노인들을 보면 자리를 양보하지 말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세대간 갈등이 베이비부머세대와 에코세대로 옮겨간 양상이다. 베이비부머세대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세대들이다. 에코세대는 산 정상에서 소리치면 얼마 후 메아리(에코)가 되돌아오듯 수십 년이 지난 후에 베이비부머세대들에 의해 태어난 2세들을 일컫는 말이다.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장년층과 청년층 정도로 분류될 수 있다. 에코세대를 요즘 현실을 반영하듯 다른 말로 삼포세대라고도 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요인은 경제력과 개인주의의 팽배를 들 수 있다.
2012년 고향동향을 보면 청년층 실업률은 7.7%로 전체 실업률 3%의 두 배가 넘는다. 베이비부머 인구는 전체 14.6%에 해당한다. 에코세대는 대학에서 등록금, 졸업 후에는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베이비부머세대는 부모의 부양문제와 에코세대의 부양까지 짊어져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에코세대의 취업문제와 베이비부머세대의 노후문제가 새 정부는 물론 향후 한국사회의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기초노령연금을 두 배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수십조원의 재원마련이 녹록치 않다.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화해서 국민연금과 통합관리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미래세대의 돈을 미리 끌어다 쓰겠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들이 일자리도 내놓지 않고 미래의 자신들의 연금도 가져가겠다는 것이냐며 불만이다. 이번 선거 이후 노인복지를 둘러싼 세대간 갈등은 지속될 듯 하다.
해결책은 없는가. 논리적으로는 에코세대와 베이비부머세대의 잡 쉐워링(일자리나누어주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정년연장, 학력보다 능력위주의 채용, 계층별 차별화된 직업훈련 및 고용정책, 베이비부머세대을 위한 노후대책 마련 등 다양한 정책들이 정부차원에서 이루워져야 한다.
문제는 재원마련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감세정책, 특히 논란이 되었던 부자감세 부분의 환원이 필요하다. 또 금융소득 종합과세 확대나 주식 양도차익 대한 과세를 더 강화하는 등 ‘있는 사람’들이 더 부담하는 방향의 세제개혁이 필요하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세대간 갈등과 지역의 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