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들을 먼저 도와주지요” 광주 남구 김 야스고 할머니 전재산 3천만원 쾌척 평생 홀몸으로 억척같이 모아…“장학금 써달라”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

2013년 01월 29일(화) 00:00

“있는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준 거 봤소. 없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 도와줘야지.”

일평생 한 푼 두 푼 아끼고 모은 전 재산을 불우 청소년들에게 써 달라며 기탁한 80대 할머니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광주 남구 주월동에 거주하는 김 야스고(80) 할머니.

김 할머니는 28일 오전 남구청을 손수 방문해 불우이웃 장학금 3천만원을 흔쾌히 내놨다.

김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내가 모은 재산이 불우이웃에게 아직까지 ‘살 맛 나는 세상’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노령에도 불구하고 똑부러진 목소리로 밝혔다.

1933년 일본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해방 후 한국에 들어왔지만 김 야스고라는 이름을 개명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또 가족들의 사랑을 한참 받은 막내였지만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피워 핀잔을 자주 들었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여자 홀몸으로 각종 잡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 왔다. 이렇게 모은 돈을 나중에 긴요하게 쓰려고 우체국에 적금해 놓은 상태였다.

갈수록 나이가 들면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이 돈을 어디에 쓸 까 고민하다 수십년 간 살아왔던 남구에서 어렵게 사는 이웃들을 위해 쓰겠다고 결정했다.

김 할머니는 “내 몸이 그나마 온전할 때 의미있는 곳에 써야지. 몸이 말을 안 들을 때 해봤자 무슨 소용 있겠느냐”며 “있는 사람들이 도와 준 거 봤소. 없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을 도와 줘야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80세 노령에 노환과 위장장애를 겪고 있는 김 할머니는 자신도 어렵지만 생전에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의미있는 돈을 쾌척하며 주위의 귀감을 사고 있다.

남구청은 “김 할머니의 소중한 뜻을 받들어 주위에 어렵게 살고 있는 성실한 학생들에게 전달해 학업의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