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어르신 한글공부 열풍 후끈 문해교육사 15명 마을별 한글교실 자원봉사 프로그램 시범 운영…300여명 공부 삼매경 /해남=박정길 기자

2013년 01월 29일(화) 00:00

해남군에서 마을단위별 한글교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계곡면 사정교회 교육관에 모인 어르신들이 한글공부 삼매경에 빠져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해남군 제공

“선생님 여기요, 여기도 봐주시오. 이렇게 쓰는 거 맞소?”

여기저기 선생님을 부르며 공부열의에 후끈 달아오른 학생들의 눈이 초롱초롱하다. 하지만 그들의 머리엔 하얀 서리가 앉았다.

해남 계곡면 사정교회(목사 김영일) 교육관에 모인 40명의 어르신들. 한글을 배우기 위해 함께 앉은 어르신들의 평균 나이는 80세에 가깝다.

91세 최고령 김연이(계곡 가학리) 할머니도 일주일에 1번씩 열리는 한글교실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올 설 명절에는 손자들에게 주소며 아이들 이름을 외워 쓴 공책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학교를 다닌 적이 없어 외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지만, 이렇게 글도 배우고 그림도 그릴 수 있어 아주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처럼 최근 해남에는 김 할머니와 같이 한글을 배우는 어르신들이 많다.

지난해 해남군 여성회관에서 배출한 문해교육사 30명 중 15명이 각 마을단위 한글교실 자원봉사를 펼치며 한글교실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실제로 계곡면 사정마을과 산이면 건촌마을을 비롯란 7곳의 한글교실에서 150여명의 어르신들이 ‘가갸거겨’를 익히고 있다.

황산면주민자치센터, 황산시등교회, 문내 임하교회가 실시하는 한글교실까지 더하면 그 수는 300명을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런 인기에 힘입어 해남군은 올해 성인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군은 1천만원의 군비를 투입해 프로그램을 추진, 오는 3월 운영기관을 공모해 대상을 선정한 뒤 지도강사 수당과 교재비, 교육기자재 및 교육장 운영비 지원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형옥 군 행정지원과 담당은 28일 “배움의 기회를 놓친 군민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며 “시범운영의 성과를 분석해 지원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해남=박정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