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서…” ■63세 기초수급자 할머니의 ‘서글픈 절도’ 위암 투병 약값 지불하고 나면 식비도 모자라 마트서 한우·생닭 등 3만4천여원 어치 ‘슬쩍’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2013년 01월 29일(화) 00:00

경찰에 붙잡힌 마트의 고기 절도범은 뜻밖에도 60대의 할머니였다. 마른 몸에 눈까지 움푹 꺼진 할머니는 알고 보니 위암까지 걸린 상태였다.

마치 죽을죄라도 진 것처럼 할머니는 몸을 굽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서…”

28일 광주 서부경찰서는 대형마트에서 고기 등을 훔친 혐의로 김모(63) 할머니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지난 27일 오후 4시14분께 광주 서구 금호동의 한 대형마트 매장에서 한우 양지머리와 생닭 등 3만4천500원 상당의 고기 등 식료품을 가방에 몰래 넣고 달아나려 한 혐의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김 할머니는 마트에 유제품을 사러 들렀다가 순간적으로 허기를 못 이겨 한우양지머리 1팩과, 생닭 1팩을 자신의 가방에 자신도 모르게 넣었다. 그리곤 유제품을 계산대에 슬쩍 내밀었다. 유제품 값을 지불하고 마트를 빠져 나가려는 순간 보안장치 검색대에서 “삑”하고 소리가 나면서 보안요원에게 붙잡혔다.

경찰에서 밝혀진 김 할머니의 사연은 처절했다.

젊을 때부터 술을 하루 종일 달고 살았던 남편과 5년 전 사별했으며 두 명의 자녀와는 연락이 끊어진지 오래였다.

한달에 기초생활수급 지원비 30만원을 받으며 홀로 폐지를 모아 팔며 근근이 살아왔는데 얼마 전 위암 2기 진단까지 받았다.

병원 약값을 내고나면 김 할머니는 식비조차 부족할 정도였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다보니 고기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절도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 김 할머니는 “고기가 너무 먹고 싶은데 돈은 없고 국거리라도 하려고 나도 모르게 훔치게 됐다”며 “죄송하다”고 연신 작은 어깨를 들썩였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김 할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서구 보건소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가 암에 걸렸을 경우 차등 없이 비급여부분 100만원을 정액으로 최대 3년간 지원한다. 즉 기초수급 암 환자에게 정부가 1년에 100만원을 병원비로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이를 세분화하면 한달에 8만3천원, 암치료 비용으로는 턱도 없는 돈이다. 심지어 약값 하기에도 부족하다. 당연히 기초수급비용 30만원에서 병원비를 낼 수밖에 없고 결국 김 할머니는 굶거나 아픈 몸을 이끌고 폐지를 주워서 하루를 살아야 한다.

김 할머니의 서글픈 절도는 정부의 비 현실적인 의료지원과 우리의 무관심 속에 미리 예견돼 있었던 것이다.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