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 김윤식 시인, 93년 만에 고교 졸업장 휘문고 추서…막내딸 “아버지 무척 기뻐하실 것” /강진=정영록 기자 /연합뉴스

2013년 02월 07일(목) 00:00

학교법인 휘문의숙은 1919년 3월 1일 기미독립운동에 연루돼 졸업 기회를 상실한 김영랑 시인에게 6일 치러진 2012학년도 휘문고 졸업식에서 명예졸업장을 추서했다. 이날 영랑의 졸업장은 선생의 막내딸인 김애란(65·서울시·가운데)씨가 전수받았다.

‘찬란한 봄을 기다린’ 시인은 93년만에 고교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학교법인 휘문의숙(이사장 민인기)은 1919년 3월 1일 기미독립운동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는 과정에서 졸업 기회를 상실한 ‘영랑’ 김윤식(1903-1950) 시인에게 6일 치러진 2012학년도 휘문고 졸업식에서 명예졸업장을 추서했다. 이날 영랑의 졸업장은 선생의 막내딸인 김애란(65·서울시)씨가 전수받았다.

영랑 선생은 휘문의숙(徽文義塾·휘문고 옛 명칭) 3학년이던 1919년 3월 1일 기미독립운동에 연루돼 졸업 기회를 잃었다.

당시 그는 자신의 구두 안창에 독립선언문을 숨기고 고향인 강진에 내려가 독립운동(강진 4·4 만세 운동)을 주도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강진군은 지난해 ‘모란의 시인’ 김영랑을 재조명하는 사업의 하나로 고교 명예졸업장 추서를 휘문고 측에 제안했고 학교도 이에 흔쾌히 응했다.

휘문고 측은 “늦은 감이 있지만 명예졸업장 추서를 계기로 김영랑 선생의 민족의식과 문학 정신이 더욱 빛나기를 기대한다”며 지난달 21일 영랑 선생에게 작고(作故)한 동문에게는 처음으로 ‘자랑스러운 휘문인 상’도 수여했다.

김애란씨는 “아버지 졸업장을 막내인 내가 90여 년 만에 대신 받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지하에 계신 아버지의 영혼도 무척 놀랍게 여기고 기뻐하실 것”이라며 감격했다.

김씨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라곤 5살 때 봤던 덥수룩한 수염의 모습뿐이라고 했다.

그는 “1949년 아버지가 중앙청 공보처 출판국장으로 일하실 때 늘 퇴근길에 약주를 하시고 들어와 날 무릎에 앉혔다”며 “까칠한 수염으로 얼마나 볼을 비비시던지 따가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회상에 젖었다.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강진군청 관계자는 “명예졸업장 추서를 형식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선생의 애국사상과 문학사적 위상을 국민에게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정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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