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후유증…담양 대나무 숲 ‘휘청’ 하천습지보호지역 불구 삽질 강행 10만㎡ 중 2만6천㎡ 대나무 벌목 171억 공사 후 3억원 들여 재이식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2013년 02월 07일(목) 00:00

대비되는 대숲 담양군 대전면 응용리 영산강 상류인 담양하천 습지보호지역의 대나무 숲이 생태하천조성사업으로 인해 재식재<사진 위> 된 후 바로 옆 위치한 울창한 대나무 숲과 대비되고 있다.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이곳은 하천습지보호지역으로 건축행위, 형질변경, 모래채취 등의 행위를 금지합니다.’

지난 2010년부터 총 171억원을 들여 ‘생태하천조성사업’을 벌인 담양군 대전면 응용리 영산강8경 부근의 대나무 숲이 4대강 사업의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1시께 담양군 대전면 영산강 상류. 이곳은 환경부가 지난 2004년 7월 영산강 상류인 담양군 수북면과 대전면 수변구역 98만㎡일대에 서식하는 400여종의 생물종을 보전하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하천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 안내판에는 ‘보호지역 내에서는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하면 안됩니다’라며 ‘건축물 기타 공작물의 신축 및 토지의 형질 변경, 습지의 수위 또는 수량에 증감을 가져오는 행위’ 등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이런 표지판 내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벌목에 나서 이곳이 흉한 몰골로 변해 있다.

담양군 등에 따르면 이곳은 지난 2010년 12월 영산강살리기8공구 사업의 일환으로 171억원을 투입해 생태하천조성사업을 벌이면서 담양습지 주변 하천과 둑, 광장을 콘크리트로 포장하고 대전면 인근 습지 대나무 숲 10만여㎡ 가운데 약 2만5천여㎡를 절개해 1만그루의 대나무를 벌목했다.

이는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진행됐으며 병목지대인 상류에서 대나무 숲이 차지하는 공간을 벌목해 30-40m인 물길 너비를 70m로 넓히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벌목한 셈이다. 벌목된 대나무는 최소 10년목부터 최대 수십년의 세월을 지닌 것 까지 다양했다. 당연히 공사 시작부터 주민들과 군의 반대가 심했으나 공사는 예정대로 강행됐다. 이와 관련 전남도는 대나무숲이 하천부지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 공사를 위해서는 해당 숲을 잘라낼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벌목 후 전남도는 지난 2011년 3월-5월, 3억여원을 들여 훼손한 면적만큼 3만여㎡ 규모에 대나무 1만주를 심어 대숲을 조성했다는 것.

하지만 2년여 지난 지금, 이곳은 재식재를 한 대나무가 고사하거나 자라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드믄드믄 심어진 대나무들이 바람에 심하게 휘청거리고 있다. 멀쩡한 자연을 4대강이라는 명목 하에 피폐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대나무 숲을 관리하는 담양군청 시설관리과 관계자는 “4대강 사업 당시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청하기도 했지만 무작정 4대강 사업이 진행됐다”면서 “빽빽하던 대나무 숲이 벌목과 이식을 반복하며 상태가 심각해져서 보수를 요구한 상태”고 말했다.

이어 “대나무 뿌리가 살아 있다면 대나무 숲이 다시 조성되겠지만 대나무 번식력을 보기 위해서는 4월께나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담양군에서 대나무 습지에 대한 하자보수 요청이 들어와 고사된 대나무들에 대해 건설사에 시공을 요청한 상태다”면서 “동절기에는 어차피 심어놓으면 하자가 생길 수 있으니 봄에 다시 식재를 하기 위해 보류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