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먹고 윷놀이까지…한국인 다 됐어요” ■외국인 며느리 설 문화체험현장 가보니... 광주 서구 결혼이주여성들 웃음 만발 친정 엄마 멘토식·우즈벡 새댁 눈길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

2013년 02월 08일(금) 00:00

설을 앞두고 지난 6일 광주 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설 체험 행사에 참여한 이주여성들이 세배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맛있는 인절미도 손수 만들어 먹고 즐거운 윷놀이도 함께 즐기다 보니 이젠 한국 사람 다 됐네요.”

낯선 이국 땅에서 한국 대명절인 설 문화를 체험하려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지난 6일 광주 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오순도순 둘러앉아 인절미·떡국 등 설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고 투호·제기차기·윷놀이 등 전통놀이 체험행사에 참여해 연신 웃음꽃을 피웠다.

광주 서구가 주최하고 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까치까치~ 설날! 행복가득 설 축제’.

민족대명절인 설을 맞아 결혼이주여성 100여명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한국 전통문화체험을 통해 국내 생활의 조기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들의 출신국은 베트남, 중국, 일본, 우즈벡 등 다양했지만 자태가 고운 한복을 곱게 차려있은 채 생소한 한국전통놀이를 체험하며 즐거워하는 표정은 똑같았다.

전통놀이 체험이 끝난 후 의미있는 행사가 이어졌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이국 땅에서 생활하면서 가슴 한 켠에 그리워하는 친정엄마를 만들어주는 행사가 바로 그 것.

‘친정 엄마 멘토 결연 발대식’에는 한국 엄마 멘토와 결혼이주여성 멘티가 서로 껴안으면서 온 정을 나눴다.

이날 양영희(57·광주 서동)씨를 친정 엄마로 얻은 훈티깜론(28·베트남)씨는 “새 친정 엄마가 생겨 너무 기쁘다”며 “낯설고 힘든 한국생활에 또 한 명의 든든한 후원자가 나를 챙겨준다고 생각하니 힘이 불끈 솟는다”고 말했다.

멘토식이 끝난 후 이주여성들은 식탁위에 한지를 깔아 인절미를 썰어 콩고물에 버물려 서로 입에 먹여주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후 떡국 한 그릇까지 가볍게 비운 이들의 표정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했다.

지난 2011년 결혼해 광주에서 살고 있는 누엔검뚜(23·베트남)씨는 “설 문화체험 행사에 올해까지 포함하면 2번째 참가하고 있다. 솔직히 통 안에 집어넣는 투호놀이는 힘들지만 제기차기, 윷놀이 등은 너무 재밌다”면서 “시댁과 친지, 주민들이 너무 잘 대해줘 한국 생활에 정착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한국 대명절인 설이 이젠 낯설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문화가 너무 즐겁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중국에서 온 조선족 이연화(30)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5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다. 이번 설 체험 행사는 7년만에 경험해 본 거라 옛 생각이 많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이었지만, 2명의 백인 여성이 포함돼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우즈벡에서 온 길또라(23)와 맙두나(19)씨.

알록달록한 한복을 곱게 입은 길또라 씨는 “결혼한 지 5개월 정도된 새댁이다. 한국 대명절인 설 문화체험 행사를 참여해 보니 너무~ 좋아요”라며 “세배도 해 보고 고운 한복도 입어 보니 한국이 고향 같아요”라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으로 시집 와 설 문화를 체험한 이들은 얼굴색은 달랐지만, 이미 한국 사람이 다 돼 있었다./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