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행위로 완성되는 여덟 줄의 詩 24일까지 광주 도심 곳곳 ‘예술 프로젝트’ 진행 광천시민아파트 전일빌딩 등서 창작 레지던시 아시아예술극장 창작레퍼토리 개발 발판기대 ‘5·18 증언맵: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3년 02월 20일(수) 00:00

대학생 박소은(24)씨가 ‘5·18 증언맵: 말로는 다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체험해 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30여년간 축적된 5·18증언자료를 조사분석해 매핑(mapping)하고 전시하는 작업으로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방식의 전시다.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19일 오후 3시 광주 동구 금남지하상가. 한창 바쁠 시간, 지하상가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90m에 달하는 지하상가 원형길에 신발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총 50켤레다. 신발은 나란히 놓이지 않고 한개는 앞, 나머지 신발은 뒤에 놓였다. 뒤에 있는 신발에는 하얀 국화꽃이 담겼다. 신발은 바로 ‘감정’의 문턱이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 증언에서 나타난 공포, 고립감, 연민, 연대감, 신념, 자긍심, 울분, 회환 등 8가지 감정을 물질화한 것이다. 그리고 원형길 4곳에는 증언자료가 놓인 보면대가 자리잡았다.
대학생 참가자인 박소은(24·조선대 미술대학)씨가 보면대 위에 놓인 증언자료 페이지를 열고 시 구절을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발이 놓인 문턱의 길을 차분히 걸어갔다. 또 다시 증언자료 페이지를 열고 한 구절을 적은 뒤 문턱을 넘어섰다. 이렇게 5·18의 장면 속에 드러난 언어들을 조합해 한편의 시가 완성됐다. 박씨는 지하상가 출구로 나가 금남로 분수대 앞에서 헤드셋을 쓰고 완성된 시를 낭독했다. ‘5·18 증언맵: 말로는 다할 수 없는’이란 제목의 시민참여프로그램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장지연 연구원은 “앞의 신발은 현재 살아있는 사람들을 나타내며 뒤의 신발은 5·18당시 숨을 거둔 사람들을 의미한다.

5·18 증언 속에 나타난 감정을 증언 자료 속 개별 언어들의 조합과 시를 통해 도달하기위한 시도이다”며 “지난 30여년간 축적된 5·18증언자료를 조사분석해 매핑(mapping)하고 전시하는 작업으로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방식의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5일 간 금남로 분수대 및 지하상가 원형길에서 상설 진행된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은 오는 24일까지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와 서구 광천동 광천시민아파트에서 아시아예술극장 창작 레지던시 ‘도시횡단프로젝트 광주’를 개최한다.

19일 오후 6시 아시아문화마루에서 열린 오프닝 파티에는 김종율 추진단장을 비롯해 임인자 예술감독과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역 연출가 등 50여명이 참석해 열기를 뿜었다.

올해 처음으로 지역과 연계해 열리는 창작 레지던시 ‘도시횡단프로젝트 광주’는 새로운 관점과 감각으로 광주의 과거-현재-미래를 탐구하는 예술 프로젝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공연장인 ‘아시아예술극장’의 개관에 앞서 지역 예술가·시민들과 함께 창작 공연을 개발하고, 지역 예술과 소통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 예술가들의 협업 프로그램, 시민참여프로그램, ‘유랑축제, 광주’, 학술·네트워크 프로그램 등 크게 4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 ‘도시횡단프로젝트 광주’ 행사 일정

협업 프로그램으로는 광주의 근대 역사를 품고 있는 광천동 시민아파트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이야기를 녹여낸 ‘광천시민아파트로 가.나.다.’가 마련됐으며 시민참여프로그램은 광주의 상징적 공간들에 대한 개인의 기억을 지도로 제작해 전시하는 지도 만들기 워크숍 ‘33년, 동행’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거리극·움직임 워크숍 도시공감-길 위의 목소리’ 등 전시와 공연이 금남로 일대에서 펼쳐진다. 문의 062-230-0142.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